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 외암민속마을 건재고택이 4일 천안법원에 2차 경매로 나올 예정이었지만 무기한 연기됐다.
건재고택은 지난 4월 30일 1차로 47억 원에 경매시장에 나왔지만 유찰된 바 있다. 이에 따라 2차 경매는 1차 금액에서 30% 떨어진 33억1900만 원에 부쳐질 예정이었다.
이날 오전 10시 경매가 예정됐던 천안법원 경매5계에는 외암민속마을보존회 이준봉 회장을 비롯한 지역 주민들이 경매진행상황을 지켜 볼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경매연기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건재고택 경매가 유찰되자 주민들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한편으로는 공공기관이 적극적인 문화재 관리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며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
아산시,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 관리 해야"이에 앞서 아산시는 최근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의 차명소유로 알려져 경매에 부쳐지는 등 논란이 되고 있는 외암리 민속마을 내 건재고택(중요민속문화재 제223호)에 대해 체계적인 관리와 보존을 위해서는 국가가 매입해 보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건의서를 지난 5월 30일 문화재청에 발송했다.
아산시는 건의서를 통해 "외암리 민속마을 내 건재고택은 현행법상 누구든 소유할 수 있는 사유재산으로 문화재의 관리와 보존에 어려움이 있다"며 "국가가 매입하고 관리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라 문화재청에 매입건의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외암민속마을은 조선시대 예안이씨의 집성촌으로 마을이 형성된 이후 조선후기 사상논쟁을 주도했던 외암 이간선생 등 수많은 인물을 배출하면서 충청지방의 대표적인 반가촌으로 알려져 왔다.
또 조선시대 목조건축구조를 간직하고 있는 반가와 서민주택, 그리고 생활풍습 등 마을자체가 살아있는 문화유산으로 국가지정문화재 중요민속자료 제236호로 지정되었고 지난해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도 등재된 상태다.
특히 외암민속마을은 연간 3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고 있으며, 이중 6000여 명이 외국인으로 조선시대 생활상은 물론 우리고유의 민속 문화를 고스란히 보여줄 수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민속마을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순신 고택에 이어 두 번째 문화재 경매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 소유로 알려진 가옥과 토지는 외암민속마을을 대표하는 핵심건축물로 상징성이 크다. 경매물건은 건재고택을 비롯해 감찰댁, 화소원 등 기와 3동, 초가 4동, 별채 2동으로 2만3100㎡가량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1998년 중요민속자료 제233호로 지정된 건재고택은 조선 숙종 때 문신이자 성리학자인 외암 이간의 후손들이 대를 이어 터를 지켜왔다. 그러다 2009년 세금체납을 비롯해 은행을 비롯한 채권채무 등으로 압류와 근저당설정 등을 거쳐 소유권이 김찬경 회장 일가로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이 모씨가 심경을 비관해 자살한 사건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미래저축은행 사태로 불거진 건재고택 경매건은 문화재보호와 관리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요구되고 있다. 이에 아산시는 건재고택의 문화재적 가치를 유지하고 체계적인 관리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도록 국가 차원의 매입검토를 문화재청에 건의한 것이다.
외암민속마을 이준봉 보존회장은 "건재고택은 외암마을의 대표적인 가옥이며 주민들의 자긍심"이라며 "건재고택을 또 다시 불손한 외지인이 투기목적으로 매입해 원형을 훼손하거나 별장화, 유흥장소 등으로 전락되지 않도록 정부 등 공익기관에서 매입해 문화재가 영구 보존될 수 있도록 관리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지난 2009년 현충사 경내에 있는 이순신 장군 고택 터와 인근 임야 등 10만㎡ 규모의 문화재 보호구역 내 사유토지가 법원 경매로 나오기도 했다. 당시 이 경매물건은 종중에서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산시에서 외암민속마을 건재고택은 이순신 장군 고택에 이어 두 번째 문화재 경매물건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시사>와 <교차로>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