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대선을 이끌게 될 민주통합당 당권주자들의 진용이 짜이고 있다. 후보자 등록 마지막 날인 14일 강기정·김한길·이종걸·이해찬·추미애 당선자가 잇달아 출마 기자회견을 열었다.
모든 후보들이 '이해찬-박지원' 연대에 대해 날을 세움으로써 공공의 적이 된 이해찬 상임고문도 이날 당 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해찬 상임고문은 "위기관리 능력과 민주적 리더십을 보완해 정권교체를 반드시 실현하는 막중한 책무를 다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출범시킨 기획자인 내가 가진 모든 능력을 민주 정부 수립하는 데 쏟아 붓겠다, 오직 정권교체만을 바라보고 일하겠다"고 밝혔다.
'이-박 연대'에 대해서는 "이해관계를 둘러싼 합의가 아니고 정권교체를 위해서 최대한 헌신하는 자세로 서로 역할을 분담하기로 얘기를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박 연대가 '문재인 대선후보 만들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의식한 듯 그는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엄정 중립을 지키고 공정하게 관리하겠다"라며 "우리당 후보의 당선을 위한 총력 지원체제를 구축하겠다, 정권교체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문재인 상임고문이 안철수 원장에게 공동정부 구성을 제안한 데 대해 그는 "(우리는) 아직 단독으로 집권할 능력이 부족하다, 민주진보진영과 연대해 정권교체를 하면 공동정부를 구성하는 것은 당연하다"라며 문 상임고문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이종걸 "수도권 승리해야 대선도" - 강기정 "젊은 지도자가 서야"이에 앞선 14일 오전 출마를 선언한 이종걸 의원은 "당이 친노니 비노니 하는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혀 있다"라며 "두 분의 정신을 계승해야 하지만 동시에 두 분을 넘어서 과거 지향적 계파정치를 하루빨리 탈피해야 한다"며 '이-박 연대'를 향해 날을 세웠다. 그는 "계파를 통해서는 당 쇄신이 힘들다"라며 "낡은 계파의 색깔을 스스로 깨 초계파적으로 가야 한다, 이러한 쇄신에 내가 적임자"라고 자인했다.
"관리형 지도부가 아닌, 필승형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박근혜를 이기기 위해서는 영·호남이 중요하지만 결국 수도권에서 승리해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라며 "경기도의 4선 의원으로 수도권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서 수도권 표심을 움직일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젊은 지도자'를 내세운 강기정 의원 역시 "(이-박연대는) 국민의 눈높이로 볼 때 적절하지 않았다"라며 "국민들은 젊은 지도자가 당의 중심에 서기를 바란다"며 각을 세웠다.
"대선 승리의 조건인 호남과 민주화 세력, 나아가 2040 세력의 지지를 함께 만들어낼 수 있는 당 내 유일한 후보"라며 '호남 후보론'을 강조한 그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만들었던 당원들이 왜 호남 사람이 당대표를 하면 안 되고 대선 후보로 나서면 안 되냐에 자괴감을 느낀다, 더 이상 상처를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한길 "국민 뜻 모아야" - 추미애 "정권교체에 몸 바칠 것"
'이-박 연대' 결성 초기부터 비판을 지속해 온 김한길 당선자 역시 당대표 출마 선언에서 "민심을 등진 패권적 계파정치에 민주당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라며 공세를 폈다. 그는 "패권적 발상으로 기획되고 제안된 당권 나눠갖기 밀실담합이 각본대로 완성된다면, 민주통합당에는 민주도 통합도 실종될 것"이라며 "이제 민주당에는 친노도 비노도 없어야 한다, 이런 명찰을 떼버리고 대선승리라는 명찰을 달고 한 마음으로 나갈 때"라고 진단했다.
이해찬 상임고문과 더불어 정권창출에 기여한 전략가로 평가 받는 그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선거 승리에 기여한 경험을 살려 12월 대선승리의 길을 열겠다"라며 "국민의 뜻을 온전히 정치에 담아내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라고 밝혔다.
김 당선자는 "우리당의 대권주자들을 지금의 지지율을 기준으로 차별화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다"라며 "공정한 경쟁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소통과 화합의 당 대표가 되어 대권주자 모든 분들의 역량을 당의 자산으로 결집시켜 강력한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철수 원장과의 연대에 대해서 "시기적으로 이르다"면서도 "안 원장과의 단일화 전에 우리등 후보들이 경선 과정을 거치면서 경쟁력이 제고되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마지막으로 출사표를 던진 것은 유일한 여성 후보인 추미애 의원이다. 그는 '이-박'연대를 어떻게 넘을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네거티브한 접근보다는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것이 민주당이 우선해야 할 과제"라며 "아무 계파 없이 사심 없이 정치 해 온 내가 적임자라는 긍정적인 면을 전달하겠다"며 에둘러 말했다.
"정권교체만을 바라보고 한 몸을 바치겠다"고 재차 강조한 추 의원은 "6월 9일 전당대회를 통해 민주당을 정파이익에 매몰된 당이 아닌 국민을 위한 당으로 돌려놓겠다"라며 "그렇게 했을 때 비로소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13일 문용식·우상호·조정식 의원에 이어 이날 5명의 후보가 추가로 등록함에 따라 당 대표 경선에는 총 8명이 경쟁을 펼치게 됐다. 이로써 10명 이상 후보 등록 시 치러지는 '컷 오프 경선'은 치러지지 않게 됐다.
현재까지의 흐름으로는 '이해찬-김한길-우상호' 3강 경쟁 구도가 자리잡혀 가고 있다. 당 내 다수를 차지한 친노표-박지원 원내대표와 손잡음으로써 획득한 호남표를 함께 얻은 이해찬 상임고문이 앞서 가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486 세대의 지지를 얻고 강세를 보이는 우상호 당선자와 비노계의 결집을 꾀하는 김한길 당선자가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20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전국을 순회하며 정견발표 및 표심 모으기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