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가 하도 판치는 세상이니까, 이제는 웬만한 가짜 이야기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하다. 하지만 먹는 음식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에 엄벌을 내려야 한다는 데는 누구나 다 동의할 것이다. 지금 이 시기는 아카시아꿀이 제철인데 가짜 꿀로 인해서 진정한 업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우리 동네에는 선포산과 호봉산이 있어 이맘때면 아카시아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꽃향기에 취할 정도다. 그러면 어김없이 백통 이상의 벌통을 가진 양봉업자가 찾와서 차일을 치고 벌들을 풀어 놓는다. 아카시아꿀을 따기 위해서다.
그런데 올해에는 아카시아꽃이 만발했는데도 벌들이 보이지 않아 취재에 나섰다. 18일 아침 산을 오르며 "벌이 보이지 않아 걱정"이라고 하자 옆에 있던 분이 자기가 양봉업자라며 이틀후면 여기에 벌이 올 거라고 했다. 그리곤 앞대지방에서 아카시이꿀을 따면서 올라오는 중이라고 말했다.
보도되었던 가짜 꿀 이야기를 했더니 그는 펄쩍 뛰었다. 꿀은 가짜가 없다는 것이었다. 밀가루를 섞은 가짜꿀 이야기가 지난 17일 보도(
☞관련기사)되었다고 하자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면서 아카시아꿀은 가짜가 있을 수 없다며 더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고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섰다.
19일 아침 다시 산 초입에서 다른 양봉업자를 만났다. 그는 외진 곳에 벌통을 놓고 인가와 가까운 곳에 차일을 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구에서 이곳으로 막 이동했다는 양봉업자 정세영(64)씨였다. 정씨의 말은 좀 달랐다. 요즘 양봉업도 예전같이 않다는 것이다. 벌의 수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정씨는 벌이 줄어드는 이유가 각종 전자제품에서 나오는 전자파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꿀을 따러나간 벌들이 집을 찾지 못해 죽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꿀을 따는 것은 벌통 숫자가 아니라 벌의 숫자라고 했다. 벌의 숫지가 줄어들면 그만큼 꿀을 딸 수 없다는 것이다.
40년 동안 한결같이 양봉업을 하는데 집을 떠난 벌들이 집을 찾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농약이나 온갖 오염물질 때문에 벌들의 수가 급격하게 줄어 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벌이 줄어든다는 것은 꿀의 수확도 주는 것이라고 했다.
벌이 줄어들면 자연의 순환을 막는 길이며 사람도 살 수 없다는 것이다. 과수원은 인공으로 수정을 해 준다고 하지만, 자연에서 자라는 나무나 숲은 벌이나 바람의 힘을 빌리지 못하면 수정을 할 수 없으니 피해가 심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지구상에는 수많은 자연재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벌이 없어진다는 것은 소름이 끼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벌은 자연을 순환 시키는 최일선에 서 있다며 자연의 모든 것들은 벌로 인해 번식을 하는데 벌이 줄어들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요즘은 양봉도 잘 안되지만, 주민들의 이해심도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인가와 가까운 곳에 벌통을 설치할 수 없기 때문에 추가 경비가 많이 소요된다고 했다. 또 농약을 살포할 때도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농약은 꿀만 못따게 하는 것이 아니라 벌도 죽이기 때문에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는 "벌이 살지 못하면 인간도 살지 못한다"며 "벌도 살고 사람도 사는 공존공생의 길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이 감당하지 못할 재앙이 닥칠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어려운 시기에 가짜 꿀로 인해 양심적인 양봉업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