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시인이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흔히 '빼앗긴 들'이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이 시는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들의 뇌리에 최고의 항일저항시로 각인되어 있는 절창이다.
'빼앗긴 들'의 시인 이상화는 대구에서 태어났고, 대구에서 학교를 다녔고, 교사 생활, 문학 활동, 독립 운동도 했다. 그리고 대구에서 유명을 달리하였고, 묘소도 대구에 남겼다(달서구 대곡동 산9번지). 1948년에는 그를 기려 대구시 중구 달성공원에 우리나라 최초의 시비인 '상화 시비'가 세워지기도 했다. 그는 명실상부한 '대구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그가 마지막으로 이생의 삶을 살았던 고택도 대구에 있다. 1919년 3월 8일 서문시장에서 시작된 3.1운동 참가자들은 대구 최초의 서양식 주택 단지인 선교사 사택 일대를 거친 다음 상화고택 옆을 지나 시내로 행진했다. 그래서 '3.1운동로'라는 이름을 얻은 그 길은 지금도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상화는 3.1운동 모의 도중 탄로가 되는 바람에 거사 당일에는 서울로 도피해 있었다. 시위 전날의 예비 검속에 걸려 홍주일 등이 일경에 체포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서울로 피신한 이상화는 박태원의 하숙집에 은거하였다. 박태원은 '동무 생각'의 음악가 박태준의 형으로 그 역시 '클레멘타인'을 번안한 음악가이자 영문학도였다. 상화는 뒷날 절친한 친구였던 그를 기려 시 '이중의 사망'을 발표하기도 했다.
상화고택에서는 해마다 이상화문학제 펼쳐져상화가 1943년 4월 25일 이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살았던 대구광역시 중구 계산동 2가 84번지 '상화고택'에서는 해마다 그를 기리는 행사가 펼쳐진다. 이상화기념사업회(회장 윤장근)가 주최하는 '이상화 문학제'가 바로 그것. 그리고 문학제의 2부 행사는 올해로 27회째를 맞이하는 '이상화 문학상 시상식'이다.
아파트처럼 외로워졌을 때 어머니는 아파트를 잃었다그 집은 오래도록 골다공증과 협착증을 키워왔다마다가스카르는 9,000만 년 전에 인도와 헤어졌고1억6,500만 년 전에는 아프리카와 갈라섰다.추간판 하나를 떼어내자 대륙이 찢어지며캉가니아, 말라위, 빅토리아 호가 생겨났다호수들은 마다가스카르가 두고 온 체액이기도 하다바오바브나무, 여우원숭이, 텐렉, 잘못 선 보증이죄다 어머니 슬하다 마다가스카르가 떠다닌다권혁웅 시인의 시 '마다가스카르가 떠다닌다'의 전문이다. 권혁웅 시인은 이상화기념사업회 심사위원회(송영목, 이진흥, 송재학)가 선정한 올해의 이상화시인상 수상자로 뽑혀 이상화문학제 당일 행사 중 수상의 영광을 누린다.
1967년 충북 충주 출생인 권혁웅 시인은 1997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한 이래 시집 4권- <황금나무 아래서> <마징가 계보학> <그 얼굴에 입술을 대다> <소문들>-을 발간하였다. 현재 한영여대 문창과 교수로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권 시인은 자신의 시집 <소문들>에서 "'빼앗긴 들'을 생각하며 절반을, "나의 침실"을 생각하며 나머지 절반을 썼습니다"라면서 그렇게 말하는 까닭을 "살 수 없는 세상에 관한 시가 절반, 살고 싶은 세상에 관한 시가 절반이었다는 뜻"이라고 스스로를 해설했다.
따라서 올해 27회 이상화문학상 심사위원들은 그런 그를 두고 '권혁웅의 텍스트에서 식민지 이상화 시인에 대한 풍문이 들리는 것은 낯설거나 불편해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또한 심사위원들은 '올해 이상화시인상의 심사는 당대 40대 시인들의 주요 시집에 대한 논쟁과 토론 끝에 결정된 난산이었다. 이상화시인상이 한국문학의 뚜렷한 배경이기를 바라기에 시집의 높낮이와 함께 무엇이 이상화시인상에 더 치열한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간이었다'는 요지의 심사평을 발표했다.
1922년 <백조> 창간호 '말세의 희탄' 발표민족시인상화고택보존운동본부가 2002년에 펴낸 <새롭게 교열한 이상화 정본시집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 따르면 이상화 시인이 처음으로 작품을 발표한 때는 1922년 1월이었다. 매체는 <백조> 창간호였고, 작품은 두 편으로 '말세의 희탄'과 '단조'였다. 그러므로 올해는 상화가 문단에 나와 본격적으로 활동한 지 9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와 관련, 이상화시인상을 수상하는 권혁웅 시인도 미리 배포된 <2012 이상화문학제> 행사용 소책자에 수록된 수상소감을 통해 "보잘것없는 (나의) 시도를 이상화 시인의 이름으로 격려해 주신다니 부끄럽고 송구하다"면서 "세기말에서 세기 초로 넘어왔음에도 이상화 시인의 탄식은 여전히 깊게 울립니다. 제 자신을 공명통으로 삼아서 그 울림을 증폭해나가는 일에 헌신하겠습니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말세의 희탄저녁의 피 묻은 동굴 속으로아- 밑 없는 그 동굴 속으로끝도 모르고끝도 모르고나는 꺼꾸러지련다.나는 파묻히련다.가을의 병든 미풍의 품에다아- 꿈꾸는 미풍의 품에다낮도 모르고밤도 모르고나는 술 취한 집을 세우련다.나는 속 아픈 웃음을 빚으련다.무용, 낭송, 노래, 성악 등 다채로운 행사 펼치는 이상화문학제상화고택 앞마당에서 열리는 이상화문학제는 5월 22일(화) 오후 6시부터 1부가 시작된다. 아미국악단의 풍물 식전행사에 이어 국민의례, 개회인사(윤장근 이상화기념사업회 회장), 내빈 소개(박동준 부회장), 축사(김범일 대구시장), 그리고 손성호 연극배우의 추모시 낭송 순으로 진행된다.
1부는 또 상화의 시를 노래로 들려주는 뜻깊은 차례(시노래 풍경 진우, 피아노 정아름, 낭송 김차경, 이소현)와 무용으로 표현해낸 예술마당(현대무용 이승대, 율려춤 이귀선)을 펼쳐보인다. 뒤이어 이상화시인상 시상식인 2부가 계속된다.
2부도 경과보고, 시상, 축사(공영구 대구문인협회장), 수상자 인사, 수상작 낭송(이경숙 수필가), 심사평은 물론 테너 전성찬, 소프라노 전성애씨의 초청 성악 공연이 마련되는 등 다채로운 내용을 선보인다. 특히 유족인 이충희 선생의 '유족 인사'도 있어 방문객의 가슴을 가일층 적실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화기념사업회 윤장근 회장은 행사용 소책자의 초대 말씀을 통해 "아무쪼록 많이 참석하시어 상화의 체온을 느끼고 그의 애국정신을 추모하는 소중한 자리가 되도록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행사는 저녁 7시 30분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