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가 의원재량사업비(소규모 숙원사업비)를 반영하지않은 데 보복으로 다른 사업비를 대폭 삭감하는 방법으로 보복성 예산심의에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도의회는 최근 상임위원회별로 제1차 추경예산안 심의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3027억 원(일반 회계 2677억 원, 특별회계 349억 원)의 추경예산 중 현재 3개 상임위에서 삭감한 예산만 수백억 원에 이른다.
충남도 농정혁신 사업도 '제동' 농수산경제위원회는 23일 추경예산심의를 통해 소관 예산중 82건 160억 원을 삭감했다. 이중 농수산국 소관 예산이 56건 85억 원, 경제통상실 소관 18건 73억 원이다. 핵심향토지원시법사업비 2700만 원이 전액 삭감됐고, 서천한산모시 산업화지원사업비 1000만 원도 전액 삭감됐다. 마을기업창업 및 육성지원비(3억 원)를 비롯 벼대체작물재배농가 지원비(3억 원) 등 충남도가 중점적으로 벌이고 있는 농정혁신 사업비도 삭감대상에 포함됐다.
문화복지위원회의 경우 지난 22일 소관 추경 예산안에 대해 심사 없이 의원들의 개별 서면검토 방식의 계수조정을 통해 소관 추경예산안 1014억3399만 원 중 204억 원을 삭감했다. 여성정책개발원 운영비(1억 원),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종사자처우개선비(590만 원), 면천읍성정비(6억 원), 장애인전용버스구입(1억2000만 원), 자립지원프로그램 운영(3000만 원) 사업비 등은 전액 삭감됐다.
23일 현재 계수조정을 벌이고 있는 행정자치위와 건설소방위 등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삭감예산은 1000억 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차 추경'에서 삭감된 예산은 3억4500만 원(전체 2055억 원)뿐이다.
"누가 도의원에게 예산 편성권까지 줬나"이처럼 예산안을 대폭 칼질한 배경에는 집행부가 본예산에 의원재량사업비를 반영하지 않는 데 따른 보복성이라는 것이 관련 공무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의원재량사업비는 예산항목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그동안 일명 시책추진보전금이나 소규모숙원사업비로 분류돼 의원 1인당 수억 원씩 45명 모두에게 균일하게 예산을 배정해 왔다.
이는 일선 시군에서도 골칫덩어리다. 도의원이 도비로 재량사업비를 반영하면 시군에서 나머지 50%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업의 시급성과 불요불급을 따지기가 어렵거나 형평성 문제가 불거져 '누가 도의원에게 예산 편성권까지 줬느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감사원이 전북도 감사를 통해 이를 지적하고 행정안전부가 지방재정건전성 감사결과를 토대로 재량사업비 폐기를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대부분의 자치단체가 관행처럼 굳어온 재량사업비를 폐지했다. 그런데도 충남도의회는 예산심의권을 무기로 의원재량사업비를 부활을 요구하며 압박하고 있는 것.
시민단체 "볼썽스러운 싸움... 전면 폐기해야"전북도 예산부서 관계자는 "감사원에서 포괄사업비를 편성해 필요에 따라 도의회에서 숙원사업을 반영해온 관행을 지적한 것"이라며 "지금은 도의회가 아닌 시군에서 숙원사업을 받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는 최근 성명을 통해 "충남도의원들이 포괄사업비(또는 재량사업비)를 반영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집행부 길들이기'를 위한 볼썽사나운 싸움을 하고 있다"며 "도의원재량사업비는 본말이 전도된 부당한 것으로 이번 기회에 전면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시민사회단체들도 24일 오전 10시, 충남도의회 앞에서 도의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충남도의회는 오늘(23일)까지 상임위별 계수조정을 마친 뒤 오는 25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최종 계수조정을 한 뒤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추경 예산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