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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수
투수 ⓒ 이민선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투수는 어떤 투수일까? 공이 빠른 투수일까, 아니면 컨트롤이 잘 돼서 던질 때마다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집어넣는 투수일까. 둘 다 아니다. 공은 빠르면서 컨트롤이 안 돼 아무데나 막 던지는 투수다. 이런 투수 공에 맞으면 무척 아프다.

물론 프로야구 선수들 생각은 아니다. 아마추어 야구 동호회에서 활동한 지 3개월 된 김형건씨(44세) 생각이다. 5월 26일 낮 12시, 김씨가 속해있는 야구 동호회 '히트 포인트' 회원들이 경기하고 있는 경기도 안양 석수 체육공원 야구장을 찾았다.

관중들 환호만 있다면 프로야구 경기라 착각이 들 정도로 긴장감이 감돌았다. 시원한 방망이 소리, 그라운드와 마운드에서 흐르는 긴장감은 여느 프로야구 경기 못지 않았다. 하지만 팽팽한 긴장감이 간혹 깨지기도 했다.

수비를 할 때다. 몸 쪽으로 날아오는, 그리 빠르지도 않은 볼을 놓치기 일쑤였다. 이럴 경우 프로야구 경기였다면 분명 장탄식이 흘러 나왔을 터. 하지만 동호회 '히트 포인트' 선수들 입에선 웃음소리만 흘러 나왔다. 이게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점이다.

 타자(이봉훈 팀장)
타자(이봉훈 팀장) ⓒ 이민선

"70년 초에... 동네 야구에서 날렸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

'히트 포인트' 차광수(52세) 감독의 말이다. 차 감독은 야구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다. 야구에 재미를 붙이면서 오랫동안 하던 축구와 골프를 그만 두었다. 또 야구를 잘 하고 싶어서 그토록 좋아하던 술도 독하게 마음먹고 딱 끊었다고 한다.

"야구를 하다보면 다른 운동은 재미가 없어져요, 그래서 축구도 골프도 그만 두었어요. 또 술도 끊었고요. 한때는 말술이었지요. 야구를 하다 보니 내 체력이 형편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런 이유로 술을 끊게 되었어요. 야구 자랑요? 잡념이 없어져요. 스트레스도 한방에 날아가 버리고요. 이 기분은 야구를 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지요."

차광수 감독의 야구 사랑은 그의 아들 재형이에게 유전됐다. 대를 이은 야구 사랑이다. 올해 고3인 차 감독의 아들 재형이도 아빠와 같은 팀에서 뛰고 있다. 재형이의 포지션은 투수. 보기 드문 왼손잡이 투수다.

 히트 포인트
히트 포인트 ⓒ 이민선

아들이 고3이라 공부 할 시간도 부족할 텐데, 야구장에 데리고 나오기 부담스럽지 않을까? 차 감독은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푹 쉬는 게 좋다. 또 애도 좋아하고... 야구 좋아하다 보니 컴퓨터 하는 시간도 줄어들고... 요즘 아이들 술 담배 많이 해서 큰일인데, 아마 이 애는 야구 잘 하고 싶어서 그 누가 꼬드겨도 술 담배 안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공부 조금 더 하는 것보다 야구장에 데리고 나오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재형이는 원래 오른손잡이지만 왼손잡이 투수인 류현진 선수(한화 이글스)를 너무나 좋아해서 스스로 왼손잡이가 됐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연습하다보니 왼손으로도 오른 손 못지 않게 던질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마흔여섯 살 김승민씨는 야구를 잘 하기 위해 술과 담배를 모두 끊었다. 체력보강을 위해 독하게 마음먹고 딱 끊은 지 4년이 지났으니 이젠 자신 있게 끊었다고 말할 수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차광수 감독
차광수 감독 ⓒ 이민선

'히트 포인트'는 올 4월에 창단됐다. 석수동 체육공원에서 진행하는 야구 교실 수강생들이 모여서 만든 팀이다. 석수체육공원에서는 매주 화요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선수가 아닌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야구 강습을 하고 있다.

야구교실을 이끌고 있는 이는 '안양시설관리공단' 소속으로 현재 석수 체육공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봉훈 팀장(43세))이다. 이 팀장은 야구 명문 선린상고를 거쳐 경남대학에서 투수 생활을 하다가 어깨 부상을 당해 어쩔 수 없이 글러브를 벗었다고 한다.

제자들이 모여 야구단까지 만들었으니 스승으로서 감회가 남다를 터. 이봉훈 팀장에게 '히트 포인트'에 대한 감회를 물었다.

 왼쪽 (차광수 감독 아들 차재형, 오른쪽 김승민 )
왼쪽 (차광수 감독 아들 차재형, 오른쪽 김승민 ) ⓒ 이민선

"한마디로 보람이죠,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보람이라는 말로 밖에 표현 할 수가 없었요. 이런 순수 아마추어 팀이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 제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도 다지고요. 야구교실... 참 잘했다고 생각하지요."

이 팀장을 도와 이율(33세)씨도 수강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이율씨도 학창시절 줄곧 야구를 했고 실업팀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팀이 갑자기 해체되는 바람에 선수 생활을 접고 지도자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석수 체육공원에는 정규 구장과 같은 크기의 안양시 유일한 야구장이 있다. 때문에 안양 근교에 살고 있는 야구 마니아들 발걸음이 석수 체육공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히트 포인트#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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