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명이 소비에 중독되었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더 나은 스마트폰을 사고, 세일 기간이면 불필요한 옷들을 잔뜩 사면서 이것이 삶을 더 행복하게, 풍부하게 해줄 것이라 믿는다.
우리가 조금만 덜 쓰고 살면 다른 생명, 지렁이, 파리가 더 잘 살 수 있다. 다른 생명까지 갈 것도 없다. 소비의 86%를 차지하는 20%의 계층이 조금만 소비를 줄이면 수많은 아이들을 살릴 수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왜 소비를 하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다.
이 책의 주인공 열두 살 프랑스 소년 위고는 부모님을 따라 프랑스령인 아프리카 마요트, 즉 먼 변방에서 4년을 보내게 된다. 그곳은 매우 가난하고, 더럽고 벌레가 많은 곳이어서 위고는 처음엔 혐오감을 느낀다.
"마요트에 있을 때, 나는 그곳이 싫었다. 그 섬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들뿐이었다. 떠나온 뒤에야 그곳이 나를 얼마나 변화시켰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좋은 쪽으로의 변화라고 생각한다."서구사회는 20세 이상을 성인으로 보지만 마요트는 15세면 어른으로서 일을 하고, 동생들을 키우고, 물고기를 잡으며 산다. 그곳에서 위고는 자신이 너무 어리다는 것을 깨닫고 어느새 그들 속에서 성숙해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어떤가. 20세가 훌쩍 넘은 대학생까지도 공부라는 것에 숨어 삶에 대한, 생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산다. 20세면 충분히 삶과 생활을 위한 일을 할 수 있는데도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책임을 지는 법을 잃어버리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위고는 소비와 유행에 "도대체 (물건을)왜 사는데?"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고, 차츰 편리하고, 소비하고, 유행에 따르는 프랑스의 삶에 거부감을 느낀다. 그러다가 차츰 자신과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며 그 생각을 행동에 옮긴다. 광고에 낙서를 하거나 블로그를 통해 소비를 비판하는 일을 하며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길을 생각한다. 결국 경찰에 붙잡히고, 아버지께 혼이 난 후 집에서 지난 5년여를 되새김질하는 게 이 책의 기본 줄기이다.
"(우리는) 어떤 물건을 그 자체나 필요성 때문에 사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 때문에 손에 넣고 싶어 하는 거였다."우리도 친구가 새 신발을 산다고 해서 장에 가득 있는 신발을 놔두고 백화점으로 달려가고 있진 않은 걸까. '행동은 하지 않아 후회할 때가 많고 물건은 사서 후회하기가 쉽다'던가. 무엇이 행복으로 가는 길일지 계속 곱씹어봐야 한다.
왜 선진국일수록 행복도가 낮아지는 것일까? 세계 최빈국에 속하는 부탄이 왜 행복지수에서는 1등을 차지할까? 행복은 소비와는 상관이 없다. 행복은 물질적 행복보다는 정신적 행복인 것 같다. 물론 정신적 행복에도 최소한의 물질은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우리가 소비하는데 쓰는 돈을 버는 시간으로 가족과 조금 더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무조건 세상의 흐름을 따라갈 게 아니라 저항하며 나의 흐름을 찾아봐야겠다. 그렇다고 정말 모든 걸 버리는 게 행복한 길일까? 이 책도 답을 주진 않는다. 내가 해나갈 생각이겠지.
'나는 사고 싶지 않을 권리가 있다!'. 이 제목만큼 이 책을 잘 표현해주는 단어는 없는 듯하다.
위고가 "앞으로 뭘 하고 싶니?"라는 질문에 답한 말이 참 인상 깊다.
"달 위를 걷고, 매일 사랑을 나누고 (중략) 아버지가 될 용기를 갖고 싶다고 대답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진짜 대답은 더 단순하면서도 복잡하다. 나중에, 나는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이 책에는 인용하고픈 말들이 너무 많지만 다 담을 수 없어 아쉽다. 청소년들이 함께 읽으면 퍽 좋겠다.
덧붙이는 글 | * <나는 사고 싶지 않을 권리가 있다> 미카엘 올리비에 씀, 윤예니 옮김, 바람의아이들 펴냄, 2012년 2월, 171쪽, 9000원
* [라이브러리&리브로]에도 보냈습니다.
* 류옥하다 기자는 열네 살 학생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