[기사 보강: 15일 오전 8시 3분]
새누리당이 대통령 후보 경선을 관리할 새 당 대표와 지도부를 뽑지만 당 안팎의 관심이 시들하다. 누가 당 대표가 되느냐가 아니라 친이계 후보가 당 지도부에 입성할 수 있느냐 정도가 관심거리다.
15일 오후 1시부터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선 당 대표와 최고위원 4명, 합쳐서 5명의 최고지도부를 선출한다. 이날 행사장에서 이뤄지는 대의원(유권자 8943명) 투표와 14일 오후 현재 시군구 선관위에서 실시중인 당원 선거인단 20만725명과 청년 선거인단 5499명의 투표결과가 합쳐져 선거인단 투표가 된다. 이 결과는 후보별 전체 득표에 70%로 환산 적용되고, 나머지 30%는 지난 12~13일 전국 유권자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가 환산 합산된다.
새누리당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당원·청년 선거인단 최종투표율은 14.1%다. 지난 해 7월 전당대회 하루 전의 선거인단 투표 최종 투표율 25.9%보다 턱 없이 낮은 수치다. 이렇게 투표 참여가 저조한데도 새누리당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율을 제고할 방법이 없어 고민인 상황이다.
15일 뽑히게 될 당 대표와 최고위원등 당 지도부의 임기는 2년이다. 대선 후보 경선 관리를 맡게 되고, 차기 정권이 집권 초반기 국정 운영 파트너로 상대할 국회 다수당의 당 지도부를 구성하는 전당대회 치곤 참여 열기가 너무 낮은 편.
"어차피 대표는 친박, 지도부에 친이계 포함 여부가 관심사"이렇게 전당대회 열기가 저조한 것은 '어차피 대통령 후보는 박근혜가 될 것이고, 당 지도부도 친박이 장악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당 지도부에 입성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전당대회 결과로 인해 당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친박계 지도부가 기정사실화된 것 아니냐"며 "이번엔 별 관심이 없다"며 방관적인 자세를 보였다.
친이계의 한 의원도 "이번 전당대회는 어차피 친박계 대표로 가는 것"이라며 "관심사가 있다면, 지도부에 친이계가 한두 명 포함이 되느냐 안 되느냐"라고 했다.
9명 후보 중 친박계 후보는 황우여·이혜훈·유기준 의원과 홍문종·정우택·김태흠 19대 총선 당선자, 김경안 전북익산갑 당협위원장 등 7명이고, 친이계는 심재철·원유철 의원 2명뿐이다.
친이계가 기대하는 것은 '1인 1표 2인 연기명' 즉 유권자 한 사람이 한 표를 행사하되 지지하는 후보를 2명 찍는, 사실상의 1인 2표제여서 표의 '친박 쏠림'이 덜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앞서의 친이계 의원은 "대의원들이 '그래도 친박 일색으로는 안 된다'는 이심전심이 있다면, 1인 2표 중에 한 표 정도는 친이계에 줄 거라는 기대를 한다"고 말했다.
친이계가 '지도부에 친이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비박근혜계 후보들의 입장을 대변할 최고위원이 적어도 한 명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계파보단 지역 연고"...경기표도 나뉘고 친이표도 나뉘고 그러나 이 같은 기대가 현실화될지는 의문이다. 한 친박 중진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는 지역 연고로 결정되는 경향이 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 전당대회가 친이-친박 대립구도로 전개됐다면, 이번엔 유권자들이 계파를 고려하기 보단 자기 지역을 대표하는 후보에 투표하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황우여 의원이 지난 1년간 원내대표로 당 쇄신 과정에서 부각됐고, 이혜훈 의원이 지난 총선에서 선대위 상황실장으로 활약하며 '박근혜 측근' 이미지를 확고히 한 덕에 전국적인 지지세를 모았다면, 부산의 유기준 의원은 영남지역 표를 장악했다고 볼 수 있다. 호남권에선 김경안 당협위원장이, 충청권에선 정우택·김태흠 당선자가 지역 대표를 자임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 출신 출마자가 3명으로 가장 많은데, 홍문종 당선자가 친박계고, 친이계가 심재철·원유철 의원 2명이다. 지역 연고로 봐서도 경기도 표가 세 갈래로 나뉘고, 표가 계파별로 나뉜다고 해도 친이계 표를 두 후보가 나눠 갖게 되는 형국이다. '나머지 1표는 친이계에게 주겠다'고 맘먹은 유권자가 있어도 심재철·원유철 두 후보 중 택일해야 하는 상황인 것.
심재철·원유철 후보간 단일화는 이미 물 건너갔고, 친이계 내부의 '교통정리'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고 있어 여러모로 '친이계의 지도부 입성'이 쉽지 않다. 19대 총선 이후 급속히 '박근혜당'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새누리당이 이 같은 비판을 그대로 입증할지, 아니면 '견제심리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걸 보여줄지, 오로지 '당심'에 달려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