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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석영 외교통상부 자유무역협정(FTA)교섭대표
최석영 외교통상부 자유무역협정(FTA)교섭대표 ⓒ 유성호
"시장의 개방 정도를 놓고, 양측간 시각 차이를 확인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보다 (협상 범위 등이) 낮아질 수도 있다."
14일 최석영 한중FTA 수석대표의 말이다. 최 대표는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FTA 첫 협상을 마치고, 협상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이날 오후 주중한국대사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제 막 씨름판에 올라갔고, 서로 샅바를 잡는 단계"라고 운을 뗐다.

이어 향후 중국과 이어질 협상 방향과 개방 정도 등을 놓고, 양국 사이의 상당한 시각차이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 대표는 이미 높은 수준의 포괄적인 협정을 체결한 미국과의 FTA를 들어가면서, "한미FTA보다 개방 정도가 낮아질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초 중국과 상품을 비롯해 투자, 서비스, 지적재산권 등 높은 수준의 FTA를 추진하려던 정부 계획이 쉽지 않음을 인정했다. 그는 중국과의 첫 협상 소감을 묻는 질문을 받자, 다소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최 대표는 "우리와 경제 규모가 비슷한 나라와의 협상과 달리 미국이나 중국 등 거대경제권과의 협상은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고 소개했다.

또 "상당히 어려운 협상이 될 것이고, 쉽지 않은 협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협상의 베테랑인 그 역시 향후 중국과의 FTA 협상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점에서 고민의 흔적이 역력했다.

씨름판 올라선 한중, 치열한 샅바싸움... 자유화 정도 놓고 시각차

이날이 FTA 협상 첫 만남인 만큼, 한중 양국은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협상을 시작했다. 협상은 이날 오전 10시께 중국 상무부 청사 안 중앙회의실에서 열렸다. 양쪽 협상단 각각 30여 명씩 참여했고, 수석대표들의 향후 협상 기대를 담은 인사말도 이어졌다.

한중 양국은 이날 2시간이 넘는 회의를 통해 협상운영세칙에 합의했다. 세칙에는 향후 협상의 원칙과 협정 대상, 단계별 협상방식과 조직 등 협상 기본지침이 담겨졌다. 최 대표는 "이는 양국간 향후 협상을 추진하는 데 기본 지침"이라고 말했다. 이 문서는 협정 발효후 3년 동안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대신 최 대표가 기자들에게 설명한 지침은 크게 여섯 가지다. 우선 향후 협상 원칙에서 포괄적인 FTA 추진, 실질적인 자유와 WTO 규범과의 정합성, 민감분야 고려 등 기존 양국간 공동연구에서 합의된 내용이 들어갔다. 협상 구조 역시 1, 2단계로 구분되는 방식이다. 또 양국간 무역협상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양국간 협상 대상 범위에 대해서도 협의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최 대표는 "양국간 향후 협상 대상 범위에 대해 기초적인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묻는 질문에 대해, 그는 "시작 단계라 아직 말하기에 이르다"면서 "양국간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협상 마지막까지 갈 이야기"라고 말했다.

2달에 한번씩 협상, 7월초에 한국서 2차협상...."상당히 어려울 것"

그러면서, 최 대표는 중국과의 FTA 협상 추진 방향과 개방 정도에서 상당한 인식 차이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쪽이 FTA를 통해 갖는 자유화에 대한 기대 수준의 차이가 상당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양국이 체결한 FTA 성격 등을 설명했다. 중국이 체결한 기존 FTA의 수준이 낮은 수준인 반면,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연합 등과 높은 수준의 협정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한미FTA의 광범위한 협정문 내용을 언급해가면서, "중국이 체결한 FTA 협정문 내용을 보면, (한미FTA보다) 내용이 크게 적고, 대상 범위의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중국과도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FTA 체결을 목표로 해왔다. 하지만, 1차 협상부터 중국 쪽에서 상당한 의견 차를 드러냄에 따라, 협정 방향 수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과의 FTA 협상 2년내 타결 가능성 언급에 대해서도, "원론적인 이야기를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최 대표는 "지난 5월 2일 양국 통상장관회담에서 중국 쪽에서 2년내 타결 가능성을 언급했고, 우리 쪽에선 합의된 바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의 언급은 우리의 민감품목 등에 상당한 양보를 얻어낼 경우라는 단서가 있고, 통상 FTA 협상 기한이 2년 정도라는 점을 말했던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향후 중국과의 협상 일정에 대해 "대략 2개월 주기로 협상을 개최하기로 했다"면서 "2차 협상은 잠정적으로 7월초에 한국에서 열리며, 올해 안에 3~4차례 정도 협상이 개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FTA#최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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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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