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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한국경제의 성격 논쟁'이 한창이다. 김상조 교수는 최근 <종횡무진 한국경제>(오마이북 펴냄)이라는 책을, 장하준·정승일·이종태(이하 '장하준 등')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부키 펴냄)라는 책을 펴내 토론이 일어났다. 이에 정태인, 이정우, 김기원, 이병천, 이태경, 홍기빈 등이 가세하면서 판이 점점 커지고 있다.

경제논쟁은 경제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 독자들과 함께 토론을 벌였다. 교보문고 독자들에게 "한국경제 어떤 부분이 맘에 안 드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22명의 독자가 상세히 댓글을 달았는데, 그 중 10명(45.4%)가 양극화 문제를 이야기했고, 사회의 전반적인 불공정을 지적하는 사람도 6명(27.3%)였다. 이 밖에 재벌의 탐욕(3명), 노동문제(3명), 정치부재(3명), 탁상행정(3명), 부패(2명), 경제시스템(2명) 등의 노사문제와 정책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 글에서는 양극화와 불공정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를 중심에 놓고, 한국경제 문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독자 의견의 흐름을 살펴보려고 한다.

독자들은 '양극화'를 어떻게 이해하는가?

 교보문고와 소셜북스가 우리 사회에서 토론해볼 만한 책을 가지고 독자들과 댓글을 주고 받는 프라이데이북클럽. 이번주에는 논쟁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다
교보문고와 소셜북스가 우리 사회에서 토론해볼 만한 책을 가지고 독자들과 댓글을 주고 받는 프라이데이북클럽. 이번주에는 논쟁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다 ⓒ 소셜북스

독자들은 양극화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정부의 탁상행정(3명)과 부패(2명), 불공정한 사회(2명), 노동문제(2명)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했다. 재벌의 탐욕과 경제시스템의 문제는 소수 의견이었다.

순지연씨는 "경제정책을 내놓아도 빈부격차는 줄어들기보다는 더 커지고 양극화는 더 심화"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국민들이 원하는 정책에 예산을 투입하기보다는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하는 사업"이 많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DaeJin Song씨도 비슷한 의견이다. 최상층 기득권을 위한 정책이 양극화를 만들었고, "국민이 화합이 아닌 분열적이고 이질적인 정책들을 양산함으로써 국민들만 생활이 팍팍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것이 학습되는 데 있다.

Dong-jin Han씨는 특권층의 부패와 불공정한 사회, 정부의 탁상행정을 바라보는 국민들이 "악순환을 지켜보면서 서서히 사회전반적으로 배려심과 상대에 대한 존중을 잊고 산것이 지금의 황폐해지고 양극화가 심해진 한국경제를 낳았다"고 진단했다.

정부 정책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노동문제도 양극화를 앞당긴 원인으로 지적됐다. 정호영씨는 "업종과 부문 간 임금격차확대, 공기업의 복지·후생·보수수준 격차,고용위기, 고용 없는 성장. 비정규직과 사내하청의 증가와 임금감소, 워킹퓨어의 확산, 고용안전망의 부재, 비효율적인 고용시스템, 파견근로직, 특수고용직의 사회문제화" 등을 열거했다. '고용노동부'라는 이름만 보아도 정부가 '고용'이라는 사용자 측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충분하며, 노동현장에서 갖가지 갈등이 일어나는 이유가 충분히 설명된다.

김기철씨는 팍팍한 노동환경에 대해서 개탄했다.

"남들이 다 뛰어다니기에 저또한 뛰어다녀야 합니다. 외국은 야근이 없던데. 우리나라는 왜이리 야근이 많을까요? 남들다 열심이니 누굴 욕할수도 없는 경쟁사회.. 야근없는 안정적인 삶을 살수 있는 한국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재벌에 대한 비판이 많지 않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김정씨는 "자녀를 낳고 성장하면 그들을 위한 계열사가 필요하다"는 농담을 던지며 재벌의 부 세습과 탐욕을 비판했다. 그 외에 경제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이것은 국가의 경제구조가 정부, 그리고 정치에 의해서 감시되고 통제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독자들이 암묵적으로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독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정권이 그렇게 강조하는 '작은 정부'는 유명무실한데, 이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의 핵심적인 주장과 일맥 상통한다.

사회의 불공정 문제는 재벌과 정부 모두 무거운 책임

불공정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정의'와 '공정 사회'를 천명하면서 사회적 화두이기도 하다. 재밌는 것은 양극화 문제에 대해서 국가의 책임을 무겁게 물었던 독자들이 불공정 문제에 대해서는 재벌과 국가의 책임을 묻고 있다는 점이다.

송희진씨는 "어찌 기업이 대기업만 존재할 수 있나요?"라는 짧고 분명한 비판을 통해서 대기업 위주로 돌아가는 경제시스템을 비판했다. 최준영씨는 이런 현상이 부의 세습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계급 전반의 문제로 옮겨붙는 점을 지적했다. 즉 "이제 부의 세습은 학력의 세습, 직업의 세습으로 이어져 가진 자들에게는 선순환을, 가지지 못한 자들에게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순익씨는 공정 사회가 되는 데는 정부의 산업 정책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전제한 후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공동의 미래를 고민해야 할 판국에 사회 전반적으로도 그렇고, 특히 정치하시는 분들은 허구한 날 기득권 챙기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경제적 문제가 심각해져가는 것도 당연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마태호씨는 유럽 복지국가의 사례를 제시하며 "사회적으로 복지가 잘된 나라라도 국부의 상당수는 몇몇 기업이 가지고 있지만 세제라는 정책으로 세전의 빈부의 격차를 세후에 보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기업이 경제활동을 하고, 노동자가 노동활동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우미 역할을 잘 해줘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는 비판이다.

독자들의 글을 읽으며 '공정사회가 무엇일까?'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는데, 최은선씨가 아주 단순명쾌하게 이를 정리해 주었다. 한편 이것도 못하는 우리 사회가 조금 부끄러웠다.

"열심히 노력하는 능력자에게는 그만큼의 대우를 해줬으면 좋겠어여! 우리나라를 짊어지고 나갈 젊은이들을 위한 혜택이 다양해졌으면 좋겠네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어떤 책인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2005년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가 경제 대담을 벌인 것을 책으로 펴낸 <쾌도난마 한국경제>(부키)의 연장선이다.

당시 세 명의 경제학자는 신자유주의로 내몰린 한국경제의 대안으로 '복지국가'를 제시했는데, 대기업이 먼저 살고 나머지가 떡고물을 챙기는 시혜적 복지가 아니라 구조조정에 대한 재교육시스템, 의료, 교육 등에 대한 생산적 복지를 통해 고도의 경제구조로 재편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요즘 말로 '보편적 복지'의 원형이다. 현재 보편적 복지는 민주통합당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에서도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경제민주화에 대한 논쟁이 관전포인트인데,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의 저자들은 신자유주의와 경제민주화가 교묘히 섞여 있는 경제 담론을 파헤치며 진정한 경제민주화로 가기 위해서는 국가 제도의 차원에서 경제시스템을 적절히 통제해야 하고, 재벌에게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해 주는 이른바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서 재벌 문제를 해결하라는 제안을 던지고 있다.

감정적인 비난이 오갈 정도로 격론이 벌어지는 부분은 이들이 제시하는 대한민국의 산업정책 아이디어의 일부가 박정희 정권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고, 이 책의 저자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 일견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부분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책과 함께 프레시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국경제 성격논쟁" 시리즈를 참조하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소셜북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의 쾌도난마 한국경제

장하준.정승일.이종태 지음, 부키(2012)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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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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