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고에 모듬북과 난타북을 한차 가득 싣고 국립법무병원으로 떠났다. 벌써 두 번째 길인데
세종시 언저리에만 들어서면 목적지까지 길치답게 이리 저리 헤맨다. 길치인 내가 모르는 곳에도 운전을 해서 잘 가는 것은 은근히 네비를 믿는 마음이 크다. 그러나 세종시 언저리에만 들어서면 2년째 업데이트를 못해서 네비에서의 내 차는 허공에 둥둥 뜬다.
국립법무병원은 동학사 근처인 공주 반포면에 있다. 그곳에는 4개의 병동이 있다. 일반, 마약, 알콜, 성폭력 관련으로 분류되었는데 예술치유교육프로그램을 실행하게 되어 내가 담당한 병동은 일반병동이다. 일반병동에는 일반적인 정신질환자들이 있는데 여기에서 정신질환이란 우울증, 정신분열 등 정신의학적인 질환을 말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폭행한 아줌마도 정신질환자로 분류되어 이곳에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애국자나 지사로 부르면서 면회를 다녀가기도 한다. 한 가지 행동을 놓고 자신들에게 부합되는 사람들에 따라서 폭행이 될 수도 있고 애국행위도 될 수 있는 것은 마치 코끼리의 코를 만지고 뱀이라고 하던가 엉덩이를 만지고 하마라고 하는 것과 크게 다를 것 없을 것 같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고 개인적으로 생각을 했다.
이십 여년 전부터 교도소에 프로그램을 직접 교육하거나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강사를 파견하는 일을 해온 나인지라 치유감호소에는 신분증을 맡기는 절차가 복잡하지 않아 뜻밖이었다. 교정시설의 하나인 국립법무병원이지만 교정시설이 보안과 작업이 우선순위이고 교화에 해당하는 교육은 마지막인 것에 비하면 치료감호소는 치료가 우선이고 감호가 그 다음이라 예술치유프로그램에 대한 통제가 교도소보다 심하지 않았다.
개강을 진행할 기획자인 나보다 교육을 담당한 강사들이 먼저 도착해서 교육실을 셋팅했다. 북 15대와 북받침대 그리고 따끈따끈한 호박떡도 해가고 마트아줌마에게 미리 말해서 시원한 수박을 미리 썰어서 봉지에 담아서 가지고 갔다. 어떤 정신질환이 있던가에 그래도 그곳에서 먹어보지 못하는 인정스러운 그러한 따스함과 시원함을 맛보게 해주고 싶었다.
별칭짓기에서 저마다 개성있는 별칭을 지었는데 미소, 춤추는 늑대, 독사, 황비홍, 남이장군 깜상, 살아있는 돌 등등 다양한 별칭이 나왔고 저마다 까닭이 있었다. 일년동안 진행할 교육내용을 알려주고 두드림의 북을 처음 접해보는 교육생들을 손들라고 해보았더니 과반수 이상이 처음이라고 했다.
교육을 시행하기 전에 우울척도검사와 의사소통 유형별 검사를 실행해보았다. 우울하신 분이 우울의 원인은 가족이 미국에 있어 오랫동안 만나지 못해 생기는 분도 있었고, 술에 의존하다 보니 자연히 자신에 대한 존중감이 떨어진 분들도 있었다.
외형적으로는 몇 분만 빼고 본인이 표현하거나 담당 수간호사가 말해주지 않으면 정신질환이 있다는 것을 일반인들은 알 수가 없다.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당사자들 스스로 정신질환을 치유하는데 노력을 해야만 사회생활을 다시 했을 때 안정된 인간관계를 이어갈 수가 있다.
교정시설에 프로그램을 보급하는 일은 오랫동안 했지만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법무부와 문화체육관광부와 협력하여 국립법무병원에 예술치유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기관에 선정된 것은 처음인 만큼 '두드리고 즐기고 나누고' 하는 신나는 난타교육과 몸을 활용한 두드림과 다양한 특강 등을 통하여 그 분들의 마음에 드리워진 습기가 공중에 분해되고 새로운 기운들이 들어와서 사회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