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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5년차 주부 윤진숙(35, 가명)씨는 주위의 만류에도 얼마 전 차를 팔았다. 아이 둘 엄마라 한창 아이들 때문에라도 차가 필요해지는 시점인지라 다들 오히려 차를 새로 구입하게 되는 시기였다. 하물며 있던 차를 판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얼마 전 재무상담차 이야기를 나누는데, 저희가 차 유지하는데 한 달 평균 들어가는 돈이 50만 원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돼 깜짝 놀랐어요. 저는 주유비만 생각하고 한달 평균 많아야 20만 원 정도 든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각종 보험료에 세금, 주유비, 때때로 발생되는 수리비와 세차비, 주차비와 톨비 등등 연간 비용으로 따지니까 일년에 600만 원 정도 드는 꼴이더라고요. 남편도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고, 저도 주말 마트갈 때나 애들 데리고 어디 놀러갈 때만 쓰죠. 어쩌다 한번 지방에 계신 양가 부모님들 뵈러 갈 때 쓰는 정도니까 정말 적게 쓰는 거거든요. 그나마 저희는 아버님께서 쓰시던 차 물려받은 거라 차량할부금이 안 들기에 망정이지 신차 할부라도 샀다 하면 돈백만 원은 우습게 깨지겠어요."

지난 1월,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보통휘발유 가격이 오르면서 2천 원에 육박하고 있다.(자료사진)
 지난 1월,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보통휘발유 가격이 오르면서 2천 원에 육박하고 있다.(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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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당장 차를 없앤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우선 평소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남편의 반발이 예상 외로 거셌다. 그래도 요즘 차 없는 사람이 어딨냐면서 그렇게까지 안달을 떨어야 하냐며 괜스레 호통이었다. 한 달에 차량 유지비로 얼마 정도 드는지를 정리해서 보여주자 남편 역시 깜짝 놀랐다.

아이 한 명당 현재 30만 원 정도가 들어가고 있는데 차 하나가 웬만한 아이 하나 부양하는 비용이 드는 셈이었다.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이 정도 비용을 들일만큼 정말 필요한가를 다시 꼼꼼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차도 낡았고 자꾸 수리비도 들어가기 시작하고 하는 시점이라 결국 남편과 결단을 내렸어요. 차 없이 생활해 보기로요!"

생활비 무려 20만 원 이상이 줄다

일단 차를 없애고 나니까 생각보다 불편은 적었다. 어차피 매일 쓰던 게 아니니까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문제는 마트에 가서 장보는 거였다. 차가 없으니 가족 다같이 주말마다 놀러가듯 마트에 가서 장보는 일이 불편해진 것이다.

"도저히 대중교통으로는 애들 둘 데리고 마트에 갈 수 없겠더라고요. 하는 수 없이 남편 퇴근할 때 부탁해서 급한 것만 사들고 들어오거나, 남편이 애들 돌보고 제가 잠깐 나가서 인근 시장이나 생협 매장에 가서 조금씩 들고 올 수 있을 만큼만 장을 봐요. 한꺼번에 묶어서 살 땐 싼데 조금씩 낱개로 사다보니 더 비싸게 주고 사는 건 아닌가 조금 걱정도 되더라고요."

그런데 한달 생활비 정산 결과는 놀라웠다. 생활비만 무려 20만 원 이상이 줄어든 것이다! 더 비싸게 낱개로 구입했음에도 생활비가 줄어든 것은, 한꺼번에 묶음 상품으로 사는게 단가는 쌀지 몰라도 한꺼번에 많이 사다 보니 실제적 지출규모는 컸던 것이다. 게다가 그때그때 사다먹다 보니 무겁게 많이 사들고 오지 않게 되고, 그러다보니 냉장고에 쟁여두고 먹지 않게 되어 버려지는 음식 또한 눈에 띄게 줄어들게 되었다.

"주말 마트용으로 주로 차를 사용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너무 비싼 카트였던 셈이에요. 게다가 제가 차가 있다 보니 인근 아파트 사는 친구랑 마트 같이 갈 때도 제가 태워가고 데려다주고 할 때가 많았거든요. 그렇다고 뭐 차비를 받을 것도 아니구요. 그런데 이젠 어쩌다 모임 갈 때도 각자 택시타고 모이거나 같이 택시타기도 해서 저만 일방적으로 손해 보는 느낌도 안 들고 좋아요. 제가 좀 치사한가요?"

편리함의 시스템에 숨겨진 비용

아직 아파트 대출 갚느라 저축이 어려운지라 이래저래 가계부 쓰며 알뜰히 살아보려고 노력했던 진숙씨였지만, 빤한 살림에서 씀씀이를 줄인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냥 차 하나 없애고 나니 생각보다 많은 여유가 생겼다. 자동차를 그저 보유하고 있는 데 따른 각종 지출 연쇄효과가 컸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삶의 기저에 편리함의 시스템이 안착되게 되면 그 편리함을 누리는 대가로 알게 모르게 계속적인 비용이 빠져나가게 된다는 사실은 쉽사리 체감되지 않는다. 그저 남들처럼 차 한대 정도도 못 굴리고 산다는건 너무 궁상스러운게 아닌가 하며 스스로를 자괴감에 빠지도록 하는 사회적 문턱만 높아졌을 뿐이다.

진숙씨는 차가 없는 불편을 감수하는 대신 3개월치 생활비 비상자금을 확보했고 대출금도 연간 500만 원 가까이 추가로 갚아나갈 수 있게 되었다. 자동차를 보유하고 운행하는 것이 무슨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단지 선택이다. 같은 돈을 쓰더라도 무엇이 나와 우리 가족들에게 더 좋은지를 생각해보는 선택과 결정이 필요하다. 다만 너무 누릴 것이 많은 발전된 사회 환경이 갈수록 우리의 우선 순위를 흔들리게 한다.  

자동차를 보유하여 사용한다면 꼼꼼하게 차계부를 써서 한 달에 얼마 정도가 나가는지를 파악하고, 각종 정비 시기를 미리 알고 대처함으로써 느닷없는 차량 고장 등으로 인한 더 큰 비용을 줄이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어느 하나를 소유하게 되면 그 뒤로 열 가지 연쇄 소비가 따라오는 현대 사회의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위하여 장부 기입은 필수적 조건이다. 

덧붙이는 글 | 박미정 시민기자는 현재 생활경제상담센터 푸른살림에서 지속가능한 경제적 자립을 돕는 교육활동가 및 생활경제상담활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생활경제상담센터 푸른살림에서는 소중한 돈 잃지 않고 제 때 잘 쓰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경제적 자립과 안정을 위한 자세한 정보는 네이버 '푸른살림'카페를 참고해주세요.



태그:#자동차, #차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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