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8월 운전면허를 땄습니다. 당시는 도로주행이 없어 운전면허를 딴 후 아는 사람을 통해 연습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바로 제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어느 일요일 교회 집사님과 연습을 나갔다가 골목길 우회전을 하면서 그만 가벼운 접촉 사고를 냈습니다. 이후 교회에서 더 이상 운전연습을 하지 않았습니다.
2000년 그 교회를 사임하고, 개척을 했습니다. 하지만 차량을 구입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2002년 12월 둘째 처남이 타고 다녔던 프라이드 3도어(1995년 7월 산)를 주어 우리 집에는 드디어 자가용이 생겼습니다. 운전을 하면서 운행기록 일지를 썼는데 2002년 12월 12일 5만1514km부터 시작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녀석과 함께 한 지 벌써 10년입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수많은 차종이 쏟아져 나왔지만 아직도 우리 가족과 동고동락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헤어질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성격탓인지 몰라도 그냥 계속 타고 있습니다.
2005년 2월, 후진하면서 주차되어 있던 빨간색 마티즈를 살짝 긁었습니다. 보험처리로 15만 원 정도가 나왔습니다. 이후 사고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른바 '딱지' 역시 한 번도 끊기지 않았습니다. 시내에 나가면 돈이 조금 들어도 유료주차장을 이용했고, 고속도로는 100km, 편도 2차선 국도는 80km였습니다. 신호위반 딱지도 없었지요.
"딱지 끊길 날 올 거예요... 유료주차장에 해요"
지난 2월부터 기독시민단체 실무를 맡았습니다. 상근이 아니라 1주일에 3번 출근을 하고, 2시간 정도 근무를 했습니다. 그런데 '속좁은 마음'이 발동을 하고 말았습니다. 주차비가 아까웠습니다. 다행히(?) 사무실 뒤편에 주차공간이 있어 갈 때마다 주차를 했습니다. 문제는 노란점선이라 주차위반이었습니다.
석 달 동안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이제는 대놓고 주차위반을 했습니다. 그럼 유료주차장이 멀리 있었을까요? 아닙니다. 걸어 2분입니다. 명색이 목사이고, 기독시민단체 활동을 하는 사람이 주차위반을 누워 떡 먹기로 했으니 뒤탈이 나지 않으면 이상했습니다. 아내는 언젠가는 "'딱지'끊길 날이 올 것이니 유료주차장에 하라"고 했지만 우리나라 남편들 아내 말 잘 듣지 않듯이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드디어 터졌습니다. 지난 21일(월요일) 여느 때처럼 사무실 뒤편에 차를 주차했습니다. 앞에는 초록색 마티즈가 있었고, 차종이 생각나지 않지만 뒤에도 차가 한 대 세워져 있었습니다. 공간이 좁았지만 운전솜씨(?)를 뽐내며 멋지게 주차를 했습니다. 10년 무사고 운전 경력을 뽐낸 것이지요.
은행에 들러 공과금과 임대료를 납부했습니다. 은행직원이 돈을 더 많이 주었습니다. 계산을 몇 번이나 해도 돈을 더 많이 받았습니다. 꿀꺽할 수도 있지만 목사라는 양심이 발동했습니다. 직원에게 "돈을 더 많이 받았으니 다시 계산해보라"고 했더니 맞았습니다.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주차위반 상습범에 교만까지 덧칠했습니다.
주차위반에 교만까지... 결국 날아온 '주차위반 딱지'
'나도 착한 일'했다며 어깨에 힘을 주면서 차에 왔는데 '주차위반' 딱지가 딱 붙어 있었습니다. 이런 황당한 일이 있나 생각했습니다. 10년만에 처음 받아 본 딱지였습니다. 과태료는 4만 원이었습니다.
2002년 12월 12일 5만1514km부터 시작된 운행거리가 2012년 5월 21일 10만6366km였습니다. 10년 동안 5만 4852km를 달렸습니다. 1년에 5400km를 달렸으니 얼마나 차를 많이 타지 않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많이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교통법규 위반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교통법규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게 돈 2000원 때문입니다. 2000원 아끼려다가 20배를 물게 되었고, 법을 어겼습니다. 운전자 여러분 몇천 원 아끼려다 1년치 주차비 날아갈 수 있습니다. 작은 욕심이 큰 화를 부릅니다. 이제부터 초심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운전대를 잡는 순간 욕심과 교만은 금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