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1998년 5공 청문회에서 재벌회장과 권력실세들에게 당당한 모습으로 호통치고, 준비된 자료를 통해 치밀하게 공격하는 모습으로 국민 마음을 사로잡았다. 5공 청문회는 2002년 그가 대한민국 16대 대통령에 당선되는 밑거름이 된 것이다.
노무현 의원의 청문회 과정은 언론 보도 영상을 통하여 지금까지도 사람들 가슴을 울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 전 대통령 사료를 발굴하고 있는 노무현 재단이 1988년 12월 발행된 어른들이 보는 만화잡지 월간 <만화광장>에 실린 '일해청문회와 노무현 의원' 만화를 발굴해 공개했다. 노무현 재단이 공개한 만화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으로부터 기증받은 것으로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노무현 의원에 감동했고, 감격했는지 알 수 있다.
만화는 5공화국을 '비리공화국'이라고 규정한 후 "우리는 썩어버린 구조에 기생하여 온 많은 무리를 대할 수 있었다"고 했다. 즉 전두환과 그 일당을 늑대와 이리에 비유한 것이다. 이어진 만화는 5공 청문회가 시작됐지만, 대부분 청문위원들이 "공화소림사(공화당), 평민철퇴(평민당), 민주대포(민주당)들" 목소리만 컸지 밝혀낸 것이 별로 없는 알맹이 빠진 청문회였다고 그렸다.
그런데 노무현 의원은 달랐다. "증인들 앞에서 고함치고 삿대질하는 의원들 태도는 정당 간 경쟁 장으로 보이는 등 문제 핵심으로 접근할 수 없었지"만 철저한 설계도를 통해 노무현 의원은 설득반, 추궁반으로 증인들 허구성을 찾아내어 무너뜨리는 '몰이식 전법'을 섰다"고 그렸다.
만화는 이어 노무현 의원 살아온 삶의 족적을 그렸다. 노조 변론을 하다가 구속된 일, 노동자 편에 서서 함께 노래를 불렀던 일, 부림사건 변론 등을 하나씩 하나씩 그렸다. 그러면서 "청문회는 노무현 의원이 보여준 성공적인 질의는 개인적인 정치활동의 장을 벗어나 고통받는 이들을 대표한다는 마음가짐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이어진 만화는 "우리는 노무현 의원을 통해 이 땅의 정치인을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면서 진정한 정치인은 개인적 직업이 아니며 우리 모습을 닮은 우리 대표이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시 국민이 바라는 정치인상을 노무현 의원이 새롭게 정립해주었다는 말이다. 다음 글이 의미 심장하다.
"우리 곁에 그러한 정치인이 많아지는 날 진정한 민주화의 여명은 밝게 터 오리리."
1988년 만화를 그렸던 이는 노무현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꿈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