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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일요일 오전 7시 청주체육관 앞. 가슴 속에 노랑개비를 간직한 이들이 모였다. 휴일인데다 이른 아침이건만 노무현이라는 공통분모로 모인 이들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도 없어 보였다. 이날 이들의 목적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서거하기 전까지 여생을 보낸 경상남도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재단 충북지역 준비위원회 주최 측 한 관계자는 "이번이 세 번째 봉하행이다, 매년 버스 한 대 혹은 두 대로 노 대통령님을 뵈러 갔다, 올해도 신청하신 분이 많았는데 버스 사정상 모두 받아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번 봉하행에 함께 하고자 청주뿐만 아니라 인근 미원, 옥산에서 온 시민들도 있었다.

증평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한 참석자는 봉하마을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날, 학교에서 눈치 보면서 TV를 통해 영결식 장면을 아이들에게 보여줬다"며 "노 전 대통령의 자서전인 <운명이다>라는 책을 보기 전까지 그동안 노 전 대통령의 정치와 철학에 대해 오해를 많이 했다"고 봉하마을행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어느덧 4시간여를 달려 오전 11시께 봉하마을에 도착했다. 참석자들은 주최 측이 나눠준 국화꽃 한 송이를 들고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절을 하며 예를 표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눈시울을 붉히는 참석자들도 있었다. 그만큼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이들에게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인 아픔이고 상처였다.

이후 참석자들에겐 오후 3시까지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기자가 함께 한 일행은 잠시 후 한 참석자의 주선으로 현재 권양숙 여사의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주영훈씨를 만날 수 있었다. 주 비서실장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경호팀 안전본부장을 지낸 인물로 노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함께 봉하마을에 내려온 뒤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다.

 충북에서 온 참배객들이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 국화꽃을 헌화하고 있다.
 충북에서 온 참배객들이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 국화꽃을 헌화하고 있다.
ⓒ 신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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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봉하를 방문한 참석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한 아내의 남편으로, 비서관들의 대통령으로 후에 존경 받기 참 어렵다"며 "그런 면에서 노 전 대통령은 모두에게 존경 받은 분"이라고 평했다. 그는 이어 "노 전 대통령께서 비서관들에게 비서라는 표현을 안 쓰고 참모라는 단어를 쓰셨다"며 "아마도 비서는 종속되는 관계라 그렇게 표현하신 것 같다"고 해석했다.

기자가 함께 한 일행은 주 비서실장과의 짧지만 소중했던 점심시간을 뒤로 하고 노 전 대통령이 생전 생태습지로 일군 화포천을 탐방했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낙향하기 전까지 화포천은 상류에 있는 공단으로 인해 수질오염이 심각했고 큰 비가 내리면 습지의 곳곳이 떠내려 온 쓰레기로 가득 찼던 곳이다. 일행들은 초록이 우거진 화포천 생태를 둘러보고 감탄하며 2시간여 동안 산책했다.

이후 일행들은 당일에 묘역 옆 잔디밭에서 오후 2시부터 시작된 '노무현 대통령 3주기 추모행사 - 노무현이 꿈꾼 나라, 사진으로 읽는 명장면 10'에 함께했다. 이날 행사는 배우 명계남씨의 사회로 참여정부 전 비서관들이었던 송인배, 김경수 4·11 총선 후보들과 노 전 대통령 전담 사진사였던 장철웅씨가 최근 공개한 노 전 대통령 사진에 얽힌 사연들을 소개했다. 행사가 중반부로 넘어갈 때, 일행들은 아쉽지만 청주행 버스에 몸을 실어야 했다.

부엉이바위에 올랐던 김아무개(54)씨는 "얼마나 힘드셨으면 이곳에서 뛰어내리셨을까 생각했다"며 "현 정권의 무리한 압력과 검찰의 수사로 국민들에게 존경을 받던 대통령이 목숨을 잃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도종(52) 서원고 교사는 "정치인 중에 이런 시골에 와서 사신 대통령은 처음이었다, 역대 대통령 중에 가장 서민적이었고 따뜻한 대통령이었다"면서 "이런 대통령이 부당한 권력에 의해 자신의 목숨을 버린 것을 생각하면서 마음이 참 아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지역시사주간지 <충청리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노무현#봉하마을#충청리뷰#주영훈 #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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