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 8일 오전 9시 30분]
교육 문제가 나올 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게 바로 사교육비 문제고,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은 '공교육 강화'다. 학교 교육을 잘해서 사교육을 시키지 않고도 아이를 잘 키울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해결책은 제시됐지만, 아직까지 사교육비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사교육을 받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경기도의 '2011년 도민생활수준 및 의식구조 조사' 자료에 따르면 학원에서 과외를 받는 학생 비율이 80.1%로 집계됐다. 이는 2001년 70.0%, 2006년 76.0%보다 높은 수치다.
시·군별로는 경기도 군포가 92.5%로 가장 높게 나왔고 안성이 89.0%, 과천 88.8%, 안양 85.5%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동두천은 55.2%, 포천은 64.7%로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과외 학생 비율이 낮았다.
학부모가 느끼는 부담도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달(4월) 중순경 안양시에 사는 학부모 B씨(중2·고3 학부모)는 "학원비가 올랐고, 학원에서는 특강을 한다고 많은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며 사교육비 부담은 여전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상한 것은 사교육 비율은 높아지고 있고, 학부모가 느끼는 사교육비 압박도 여전한데 사교육의 대명사인 학원은 점점 망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달(4월) 중순경, 안양시학원연합회 신태남 회장은 기자와 인터뷰에서 "학원이 초토화됐다. 정책적으로 죽이고 있다"고 대답한 바 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5일 오후 3시경, 신태남 회장을 다시 한 번 만났다. 만나자마자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때문에 지금도 허리가 휜다고 하는데 어째서 학원은 망해 가느냐?'고 물었다.
"출산율이 떨어지다 보니 아이들 수가 많이 줄었다. 학원수도 함께 줄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또 10시 이후 수업을 못하게 해서 사실 힘들다. 그렇다고 10시 이후에 아이들이 과외를 하지 않는 게 아니다. 고액 불법 과외로 가고 있다. 그러니 학원은 망해가고 있어도 학부모들 사교육비는 줄어들지 않을 수밖에..."
아이들 수가 줄어든 게 근본 원인이고 10시 이후 학원 수업을 금지 시킨 정책 탓에 학원에 올 아이들이 불법 고액 과외로 몰리고 있다는 말이었다. 지난 2011년 3월부터 경기도와 대구광역시·광주광역시 등 3개 시도에서 오후10시 이후 학원 심야 교습이 전면 금지됐다. 이로써 서울시를 포함해 모두 네 곳으로 늘어났다.
학원 망해 간다는데 학부모 사교육비 부담은 여전
곧바로 '학교에서 야간 자율 학습을 글자 그대로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정도면 학원 교습 시간으로 충분할 듯한데'라고 반문했다. 지난 2010년 10월 5일,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은 '경기도에 있는 고등학교는 보충 학습 및 자율 학습을 어떤 형태로든 강제할 수 없다'는 내용의 조례를 공포했다.
"서울처럼 철저히 지켜 준다면 대찬성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직접 조사해 보면 알 거다. 말이 자율이지... 실제로는 지금도 반강제로 자율학습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이들이 오지 않아서. 학부모나 아이들을 통해 조사해 보니 반강제로 자율학습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교육청 관계자나 학교에 물어보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직접 실태조사를 해보면, 누구 말이 진실인지 알게 될 거다."
다음은 신태남 회장과 나눈 일문일답.
- 불법 고액 과외가 늘었다는데, 입증할 만한 구체적 자료가 있나?
"과외는 주거 지역에서만 하게 돼 있다. 하지만 현재 오피스텔, 심지어 독서실이나 찜질방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특정 장소를 거론할 수는 없지만 평촌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많이 퍼져 있다. 사교육 종사자면 누구나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 도대체 얼마를 받아야 '불법고액' 과외인가?
"글쎄... 기준이 없다는 게 문제다. 부르는 게 값이란 이야기다. 몇십만 원에서 몇백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문제는 그보다도 강사 자격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학원은 전문대를 졸업했거나 정규대학 2학년 이상은 다녀야 강사가 될 수 있다. 그래야 학원 신고를 받아준다. 그런데 과외는 아무런 기준이 없다."
- 불법 고액 과외가 성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까도 말했다시피 아이들이 밤 10시 이후에 갈 곳이 없다. 학교 끝나고 급식 먹고 나면 오후 7시다. 야간 자율 학습을 하지 않아도 사실 학원 갈 시간이 빡빡하다. 만약 수능 6개월을 앞둔 수험생이라면, 자기 혼자 학습할 역량이 안 된다면 누구에겐가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조금만 더 하면, 3등급 2등급 가고, 조금만 도와주면 목표 학교에 간다면, 그때부터는 교습비 걱정 안한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아이들 뒷받침하려는 게 우리나라 부모들 마음 아닌가."
- 학부모들은 학원비가 너무 비싸다고 한다. 학원비가 올라서 학부모 부담 늘어난 것도 사실 아닌가?
"그렇다고 보기는 좀 어렵다. 학원은 교습비 가이드라인이 있다. 고등부는 1분당 270원이 기준 금액이다. 더 받을 수 있지만 그러려면 더 받는 이유를 입증할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너무 까다로워서 전문가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다. 때문에 사실은 1분당 270원이 가이드라인이 아닌 실질적인 상한선이다.
물론 소수정예다 보니 예전보다 좀 더 받기는 한다. 학원은 많은 아이들을 저가로 지도하는 게 본래 취지다. 그런데 아이들이 적다 보니 소수정예를 추구하게 되고, 그렇다고 강사비를 덜 줄 수도 없고... 학부모도 인원이 많은 반에 보내려고 하지 않는다. 맨투맨 수업을 원한다."
교사 없어지고 대신 선생님이 나타나야
- 학원장에게 이런 질문을 해도 될지 모르겠다. 학원비, 다시 말해 사교육비 문제는 늘 우리 사회 화두다. 학부모들이 사교육비 때문에 허리 아픈 게 사실이다. 나도 사실 그렇고. 이 문제 어떻게 해결 할 수 있나?
"어려운 질문이다. 답변 전에 짚을 게 있다. 학원비가 전체 사교육비는 아니라는 것이다. 사교육은 방문 학습지부터 각종 과외, 인터넷 강의, 방송 강의 등 모든 것을 아우르는 말이다. 학원은 그 중 하나일 뿐이다. 사교육 문제만 나오면 학원이 뭇매를 맞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좀 억울하다. 뭇매를 맞을 때는 억울한 마음에 이민 가고 싶어진다.
학원 보내지 않으면 해결된다. 학원 보내지 말자는 게 내 생각이다. 문제는 학원을 보내지 않을 수 없는 구조에 있다. 수요자가 있기 때문에 공급자가 있는 것이다. 실은 학원에서 하는 역할을 공교육에서 하면 된다. 공교육에서 다 한다면 학부모들 쓰고 싶은 것 못 쓰고 허리띠 졸라매며 학원 보낼 이유가 없다."
- 의외다. 학원장한테 공교육을 살려야 한다는 말을 들을 줄 몰랐다. 좋다, 그렇다면 공교육은 어떻게 살려야 하나?
"글쎄, 답이 될는지 모르겠는데, 잘 아는 교사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교사가 모두 없어져야 한다고 하더라, 대신 선생님이 나와야 한다며. 교권을 말하는 것이다. 교사 따귀 때리고 위협하고 하는 일은 모두 교권이 추락해서 벌어진 일이다. 옛날 시골에서는 교장 선생님이 판사 역할도 했다. 동네 사람 싸울 때 교장 선생님이 한 마디 하면 대부분 수긍하고 화해했다. 그 이유는 예전엔 교사가 아닌 선생님이었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되려면 교사들이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 노력이라면 '인성교육' 같은 거 말하는 것인가?
"인성교육도 그 중 하나다. 또 학생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 할 수 있을 정도로 친해져야 하고. 하지만 그 많은 아이들과 일일이 스킨십하기는 아마 어려울 것이다. 이런 것은 사교육과 역할을 나눌 필요도 있다.
사실 학원만큼 아이들에게 신경 많이 쓰는 곳도 없다. 요즘은 특히 아이들 수가 적다 보니 아이 하나 오면 상전 모시 듯한다. 같은 동네에 있다 보니 그 집 숟가락 개수까지 세세히 알고 있다. 부모들보다 아이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는 경우도 있고. 부모 형제에게도 말하지 못한 고민을 강사에게 털어 놓는 경우도 종종 있다."
- 역할 나누자는 말이 '상생'하자는 의미로 들린다. 학원이 어렵지만 학부모도 어렵다. 학원 공교육, 학부모가 상생하는 길은 무엇인가?
"학부모는 학교를 믿어야 한다. 학교는 사교육을 인정해야 하고. 툭 하면 정부에서도 그렇고 매스컴도 그렇고 학원 하는 사람들에게 뭇매를 가한다. 이럴 때는 자격증 반납하고 싶다. 그러나 못 버리는 건 나도 교육관이 있기 때문이다. 내 제자가 훌륭한 어른이 됐을 때, 그 아이가 자라나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선생님들도 아마 마찬가지 일 것이다. 학원을 심화 보충 학습장으로 봐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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