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택과 건물은 노출콘크리트가 대세다. 노출콘크리트는 콘크리트의 노출을 최고의 아름다움으로 추구한다. 단독 주택도 그렇고 교회 건축물도 예외가 아니다. 물론 단열에는 취약하다. 여름에는 무척이나 덥고, 겨울에는 추운 게 사실이다. 냉난방비가 만만치 않다.
유리로 된 집과 건축물은 또 어떨까? 서초구 어느 회사의 본사와 방이동 어느 교회 건축물도 온통 유리다. 아름다움으로 치면 우리나라에서 최고다. 그러나 에너지 절약에서는 그 역시 최악일 수 있다. 개폐를 전혀 할 수 없는 유리 온실의 연장이라는 차원에서 말이다. 여름철 냉방장치를 정지하면 계란이 반숙될 것이고, 겨울철엔 그 반대가 될 것이다.
노출콘크리트든 유리 건축물이든 지금은 그런대로 괜찮다. 아직까지는 '오일피크(석유생산정점)'의 영향을 덜 받고 있는 까닭에서다. 그러나 향후 10년 안팎에는 반드시 그 대가를 지불케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1년에 건물 냉난방으로 소요되는 비용이 30~48조 원이라고 한다. 향후 10년 안팎에는 곱에 곱은 더할 것이다. 그에 따른 대비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냉난방기 없이 여름철에는 시원하고, 겨울철에는 따뜻한 집
이대철의 <살둔제로에너지하우스>(시골생활 펴냄)는 그야말로 난방없이 한겨울 실내온도를 영상 20도로 유지할 수 있는 패시브하우스에 관한 이야기다.
그가 30년 전 경기도 용인의 마북리에 전원주택을 짓고 살 때는 난방과 단열효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지만, 현재 강원도 홍천의 살둔 마을에 지은 주택은 국내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에너지 절약형 주택이다. 물론 그가 직접 영문서적들을 읽고, 손수 연구하여, 업자들을 불러 공을 들여 지은 집이고, 현재는 특허까지 낸 상태다.
"한옥, 진흙집, 흙부대집, 스틸하우스, 목조주택은 겨울에 난방을 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거주가 어려운 주택들이다. 이러한 주택들에서 난방이 없으면 겨울철 실내온도가 쉽게 영하로 떨어질 것이다. 난방을 하더라도 실내온도는 10도 내외가 될 것이다. 물론 계속해서 난방을 하면 적절한 실내온도를 유지할 수 있겠지만, 엄청난 난방비를 감수해야 한다."(157쪽)이것이 바로 패시브하우스, 곧 제로에너지하우스를 연구하고 실험하여 그가 집을 건축한 이유다. 냉난방기 없이도 여름철에는 시원하고, 겨울철에는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쾌적하고 온화한 집이다. 그야말로 삶의 질을 드높이는 집이다. 그를 위한 표준모형의 특징은 태양광발전 설비를 하고, 고단열 조건을 만족시키는 'SIP(Structural Insulated Panels)' 자재를 쓰고, 건물의 바닥에도 단열을 하고, 삼중 유리창을 사용하고, 열회수 환기장치를 설치하는 것 등이다. 물론 벽돌난로도 적극 권장한다.
"벽돌난로는 화구의 온도를 1000도 이상으로 올려 완전연소를 이루는 방식이다. 당연히 난로속에 저장되는 에너지의 양은 극대화하고 굴뚝으로 나가는 연소가스는 무해한 이산화탄소와 수증기만 배출된다. 특히 패시브하우스는 거의 완벽히 밀폐되어 있으므로 연소에 필요한 공기를 실내 공기를 사용할 수 없고 외부에서 공급되는 공기의 양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178쪽)뭐든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 했던가. 현재 우리나라에 SIP로 지은 패시브하우는 전북 임실군 임실읍 금성리의 집과 강원도 춘천시 동내면 사암리의 집, 충북 음성군 생극면 생리의 집, 그리고 전남 나주시 왕곡면 백산리의 환경교육센터 등이 있다고 한다. 강원도 쪽에 살고 있는 분들은 그가 살고 있는 살둔 마을로 찾아가면 될 것이다. 아울러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주관하여 보급하는 12평에서부터 37평의 패시브하우스 설계도 도면도 10여가지나 있다고 한다.
"이 도면들은 웰촌홈페이지(www.welchon.com)또는 각 시 군의 건축과에 배치되어 있어 복사 서비스를 통해 구할 수 있다. 담당부서의 이야기로는 실제 건축된 모델하우스는 아직 없다고 한다. 이 주택 모형들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난방에너지를 계산해 보았더니 실내면적 1제곱 미터 당 2.2.~6.2ℓ라고 한다. 이 수치는 일반 주택 대비 1/10이하라고 한다."(292쪽)이 밖에도 이 책에는 성당건물을 비롯해 학교 건축물과 기존의 임대아파트까지도 제로에너지하우스 개념을 도입할 수 있는 요량까지 자세히 설명해 놓고 있다. 그만큼 그는 제로에너지하우스의 홍보 전도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유는 오직 하나다. 앞으로 닥쳐 올 오일피크에 완벽하게 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에서다. 어떤가? 우리나라의 대기업 건설사들도 이쪽 방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살둔 제로에너지하우스 - 난방 없이 한겨울 영상 20도를 유지하는 거짓말 같은 집 이야기, 이대철 저, 시골생활 펴냄, 2012.05.15,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