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자동차 성능·디자인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지만, 독자적인 첨단기술 개발분야면에서는 취약하다." 일본 닛케이 비즈니스는 최근호(6월 4일 자)에서 현대차를 이렇게 평가했다. 그리고 현대차가 지금까지 질주 성장해온 추진력을 어떻게 이어가며 앞선 경쟁자들을 능가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 잡지는 "격변하는 세계자동차 지형… 세계 최강의 메이커는 어디"라는 특집기사에서 생산규모·기술력·고객의 충성도·디자인 등 자동차 메이커들의 실력을 검증하는 지표들을 상세히 비교 분석하며 현대자동차의 디자인 우수성을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현대차가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고속 질주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분야에 대한 투자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차의 글로벌 경영성적표는?경영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판매대수를 보자. 2009년 경영파탄으로 나락으로 추락했던 미국 GM이 2011년에 903만대를 판매, 세계1위 자리를 탈환했다.
그 뒤를 쫓는 기업이 독일의 폭스바겐으로 816만대를 판매했다. 2010년 GM을 제치고 1위 자리에 등극했던 도요타는 795만대로 3위에 만족해야 했다.
엔고, 대규모 리콜, 대지진이 도요타의 진로를 가로막았다. 도요타가 주춤하는 사이 그 틈바구니를 파고든 르노와 닛산이 739만대를 팔아 치우며 4위에 이름을 올려놓았고 660만대를 판매한 현대는 5위에 랭크됐다.
이어 포드 570만대, 피아트, 크라이슬러 389만대, 푸조·시트로엥 355만대, 혼다 310만대로 9위, 스즈키는 250만대를 팔아 10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세계 1위 자리를 탈환하려는 상위 5개 회사간의 경쟁은 더욱 불꽃이 튈 것이다.
이들 기업들의 영업이익을 들여다보자. 영업이익률 11.3%를 낸 현대자동차가 선두자리를 넘겨보고 있다. 고급 브랜드 전략을 특화시키고 고수익 체질을 강조해온 독일의 BMW(11.4%)와 어깨를 같이하는 대열에 합류했다. 이어 폭스바겐 6.3%, 닛산 5.6%, 혼다 4.9%, 도요타와 GM이 각각 3.4%, 3.3%를 나타냈다.
물론 영업이익 수치만을 놓고 비교하는 건 문제가 있다. 나라마다 회계제도가 다르고 금리수준도 차이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의 수익력을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EBITDA(세전이익+지급이자+감가상각비)라 불리는 이익지표를 통해 보니 현대자동차가 14.6%로 단연 1위였다.
라이벌 기업인 폭스바겐 10.6%, 닛산 9.3%, 혼다 8.2%, 도요터 7.1%, GM6.8%를 기록했지만 그 간격이 좁혀지는 추세다. 특히 10.6%의 높은 수치를 보인 폭스바겐이 주목을 끌며 현시점에서 최강의 메이커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폭스바겐은 산하에 아우디 등 여러 브랜드를 흡수합병하며 덩치를 키우면서 개발과 부품조달을 일원화하는데 성공, 이익률을 끌어 올리고 있다. 이익률이 높은 고급브랜드 아우디가 세계 최대시장인 중국에서 히트 차종으로 떠오른 덕도 톡톡히 즐기고 있다.
상품력·충성도 보고서, 현대차 상승세상품력은 어떤가. 주요 브랜드가 격렬하게 격돌하는 미국시장의 동향을 통해 가늠할 수 있는 미국 조사회사 'RL보그'사의 자동차 브랜드 충성도보고서를 보자.
충성도보고서는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서 도요타를 타던 고객이 소유 차량을 교체할 때 동일한 도요타 브랜드 차량을 선택하는 비율을 집계한 것인데, 고객 충성도가 가장 높은 브랜드는 포드였다.
도요타·혼다 브랜드도 재구매율이 높은 편이지만 최근 5년간 제자리걸음이다. 반면 현대자동와 닛산이 치고 올라오고 있는 추세여서 주목을 끈다. 2011년에 경쟁회사로부터 12만대가 현대차로 갈아탄 것으로 나타났다.
혼다 어코드, 도요타 캠리의 맞수격인 현대 쏘나타가 베스트셀링카로 자리를 굳히는 등 상품력 향상 전략이 성공을 거둔 결과물이다. 달러·엔고 등으로 가격 경쟁력도 높아진데다가 세련된 디자인 등이 현대차의 매력이라는 것이다.
고객의 충성도와 자동차 구매자들의 향후 추이를 점칠 수 있는 선행지표로 미국 제이디(JD)파워사의 보고서가 있다. 매년 자동차 구입후 90일 이후의 고객을 대상으로 자동차 성능·디자인, 장비, 사양 등 80개 항목에 걸처 조사, 1000점 만점으로 발표하는 상품매력도 지수이다.
현대차와 도요타의 평가가 매년 상승커브를 그리며 후한 점수를 받는다. 현대차는 2010년 760에서 2011년에는 790이상으로 점프했고, 도요타는 2010년 750에서 2011년 760을 넘어섰다. 도요타는 2009년 대규모 리콜사태 이후 고객의 평가가 올라가는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 연구개발분야 투자해야 글로벌 시장 선점 가능 향후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변수는 신흥국 시장에서 누가 주도권을 잡느냐에 달려있다. 당연히 이들 국가들의 환율 변동에 대한 대응 전략이 중요한 과제이다.
현지 기업과의 제휴, 생산체제 구축으로 환리스크를 줄여가는 경영전략이 요구된다. 그리고 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메이커들의 경쟁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항목이 연구개발분야에 대한 투자 규모이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를 늘리며 기초연구개발에 힘을 쏟는 기업은 GM, 일본기업, 독일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첨단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려는 연구개발에 대한 열의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현대차는 성능, 디자인 쇄신으로 경쟁사를 따라잡자는 전략을 표방, 10여년 사이에 미국, 일본 등을 추격하는데 성공했지만, 연구개발 분야에서의 우위성은 안 보인다는 것이다.
과거 5년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투자 비율은 GM, 혼다 5%이상, 폭스바겐, 닛산 4%대 후반, 도요타 3%대 후반인데 비해 현대차는 1%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
미국, 일본에서의 특허 출원건수를 보더라도 일본에서 도요타는 2002년 3만5000여 건에서 2012년 3월 말 현재 10만 건, 혼다와 닛산이 5만 건을 넘어섰다.
미국에서도 혼다, 도요타, 일본기업들이 2012년 3월 말 현재 1만5000 건을 웃돌며 GM을 앞지르고 있는데 현대차는 5000건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선두기업을 따라 잡자는 전략이 알찬 수확을 거두어들이고 있는 현대차가 어떻게 지금까지 일구어낸 성공궤도를 달려가면서, 세계의 라이벌 기업들을 능가하는 기업으로 우뚝설 수 있을 것인가가 과제이다.
현대차는 이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정영창 기자는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닝> 국장입니다. 이 기사는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닝>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