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 산10-1, 삼막사 경내에 있는 경기도 민속문화재 제3호 '삼막사남녀근석(三幕寺男女根石)'. 삼막사 대웅전이 있는 곳에서 남쪽 산 위로 500m 정도를 올라가면 삼막사 칠성각 서북편에 있는 2개의 자연 암석이 있다. 그 모양이 남자와 여자의 성기 모양과 닮았다고 하여 '남녀근석'이라 부른다. 지난 16일, 남녀근석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지금은 이곳으로 오르는 길이 말끔하게 돌계단으로 정리가 돼 있어 다니기에는 편리하지만, 그래도 옛 흙길을 터벅거리며 다녔을 때를 생각하면, 오히려 그 때가 더 자연 속을 걷는 것 같아 좋지 않았었나 하는 생각을 한다.
다산과 풍요의 상징 삼막사 남녀 성기암일반적으로 남녀의 성기석을 만들어 풍요와 다산을 기원할 때는 돌을 다듬어 조성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삼막사의 남녀근석은 자연적으로 성기를 닮은 바위다. 이러한 성기 숭배 사상은 풍농과 풍어, 다산과 무병장수를 목적으로 해 선사시대부터 행해져 왔던 민속신앙의 하나이다.
성기숭배 풍속은 고려·조선 시대는 물론 현재까지도 무속과 풍수신앙, 마을의 제와 미륵신앙 등에 이어지고 있다. 삼막사의 남녀근석은 신라 문무왕 17년인 677년에 원효대사 등이 삼막사를 창건하기 이전부터, 토속 신앙의 대상으로 숭배해 왔다고 전해진다. 이 바위를 없애지 않고 그 옆으로 칠성각을 둔 것은, 불교와 민간 신앙이 어우러진 우리나라 민간 신앙의 한 형태가 불교와 습합되는 과정을 볼 수 있는 좋은 예가 된다.
이 삼막사 성기석은 사실 성기를 닮은 바위다. 지금도 민간에서는 이 바위를 만짐으로써 다산과 출산에 효험이 있다고 믿어, 4월 초파일이나 7월 칠석이면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기원을 한다고 한다. 그 기원의 방법으로 동전을 바위에 문질러 붙이는 의식을 행하기도 하는데, 남근석은 높이 1.5m 정도이며 여근석은 높이 1.1m 정도이다.
남근석에 성혈이 있었네자고로 '남자는 뿌리가 깊어야 한다'는 속설이 있다. 그 뜻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문화재답사를 하면서 그동안 중점적으로 조사를 했던 것도, 학술적인 것보다는 그 문화재에 숨겨져 있는 주변의 이야기에 더 매료됐다. 문화재를 보고 주변의 토민들에게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을 했던 것도, 남들이 모르고 있는 숨겨진 이야기 때문이다.
남근석의 높이가 땅 위로 솟은 부분은 1.5m 정도지만, 실제로 그 높이는 4m 정도나 된다. 그 밑으로 이어지는 바위의 높이가 상당하다. 그 바위의 뿌리 부분이다. 그런 뿌리가 있어 다산의 상징이 된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데 이 남근석에 두 개의 성혈이 보인다. 언제적에 조성을 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성혈을 팠다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이 남근석이 오래전부터 신앙의 대상이 됐음을 알 수 있다.
여근석 질에 물이 마르면 무슨 일이 날까삼막사의 여근석을 보면 참 묘하게도 생겼다는 생각을 한다. 옆에서 보면 그리 실감이 나지 않지만, 위에서 내려다볼수록 더 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이 여근석의 중앙에 깊게 골이 나 있는데, 그 가운데 고여 있는 물이다. 몇 번을 이곳에 와 봤지만, 항상 이렇게 물이 고여 있었다. 일부러 이곳에 누가 물을 부어 놓은 것일까.
올해는 유난히 가물었다. 경기도 안양 인근지방은 벌써 비를 본지가 꽤 오래 됐다. 그런데 왜 이곳에만 물이 고여 있을까. 한 낮의 더위가 며칠 째 30도를 넘나들었다. 아무리 산이라고 해도 벌써 말라버렸어야 할 바위에 고인 물이다. 아마도 칠성각에서 정화수를 갈아 놓을 때 이곳에 물을 부은 것은 아니었을까.
의학적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여성의 질이 마르면 생산성이 그만큼 사라진다고 하는데 그래서일까. 만일 이것이 누가 일부러 물을 부은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참 불가사의한 일이 아니겠는가. 문화재 답사를 하면서 별별 생각을 다 해본다. 혹 이 곳에 물이 마르면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다는 전설 하나쯤 있을 법도 하다. 그래서 문화재 답사는 항상 기대가 크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기리포트와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