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노동조합이 만든 노조 홍보 유인물을 사측이 빼앗고 훼손한 행위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된다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판결이 지난 24일 나왔다. 하지만 삼성 측은 이 판결 직후 곧바로 박원우 삼성노동조합 위원장의 징계를 추진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삼성노조는 29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삼성에버랜드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은 부당노동행위에 사과 하나 없이 또 노조를 탄압하고 나섰다"라며 "그 동안의 부당노동행위를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박 위원장 징계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삼성노조는 지난해 7월 복수노조제도 시행과 함께 삼성에버랜드 노동자들 중심으로 설립됐다.
사육사의 억울한 죽음 밝히려 한 게 징계 이유?삼성노조에 따르면 삼성에버랜드는 지난해 8월 26일과 27일 경비원을 동원해 노조의 유인물 배포를 막았고, 그 자리에서 유인물을 빼앗거나 찢어 버리는 등의 훼손행위를 저질렀다. 노조 측은 9월 같은 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방해 행위에 대해서도 구제신청을 했으나 조합원 이외 관련 단체 사람들이 함께 있었다는 이유로 인정되지 않았다. 부당노동행위는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노동3권을 사업주가 침해하는 경우로, 중앙노동위원회는 사측에 원상회복명령이나 구제명령을 내리게 된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노조의 설립과 운영을 노골적으로 방해해 온 삼성에 처음 제동을 걸었다는 의미가 있다. 삼성은 지난해 삼성노조가 설립된 직후 조장희 노조 부위원장을 해고했고, 김영태 회계감사에게는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내린 바 있다. 이번 박 위원장의 징계가 결정되면 노조 간부 4명 가운데 3명이 징계를 받게 된다.
삼성에버랜드 측은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노동행위 판결이 난 후 약 2시간 만에 박 위원장을 징계하겠다며 인사위원회 출석을 통보했다. 지난해 9월 9일과 16일 회사의 허가 없이 사내에서 유인물을 배포한 것과 지난 2월 삼성에버랜드 비정규직 사육사 고 김주경(25)씨와 관련해 성명을 발표해 '회사의 명예를 오손했다'는 이유다. 또 노동전문매체 <매일노동뉴스>와 지난 3월 28일 인터뷰에서 삼성의 무노조 경영과 이건희 회장 일가의 경영세습을 비판한 것도 문제 삼았다.
삼성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앙노동위원회가 지난해 9월 회사의 방해 행위는 다른 시민단체들이 참여했다는 이유로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노조 홍보활동이 징계이유가 될 수는 없다"며 "노동조합을 인정한다면 이렇게 노골적으로 조합활동을 방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고 김주경씨의 사망에 얽힌 진실규명을 위해 활동하는 과정에서 발표한 성명서 내용을 문제 삼고 있는데, 노조는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고 유족의 산재신청을 도왔을 뿐"이라며 "삼성은 자신의 사업장에서 일어난 죽음에 사과 하나 없이 개인의 실수라고 호도하고 산재신청을 준비하던 과정을 사찰했다"고 지적했다. 삼성 측은 김씨의 죽음과 관련해 '김주경 관련 상황보고'라는 문건을 작성했고, 노조는 이를 공개한 바 있다.
삼성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삼성이 자랑하는 무노조 경영이란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3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반헌법적 발상"이라며 "삼성은 삼성노동조합의 설립초기부터 현재까지 미행, 협박, 회유, 징계 등의 형태로 노조 파괴를 위한 탄압을 계속해 왔고 이번 박 위원장의 징계도 이러한 연장선에 있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한편, 박 위원장의 징계를 결정하는 인사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 개최됐다. 박 위원장은 출석에 앞서 "사측이 어떻게든 노동조합을 와해시키려 시도하고 있지만, 어떤 징계가 떨어지더라도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삼성을 부당노동행위로 제소한 적도 없었고, 승소 판결을 받은 적도 없었다. 이번 '부당노동행위' 인정 판정도 삼성노조의 힘"이라며 "노조 홍보가 합법적으로 인정받은 만큼,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요즘 삼성의 다른 계열사에서도 노조 설립이나 조합 가입에 대해서 문의가 온다"며 "삼성노조는 직원들이 노조에 관심 갖도록 씨앗이 되고, 삼성 무노조 경영과 이건희 세습경영을 막아내고 민주노조가 정착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