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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IT산업의 멸망>을 쓴 IT 칼럼니스트 김인성씨가 지난달 29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IT 역사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한국 IT산업의 멸망>을 쓴 IT 칼럼니스트 김인성씨가 지난달 29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IT 역사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 김시연

"PC 시대 독점을 모바일로 이어가려고 발악을 하는데 이미 대세는 끝났다."

마이크로소프트 새 운영체제인 윈도우8 '릴리즈 프리뷰'(정식버전에 앞선 최종 시험판)가 전 세계에 배포된 직후인 지난 5일 서울 한 강연장에서 윈도우의 종말을 부르짖는 이가 있었다. <한국 IT 산업의 멸망> 저자이자 IT 칼럼니스트인 김인성씨가 그 주인공. 이는 인터넷 익스플로러, 액티브엑스 등 마이크로소프트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 IT산업을 향한 마지막 경고이기도 했다.

"PC 윈도우와 호환되는 아이폰? 꿈 깨라"

책 제목 탓에 한국 IT계 대표적 '미스터 둠'(비관론자)로 통하는 김씨가 이번엔 강단에 섰다. 지난달 말부터 5주에 걸쳐 진행되는 강연 주제는 'PC 시대의 종말, 개인-기업-한국의 생존 전략'이다.

지난달 29일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IT 역사'를 주제로 열린 첫 강의 제물은 마이크로소프트(MS)였다.

김씨는 PC 등장 이후 IT 역사를 리눅스, 구글, 애플에 이르기까지 "MS 독점에 맞선 역사"로 정의했다. 그 자신이 한때 리눅스원 개발이사로 검색 사이트 엠파스 시스템을 리눅스로 개발한 당사자이기도 했다.(관련기사: "아이폰을 사는 게 진정한 애국이다" )

김씨는 MS가 지금까지 경쟁사를 물리치고 성장한 배경에는 '베이퍼웨어'와 '확장과 은폐' 전략이 있었다고 꼬집었다. '베이퍼웨어' 전략이란 아직 개발하지도 않은 제품 성능을 부풀려 경쟁사 신제품을 견제하는 마케팅 전략을 뜻한다.

김씨는 "MS는 애플에서 매킨토시를 내놓은 뒤 IBM PC와 호환되면서 매킨토시 같은 기능 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내놓겠다고 사람들을 기다리게 만들었다"면서 "지금도 사람들은 윈도우와 호환되면서 아이폰처럼 쓸 수 있는 윈도폰을 기다리고 있는데 점점 그렇지 않다는 게 밝혀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PC 독점, 모바일로 확장하려 발악... 이미 대세는 끝나"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22일 오전 서울 광장동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SBS 주최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에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22일 오전 서울 광장동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SBS 주최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에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 SBS 제공

윈도우8 릴리즈 프리뷰 버전이 나온 직후인 지난 5일에는 강도를 한층 높였다. 김씨는 "데스크톱, 태블릿, 윈도우폰, 엑스박스에서도 돌아가게 만든 윈도우8은 한 제품에 특화시켜야 한다는 마케팅 원칙을 깬 재앙"이라면서 "PC 시대 독점을 모바일에서 가능하게 만들려고 발악을 하는데 이미 대세는 끝났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모바일시대에는 윈도 호환이 필요 없고 구글 안드로이드는 공짜로 주는데 MS에 돈을 줘야 하고 고치지도 못하는 운영체제를 누가 쓰겠느냐"면서 "MS 시대는 저물었고 인터넷업계 잠깐 스쳐가는 바람일 뿐이었다"고 MS 역할 자체를 깎아내렸다.

강의 내용이 MS에 냉소적이란 한 수강생 지적에 김씨는 "빌 게이츠 입장에서 보면 하드웨어에 상관없는 범용성, 호환성으로 PC 대중화에 많이 일조한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IT 발전 측면에서 보면 호환성, 범용성으로 발전을 가로막는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윈도우 독점을 앞세워 네스케이프에 맞서 승리한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대표적이다. 김씨는 "인기 있는 소프트웨어가 나오면 MS는 비슷한 제품을 내놓고 성능을 계속 올리는 한편 고유한 확장 기능을 넣어 표준기술을 죽이는 전략을 펼쳤다"면서 "결국 호환성과 점유율을 무기로 경쟁업체를 죽이는 전략으로 지금까지 살아남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씨는 "인터넷 익스플로러6이 나온 뒤 당시 기술 발달로 외부 프로그램 없이도 웹브라우저 스스로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을 구동할 수 있었지만 MS는 윈도우 운영체제와 오피스 프로그램을 못 팔까봐 5~6년 버전 업을 하지 않아 기술 발전을 막았다"면서 "이걸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으로 깨버리자 뒤늦게 7, 8, 9 버전을 연이어 만들었지만 구글 크롬에 뒤져 대세가 꺾이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네이버-안랩에도 '쓴 소리'... "야근 대신 월급부터 올려라"

 <한국 IT산업의 멸망>을 쓴 IT 칼럼니스트 김인성씨가 지난달 29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IT 역사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한국 IT산업의 멸망>을 쓴 IT 칼럼니스트 김인성씨가 지난달 29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IT 역사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 김시연

NHN, 안랩 같은 국내 대표적 IT 기업도 김씨의 비판을 피해가진 못했다. 왜 한국에선 윈도우나 안드로이드 같은 운영체제가 나오지 못 했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한국은 '공장'이어서 얼마나 일하느냐로 인정받지 기발한 창의성으로 만들어내는 개성을 인정 못 받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회사가 위기 상황인데 야근하는 직원이 없다고 '쓴소리'한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NHN 이사회 의장에 대해서도 "위기 상황에서 나라를 구하려면 엔지니어 월급부터 올려줘야 하는데 우린 그런 구조가 없다"면서 "(리눅스나 안드로이드 같은) 오픈소스도 개발자들이 여유가 있어야 한다, 월급 올려주기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창업한 안랩에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김씨는 "가상 윈도우에서 안랩 온라인 시큐리티 프로그램이 동작이 안돼 안랩에 물어봤더니 가상 윈도우 동작 방식이 바이러스 프로그램과 똑같아 작동하지 않는다는 답변만 돌아왔다"면서 "다른 보안 프로그램은 이미 가상 윈도우를 위한 패치를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MS 액티브엑스와 공인인증서 '보호막' 아래 생존해 온 국내 보안 산업도 꼬집었다. 김씨는 "우리나라 보안은 보안 업체를 위한 보안일 뿐 국제표준에 맞지않아 보안도 제대로 안되고 국민 감시용으로만 활용되고 있다"면서 "외국인이 한류 동영상을 구매하려고 해도 공인인증서를 쓰라고 하고 중국에서 국내 쇼핑몰을 이용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김인성#마이크로소프트#네이버#IT#윈도우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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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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