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에서 교과서와 교육과정이 하도 자주 바뀌어 누더기교육과정이란 말을 듣고 있다. 그런데 이 때문에 학생들의 학교 생활을 기록하는 학교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까지 자주 바뀌고 있다. 교과부는 작년(교과부 훈령 205호)에 이어 올해 1월(교과부 훈련 239호)에 생기부를 바꿔 학교 현장에는 4월에야 담당자 연수가 이뤄졌다. 그런데 다시 또 바꾼다고 개정안을 내놓고 6월 7일경까지 학교 현장의 의견수렴을 하고 있다.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 일부개정령(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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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정이유
가. 초·중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Ⅱ)의 보존 기간은 졸업후 5년, 고등학생은 상급학교 입학전형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5년을 추가하여 10년임. 그런데 졸업 5년 후 시점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Ⅰ)만으로도 상급학교 입학전형 자료 활용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조치사항의 기록이 졸업후 10년 동안 보존되는 것이 지나치다는 현장의 의견이 있어 고등학생의 보존 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고자 함 나. 결석계 제출 기한과 관련하여 주5일수업제 시행으로 인해 결석한 날로부터 '3일 이내'에 진단서 등 관련 서류를 제출하는 것이 촉박하다는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여 '3일 이내'를 '5일 이내'로 확대하고자 함 다. 훈령 제239호 개정 시 발생한 오기를 수정, 누락된 항목을 추가하고, 불필요한 내용을 삭제하고자 함. - 교과부 공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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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교과부가 생기부에서 바꾸려고 하는 핵심내용은 초·중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Ⅱ) 보존 기간을 졸업 후 5년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는 바로 올해부터 생기부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조치 내용을 기록하게 하는데, 졸업 후 10년간이나 보존하는 것이 지나치다는 현장의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는 교과부의 핑계이자 조삼모사식 대응이다. 최근 학교폭력으로 학생들의 자살이나 폭력피해가 많아졌다고는 하나, 과연 생기부에 그 내용을 기록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느냐에는 반대 의견이 많다. 그래서 기간을 5년으로 하느냐, 10년으로 하느냐는 부차적인 문제이고, 오히려 학교폭력 관련 사항을 생기부에 기록해야 하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교육단체들은 4월에 이 조항이 헌법에 보장된 인격권과 사생활 비밀과 자유, 자기정보결정권등에 어긋난다며 국가인권위에 제소했다. 국가인권위에서는 문제가 심각하다며 교과부에 6월중으로 건의문을 보낼 예정이라고 한다(관련기사-
교과부 학교폭력대책, 국가인권위가 제동).
이 정도 상황이라면 교과부는 그간 교육현장에 쏟아낸 학교폭력관련 대책이 효과가 있는지 검토하고, 생기부에 학교폭력자치위 조치결과를 기록하여 얻어내려 했던 성과나 주변의 우려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그런데 뜬금없이 조삼모사식으로 바꾸려고 하는 상황이다.
생기부 개정, 공청회도 없이 교과부 마음?여기에 교과부가 생기부를 개정하는 절차도 문제다. 학교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곳(초중등교육법 제23조 1항)이고, 학생에게 교육한 결과를 생기부에 기록하게 되어 있다. 이 내용은 상급학교 진학에 중요한 자료로 이용된다. 그런데 교육과정을 개정할 때에는 설문조사, 토론회, 공청회를 거치며 교육계의 의견을 수렴하려고 노력하는데, 이에 비해 생기부 변경은 너무 허술하게 이뤄진다.
예를 들어 작년 12월에 갑자기 방과후학교나 학교스포츠클럽 등을 생기부에 기록한다고 의견수렴을 하였다. 많은 현장 교사가 학교교육과정이 아니고 수익자 부담으로 진행되는 내용을 생기부에 기록하는 것은 국가교육과정을 위반한 것이고, 사교육경감정책과도 어긋난다며 반대했다. 그런데 원안대로 개정을 하고, 중간에 학교폭력 기록까지 갑자기 들어갔다.
교과부 민원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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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생활기록부개정 절차와 과정 준수 여부> 최근 교육과정이 자주 바뀌고 여기에 학교생활기록부까지 바뀌어 교육현장이 많이 복잡하고 어수선합니다. 이에 관련 절차들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내용은 어떠한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2. 2011년 학교생활기록부에 방과후교육활동, 스포츠클럽활동 상황을 넣는 것에 대한 전국 시도 의견 수렴 내용과 의견 반영 절차 - 답 2) (방과후학교) 방과후학교 내실화 점검 T/F(단위학교 교원, 교육청관계자, 언론 및 학부모 대표, 외부전문가 등 16명)를 구성하여 내실화 방안에 대해 논의를 거친 후 현장교원 워크숍과 시도담당자 회의를 통해 결정되었습니다.
3. 최근 5년간 학교생활기록부 관련 공청회나 토론회 개최 여부 - 답 3)「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교육과학기술부 훈령)은 공청회 또는 토론회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결정된 정책 또는 법령이 정하는 사항을 규정하는 것이므로, 학교생활기록부 기록 방법을 정하기 위한 별도의 공청회나 토론회를 개최하지 않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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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되는 내용이 학교에서 하는 수업이나 교육활동을 규정하는 것이 많은데, 정작 이 과정에는 별도의 공청회나 토론회를 개최하지 않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이렇게 제도가 허술하고 교과부가 자신들이 바꾸고 싶은 내용 중심으로 바꾸다 보니 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교과부가 말한 세 번째 개정 이유를 보면 오자나 누락된 글자 때문이라는 것도 졸속개정 때문에 생긴 일이다.
창의적 체험활동 누가기록... 업무 폭탄으로 전락생기부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전에는 종이로 되어있던 생기부가 요즘은 차세대 나이스(NEIS)라고 하여 전산으로 처리된다. 교육과정개정에 이어 생기부 개정(훈령), 그리고 이에 따라 전산기록 방법(학교생활기록부 기록 길라잡이)이 달라지는데, 교사 입장에서는 하나 하나가 업무과중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2009개정교육과정으로 생긴 창의적체험활동을 일일이 누가기록을 하라고 해 현장에서는 불만이 많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1학년이 3월에 하는 입학적응활동이 전에는 <우리들은 1학년> 교과였다가 지금은 창의적체험활동으로 개편되었다. 이 때에는 학교 건물 탐방, 줄 서기, 손 씻기, 연필쥐기부터 나중에 ㄱ , ㄴ 쓰기까지 이어진다. 다른 학년도 주변 정리부터 사물함정리, 보건교육, 토의활동 등 기본적인 적응활동내용이 많다(창의적 체험활동은 자율, 동아리, 봉사, 진로 영역으로 나뉘는데 초등은 발달과정 특성상 적응활동 중심의 자율영역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창의적 체험활동 누가기록 조항 때문에 시간마다 이루어진 내용을 일일이 기록해야 한다. 결석을 하면 빠진 시간을 빼고 계산해야 한다. 대체 이런 내용을 날마다 기록할 이유가 있는가? 이런 조항 때문에 올 2월 전국 초등학교 1학년 교사들은 최대 102칸에(창체 102시간) 이런 내용을 쓰느라 일대 혼란이 생겼다. 교과부 창의적체험활동 담당 부서에 이런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전화하니, 오히려 "초등학교는 사물함 정리도 창의적체험활동시간에 하나요?"하며 현장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학교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교육이 이루어지는지도 모른 채 생기부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학교스포츠클럽도 마찬가지다. 할 시간도 없는데 무조건 만들라 하고, 이것을 교육청과 학교평가에 반영하는 데 이어, 시간을 60분 단위로 기록하다가 다시 초중고 각 40,45, 50분 단위로 기록하라는 등 우왕좌왕이다. 또 학년마다 적용되는 교육과정이 다르고, 교육과정에 따라 생기부가 달라지는 데다 기록방법도 바뀌니 교사들은 어느 것이 맞는지도 정확히 알기도 어렵다. 업무를 줄인다고 만든 시스템이 오히려 업무폭탄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렇게 학교현장은 학교폭력대책위원회 기록 사항의 적합성 뿐 아니라 잦은 교육과정개정과 이어지는 생기부 개정, 기록방법 변화로 혼란을 겪고 있다. 하도 자주 바뀌니 생기부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진다. 이런 문제를 무시하고 또 생기부 졸속개정을 강행한다면 학교 현장의 어려움만 커질 것이다. 교과부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생기부 개정을 근본부터 검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