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 21일, '세계인종차별철폐의 날'에 국가인권위 앞에서는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인종 차별에 경종을 울리며, 특히 정부에 의해 주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차별정책을 규탄하는 시민사회단체의 기자회견이 열렸었다.
기자회견을 열었던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등 시민사회단체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한국사회는 다문화·다민족사회에 진입했지만 다문화·다민족사회가 무색할 정도로 이주민에 대한 인권침해와 차별의 수위는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560명의 이주노동자와 함께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넣었었다.
진정 이유는 당해 1월 1일부터 6월 31일까지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시행되었던 선별적 사면합법화 대상에서 배제된 비동포 이주노동자들과 결혼이주여성들에 대한 국적과 인종에 따른 차별행위였다.
당시 진정서에 이름을 올렸던 이들은, 중국동포였다면 법무부의 합법화 정책에 따라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얻을 수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미등록으로 체류한 지 10년이 넘거나, 한국에서 자녀를 출산한 경우, 산재를 당해서 체류 기한을 넘긴 경우, 결혼으로 입국하였다가 결혼생활이 파탄되어 미등록 체류자가 된 경우, 고용허가제의 독소 조항인 근무처변경 횟수 제한 초과 등 다양한 사연을 안고 있었다.
국적과 인종에 따른 차별행위 시정을 요구하는 진정서가 작성될 때만 하더라도, 정부는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에 관한 국제협약' 이행 관련한 제13, 14차 국가보고서 심사에서 인종적 동기에 기인한 범죄의 금지 및 처벌을 위한 특별 입법조치를 채택할 것을 우리 정부에 권고한 부분에 대해, 14,15차 보고서에 "한국사회는 인종적 동기에 기인한 범죄가 역사적으로 거의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종차별적 범죄행위에 관하여 특별 입법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었다.
게다가 정부는 2010년 9월 21일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위헌소송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을 통해 외국인에 대해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었다. 정부는 참고인 발언을 통해 '외국인을 차등적으로 대하는 것은, 이주노동자 제도가 만들어졌을 때부터 존재했던 상식적인 이야기이며, 국민에 준하는 외국인부터, 입국 불허 외국인까지 차등정책을 두는 것이 '이민 정책'이라는 것이다'라고 주장하여, 이주노동자의 기본권 주체성을 부정하고 있음을 드러냈었다.
이러한 정부 태도는 정부의 인종차별에 대한 인식 수준을 가늠할 수 있게 하던 터라, 시민단체의 국가인권위에 대한 진정 효과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국가인권위원회가 '재외동포 고충해소 합법화 조치로 인한 비동포 외국인에 대한 차별' 행위 진정건에 대해 법무부장관에게 차별을 시정할 것을 주문하는 결정을 내려, 향후 국가기관에 의한 인종, 국적에 따른 차별행위가 시정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권위, 인종에 따른 차별 철폐 권고 결정 헌법 제6조 제2항은 "외국인은 국제법과 조약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지위가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외국인도 헌법상 기본권을 행사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도 "외국인은 국민과 유사한 지위에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기본권 주체성이 인정된다"고 결정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국제법은 물론이고, 헌법이 보장하는 이주노동자, 외국인에 대한 기본권 주체성도 인정하지 않으면서 인종차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례로 작년 재외동포에 대한 합법화 조치에서 비동포들을 배제한 것은 가장 손쉬운 예다. 당시 정부는 중국동포를 포함한 구소련권 동포의 경우, 1. 10년 이상 불법체류자 및 그의 배우자와 직계비속 2. 부모 또는 배우자가 국적이나 영주권을 취득한 자 3. 국내에서 자녀를 출산한 자 4. 산재 후유증으로 치료가 요망되는 자 5. 국민의 배우자 자격으로 체류 중 혼인관계가 파탄된 자 6. 불법체류 상태로 국민과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자 7. 방문취업 자격으로 불법체류 중인 자들, 즉 7개 신청 대상 영역을 정하여 합법화시켰다.
위와 같은 정부 입장에 대해 국가인권위는 "법무부장관에게, 향후 인도적인 차원에서 외국인 대상의 출입국 관련 구제 등의 정책을 추진할 경우에는 비동포 외국인이 배제되어 차별받지 않도록 할 것을 권고한다"고 4월 24일자로 결정하고, 지난 5월 하순 관련 진정인과 피진정인에게 결정문을 통보했다.
인권위는 재외동포 우대 정책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독일, 일본, 대만, 싱가폴 등 다른 나라에서도 정책적 배려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로, 이는 동포에 대해서 우대를 하려는 것이지, 외국인을 차별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기준을 설명했다.
즉 국내 체류 재외동포의 인도적 측면을 고려하여 7개의 신청대상 영역을 선정하여 재외동포 고충해소 방안 사업으로 실시하면서 불법체류라는 같은 상황하에 있는 동포와 비동포를 구분하여 재외동포에게만 인도적 차원의 혜택을 부여하고 비동포 외국인을 배제하는 것은 인종차별 철폐 및 평등을 추구하는 국제인권기준의 관점에서 타당하지 않으며, 그 합리성이 결여되어 차별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미 우리 정부가 2003년 9월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해 합법화 조치를 취한 사례를 고려해 볼 때 비동포 외국인에 대해서도 동일한 또는 유사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인권위는 판단했다.
인권위는 판결요지에서 "이와 같은 정책적 관점은 외국에서 불법체류하고 있는 재외동포의 인권 문제를 국가간 호혜주의 원칙에서 보호할 수 있는 순기능 측면도 기대할 수 있고, 인도적 견지에서 살펴볼 때, 합법적이니 체류 자격이 없는 동포와 비동포는 현재 국내에서 장시간의 노동, 임금체불, 산업재해 노출 및 공공 의료 접근의 제한 등 많은 어려움 속에서 체류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오히려 비동포 외국인은 문화적 차이와 언어소통의 한계로 인도적인 측면에서는 더욱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비동포 외국인이 처한 인권적 상황은 인도적 차원에서 불법체류 상태의 재외동포와 달리 보아야 할 합리적인 사유가 없으므로 인도적인 목적으로 시행되는 출입국 관련 사업이라면 비동포 외국인의 인도적인 측면도 동시에 고려하여 출신 국가를 초월하여 모든 인간에 대한 보편적 입장에서 시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위와 같은 인권위의 결정에 대해 관련시민단체들과 이주노동자들은 환영의 뜻을 표하고, 정부가 즉각적인 후속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는 향후 관련 이주민들과 함께 차별 철폐를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서명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우리사회는 지금 곳곳에서 '다문화'를 말하고, '다문화'를 덧입히는 등 다문화열풍이다. 체류 외국인 140만 시대, 단일민족적 관념을 가지고 살아왔던 기성세대는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사회를 살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사회는 기존 관념과의 충돌로 인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고, 이주민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고,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들을 마련하는 것을 주저해서는 안될 시기에 이르렀다는 것을 주지해야 할 것임을 인권위 결정은 말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