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돌아보는 실크로드 여행길. 중국 최대 규모 사막인 타클라마칸 사막 횡단을 무사히 지나, 북부 오아시스 마을 룬타이를 걸쳐 교통의 요충지 쿠얼러(庫爾勒 고이륵, 库尔勒, Korla)에 도착하였다.
자전거 여행 소식을 듣고 집으로 초대를 해주신 한인가족 덕분에 한국 음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낯선 이곳에서 정성이 한가득 담긴 음식과 이야기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쿠얼러에서의 즐거운 추억을 가슴 가득 새긴 채 실크로드의 다음 포인트 지점인 투르판(吐魯番Turfan, 트루판)으로 향한다.
자전거 진입을 막는 중국 경찰
도심을 벗어나 다음 목적지 투르판으로 가는 길. 교통의 중심지답게 우루무치, 투르판 등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여럿 있어 많은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곳에서부터 다음 목적지 투르판까지는 약 390km. 도로 상태에 따라 소요시간은 달라지지만 타클라마칸 사막을 벗어난 구간인 만큼 조금은 여유로운 라이딩을 이어나간다.
"자전거는 들어갈 수 없어." "지금까지 잘 들어갔는데 봐주라.""이 구간은 안 돼."실크로드 여정의 시작점인 캬슈가르에서 출발하여 이곳까지 오면서 단 한 차례도 자동차 전용 도로 및 고속도로 자전거 진입을 통제하지 않았다. 그런데 쿠얼러에서 투르판을 연결하는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예상치도 못한 경찰 검문이 있어 실랑이 끝에 결국 도로 옆 옛 국도로 진입했다.
자동차 전용 도로와는 달리 산으로 둘러 둘러 이어진 옛 국도. 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 비까지 내리고 일행의 자전거에 문제가 생겨 사막 구간 못지않는 어렵고 힘든 일정을 이어나갔다.
실크로드 두 바퀴 여행에서 범죄(?)를 저지르다
네 시간쯤 빗속에서 오르막길을 올랐을까? 비조차 피할 수 없는 계속되는 산길로 지쳐갈 때쯤 다행히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을 발견해 간만에 바닥에 앉아 달콤한 휴식을 취한다. 이른 아침 출발을 한 터라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더욱 힘든 상황. 다행히 저 앞에 마을이 보여 마을에서 식사를 해결하기로 하고 무거운 발걸음을 재촉해 마을로 향한다.
"이 길이 아닌가? 마을이랑 멀어지는 느낌인데.""제가 봐도 그런 것 같아요. 국도가 마을과 연결되지 않나 봐요.""도로가 미끄러워서 돌아가기에는 쉽지 않은데."비를 피하면서 마을이 보였기에 조금만 가면 따듯한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다는 행복함에 달려왔는데, 우리가 이용한 국도는 그 마을을 지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돌아 돌아 마을로 가는 것인지 약 2시간을 달려도 마을은커녕 자동차도 다니지 않는 비포장도로가 계속된다. 이렇게 가다가는 하루 계획한 거리는 물론 앞으로의 일정도 틀어지는 최악의 상황. 결국, 더는 나아가지 않고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비를 피하고 약 5분 동안 이어진 토론 시간. 최종적으로 이렇게는 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전거는 진입을 막았던 도로로 올라가기로 하고, 도로 한쪽 계단을 이용하여 고속도로로 진입한다.
한국이었다면 고속도로 자전거 진입 법규가 엄격하기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이곳은 중국이고, 무엇보다 여행자이기에 혹시나 문제가 되거나 제지를 당하면 다시 국도로 내려오기로 하고 고속도로로 올라간다.
오전 내내 달렸던 국도와는 달리 길게 뻗은 고속도로. 거기에 다행히 차도 많이 없고 무엇보다 갓길이 넓은 것은 물론 바로 옆 비록 좁긴 하지만 길이 나 있어 순찰차량을 발견하면 아래로 내려가기로 이야기를 하고 조금은 편안한 라이딩을 이어 나간다.
<토박이야기 : 몇 번의 순찰차를 만났지만, 다행히 문제없이 고속도로 구간을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엄연히 따지면, 법규를 어긴 범죄행위이니 혹 중국으로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여행자가 있다면 고속도로 진입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외국인은 비싼 호텔만 이용해야 한다고?
고속도로 진입 후 쉬지 않고 약 5시간을 달려 도착한 작은 마을 후이족 자치현 Yanqizhen. 이번 여행에는 계획에 없었던 도시었기에 숙박은 물론 사전 정보를 준비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마을 규모가 크다.
조금 특이한 것은 다른 도시와는 달리 위구르 및 소수민족 거주 지역과 중국인(한족) 거주지가 분리되어 있는데, 이 지역 역시 시위 등으로 여러 문제가 있었는지, 가격이 비싼 5성급 호텔을 제외하고는 외국인 투숙을 허가해주지 않아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하였다.
"3인실 방 있어? 얼마야?""응 있어 200위안. 신분증 줘.""신분증은 없고, 자 여기 여권.""너 한국 사람이야? 외국인은 OO호텔(5성급)으로 가야돼."중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외국인은 신변보호를 위해 외국인 지정 호텔을 이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특히 신장 지역은 치안은 물론 독립 시위로 더욱 상황이 좋지 않아 외국인 투숙 규정이 조금은 까다롭게 제한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온 여러 도시에서 호텔과 공안의 연락으로 숙소를 정하는 것이 그렇게 힘들지 않았는데, 이 도시에서는 거의 모든 숙박시설에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투숙할 수 없다는 말만 계속될 뿐이다.
해가 지고 있었기에 다른 도시로도 이동이 불가능한 상황. 결국, 마을을 벗어나 투숙신고를 하지 않는 저렴한 현지인 숙소를 이용하려 마을을 벗어나려 하는데, 마을 입구에 비즈니스 호텔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어가 외국인임을 밝히고, 다음날 새벽에 일찍 출발할 것을 이야기하며 단 몇 시간이라도 지낼 수 있도록 부탁을 한다.
호텔 관리자는 물론 사장(?)이 직접 와 고민을 하는 상황. 어디로 전화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몇 번의 통과 끝에 내일 아침까지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어 쿠얼러를 출발한 지 12시간 만에 짐을 내리고 비에 젖은 옷을 벗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숙소를 해결했으니 이제는 허기진 배를 채울 시간. 젖은 옷을 방 한가운데에 걸어놓고, 식당이 있는 마을 중심으로 가기 위해 호텔 앞 기다리던 택시에 오른다.
"오늘 법 지키지 않은 것을 여기서 죗값을 치루나 봐.""그러네요. 앞에서 보니 딱 두 분 철창에 갇혀 있는 모습이네요.""고속도로 진입이 조금 마음에 걸렸는데, 이렇게 죗값을 치르니 한결 기분이 좋네! 허허허."
중국의 거의 모든 택시는 운전기사와 승객 보호를 위해 택시에 철장(?)을 설치해 놓았는데, 이것을 보고 함께 온 동료가 오늘 법규를 어겨 마치 철장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며 이야기를 한다. 가만히 듣고 보니 비록 철장은 아니지만, 상황은 맞아 맞아떨어지는 지금 이 순간. 비록 철장은 아니지만, 법규를 어긴 만큼 택시 철장에서 오늘의 죄를 반성하며, 웃음보를 터트린다.
얼마 가지 않아 도착한 마을의 중심가. 비가 내려서인지 아니면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먹을 것은 물론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덧붙이는 글 | 2011년 7월 24일부터 8월 30일까지 다녀온 여행입니다.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