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8일, 대구의 한 테마파크 주차장에 창원에서 출발한 버스들이 하나둘씩 도착했다. 기대 가득한 웃음으로 차에서 내린 아이들은 어느덧 주차장을 가득 채웠다.
노란색 조끼를 입은 아저씨들이 한 손엔 고사리 같은 아이들의 손과 다른 한 손엔 아이들이 먹을 간식을 들고 함께 웃으며 테마파크로 입장했다.
"정말 재밌을거 같아요!", "얼른 저거 타보고 싶어요!"라며 외치는 아이들과 함께 함께 환하게 웃는 노란 조끼 입은 어른들은 누굴까?
그 주인공은 최장 자원봉사활동 기네스기록을 인증받은 창원 한마음병원 직장동호회 '한마음나눔회' 회원들이다. 이날 창원 한마음병원(병원장 하충식), 한마음나눔회는 개원 이후 18년간 이어진 나눔 행사 중 하나인 '마음으로 보는 세상'을 열였다.
이날 행사에는 경남지역 아동 및 청소년 1500여 명이 참석해 다채로운 야외 활동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누적 참여인원만 1만여 명. 지방의 4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이 연례행사로 진행하기에는 적지않은 부담이 들 법한 행사임에도 병원 개원이후 한번도 빠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칭찬 받으려고 하는 일 아닙니다"라며 자신을 취재할 일이 아니라는 하충식 병원장(52)은 '아반떼 병원장'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을 정도로 자린고비다. 골프도 치지 않고, 15년째 탔던 엑센트를 카 센터 정비기사가 "도저히 못 고친다"라고 한 말에 바꾼 차가 아반떼며, 그마저도 "엑센트보다 연비가 안 좋다"고 아쉬움을 드러낼 정도다. 얼마 전에는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병원 유리 전체에 일명 '뽁뽁이'라고 하는 포장재를 붙일 정도로 절약하는 사람이 액수로만 봐도 엄청난 비용의 이런 행사를 하는 이유는 뭘까?
"이 돈이요? 제 주머니의 돈이 아닙니다. 병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5천 원, 1만 원씩 주신 돈입니다. 병원은 사람을 치료하는 곳입니다. (사람을 치료해서) 그렇게 번 돈으로 내 이익을 취할 순 없지요."짧은 답변이였지만 하 원장은 의사로서의 철학은 확고해보였다. 또 하 원장은 이 행사로 연을 맺은 학생이 간호대를 졸업하고 간호사 면허를 취득한 뒤, 하 원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러왔다는 일화를 통해 '나눈다는 건 잠시 내 곁을 떠나지만 결국은 더 큰 행복으로 돌아온다'라는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증거 아니겠냐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지난해 제 1회 국민추천훈장(포장)을 수상한 소감에 대해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라고 짧게 운을 띄웠다.
"누구한테 드러내놓고 한 일이 아닌데 이렇게 큰 상으로 인정을 받게 될 줄 몰랐습니다. 앞으로 살아 있는 동안 내가 무엇을 하게 되든 내 능력껏 남을 돕고 사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나 좋자고 하는 일인데 상 받아서 계속 이어가는 듯이 억지춘향처럼 되어버렸네요.(웃음)"창원 한마음병원은 조만간 인근 부지에 1천 병상 규모로 병원을 증축할 계획이다. 나눔을 통한 마음과 의술로 지역사회에 더 큰 규모로 봉사하는 병원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