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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 피해에 기업의 책임을 묻는 판결이 또 나왔다. 그런데 정부와 합작 일본 기업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았다.

부산지방법원 제6민사부(재판장 권영문)는 14일 제일화학(현 제일E&S)에 재직 중 석면 피해를 입었던 노동자들이 낸 집단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노동자 22명이 소송을 냈는데, 재판부는 적게는 1100만원부터 많게는 9000만원까지 지급하라고 선고한 것이다.

지난 5월 같은 재판부는 제일화학 공장 옆에 살다가 악성중피종으로 사망했던 사람의 유가족들이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해당 업체에 60%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석면공장에 대해, 주민의 경우 60%, 근무자의 경우 90%의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근무자들이 이번에도 소송을 내면서 정부와 일본기업(합작)에 대해서도 함께 책임을 물었는데,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석면공장인 제일화학은 1969년부터 1992년까지 부산시 연제구 연산동에 있었다. 이 업체는 일본 '니치아스'와 합작해 석면을 생산했다.

대책위 "항소할 것 ... 정부와 일본정부 책임도 물어야"

이번 판결에 대해, 부산석면추방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사법부는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기업의 책임을 제대로 규명하고, 석면 피해자들의 고통과 아픔이 보다 적극적으로 치유될 수 있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다시 사법부는 정부와 일본기업의 책임을 묻지 않고, 석면공장만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며 "당시 석면기계를 수출한 일본기업이 한국에 합작기업을 세워 이익을 회수해갔던 사실로 볼 때, 부산 석면 노동자들의 피해에 대한 책임은 한국기업 뿐만 아니라 일본기업에도 있으며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그 무엇보다 국민의 생명을 중요시하고 보호해야할 정부에 대해 당시 관련된 연구가 없었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계속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사법부의 태도는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와 일본기업에 대한 책임이 구체적으로 확인됨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이를 기각하는 것은 석면피해구제에 대한 사법부의 의지가 낮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기업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규명하지 않고, 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석면피해자들의 아픔을 외면하는 것이 사법의 정의는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석면추방공동대책위는 "사법부가 석면공장을 비롯해서, 정부와 일본기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책임을 묻고, 합당한 구제와 보상을 결정해 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 향후 진행될 항소심 재판에서 이를 입증하는 데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석면 노출에 의한 질환은 현재로서 치료가 불가능하다. 어떠한 이유로도 국가나 사회에 의한 개인의 희생과 고통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부산지방법원#석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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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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