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노사의 2012년 임금·단체협약(이하 임·단협) 협상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파업까지도 갈 수 있다는 우려가 회사 내에서도 나온다. 지난 8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 군산지회는 임·단협 전진대회를 역대 가장 많은 조합원이 참여한 가운데 개최했다. 11일 창원지회가 연 전진대회도 조합원 1000명이 넘게 모였다. 14일 열린 부평지역 전진대회에는 조합원 4000명 이상의 참여, 임·단협 협상에 들어간 노조에 힘을 실었다.
공장별로 치러진 전진대회에 과거와 다르게 조합원들이 많이 참여한 것은 금속노조의 '1사 1노조' 원칙에 따라 지난해 한국지엠지부(지부장 민기)에 편입된 사무지회 조합원들이 동참했기 때문이다. '1사 1노조' 원칙에 따라 한국지엠지부 조합원은 1만 명에서 1만 5000명으로 늘어났다.
노조, 회사 장기적 발전 전망에 비중 둬 또한 올해 임·단협 협상에 나선 22대 노조 집행부는 원칙적이며 강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또한 "산적한 문제를 이번에 반드시 해결하겠다"며 "임·단협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여기다 금속노조의 '1사1노조 원칙'에 따라 결합한 사무지회도 사활을 걸고 있다.
한국지엠지부가 제시한 올해 임·단협 10대 핵심 요구안을 보면, ▲기본급 15만 1696원 인상 ▲주간연속 2교대와 월급제 쟁취 ▲한국지엠 장기 발전전망 확보 ▲라인 수당·티씨(TC)수당 인상 ▲신입사원 연·월차 차별 완전 철폐 ▲불법파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사무직 조합원 단협 적용 ▲정년 1년 연장과 퇴직프로그램 시행 ▲성과급, 통상임금의 500% 지급 등이다.
과거 임금 인상과 성과급 지급이 어느 정도 이뤄지면 하계휴가 전에 종결됐던 임·단협 협상과 다르게, 노조 집행부는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 인상과 함께 회사의 장기적 발전전망도 확보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또한 사회적 이슈인 주간연속2교대제와 월급제 쟁취, 사무직 조합원 단협 적용 등에도 힘을 싣고 있다.
한국지엠지부 관계자는 "어느 것 하나(임금인상)에 모든 것을 종속시켜버리는 교섭보다, 골고루 동등하게 대하고 있다"며 "특히 고민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회사 발전 방안이다"이라고 말했다. 또한 "어떻게 해야 지속가능한 미래가 만들어질 거냐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싶다"며 "임금 인상도 중요하나, 한국지엠 전체의 미래가 달린 장기 발전전망에 비중을 두고 있다. 그 로드맵을 분명히 만드는 임·단협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지엠 본사와 불평등관계, 개선 필요"한국지엠 생산직과 사무직 노동자들은 제너럴모터스(GM·이하 지엠)가 옛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이후부터 한국지엠이 지엠의 단순한 하청기지가 되는 것을 경계해왔다. 지엠의 글로벌 생산체제로 인해 전 세계 곳곳에 지엠의 생산 공장이 들어서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생산체제는 동일한 제품이 전 세계 지엠 공장에서 생산된다는 의미로, 한국지엠의 차량 생산이 언제든지 중단될 수 있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역대 노조 집행부는 임·단협 협상 때마다 회사의 장기적 발전전망 또는 안정적 생산물량 확보를 주요 요구안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큰 성과를 이루지는 못했다.
22대 집행부는 '2012년 장기적 발전전망 관련 특별요구안'을 마련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지엠 본사와 불평등 거래 척결 ▲국내 부품 조달비율 확대 ▲400시리즈 한국지엠 내 개발과 생산 ▲신형 엔진과 미션 유치 ▲전기차 생산에 한국지엠 참여 ▲공장별 균형발전 전망 ▲우선주 상환, 지엠 본사 지급 등이다.
장기적 발전전망인 만큼 한국 생산 공장에서 안정적인 생산물량 확보를 담보할 수 있는 내용을 주요 요구안으로 만든 것이다.
한국지엠지부는 부품·차량 납품단가와 차량 제조원가 공개, 기술사용료와 로열티 공개 등도 이번에 얻어내겠다는 계획이다. 그 이유는 한국지엠이 사상 최대의 판매액과 매출신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면서도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이 0.83%에 불과한 반면, 지엠은 5%대의 순이익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11%대의 순이익률을 기록했다.
(관련기사:한국지엠, 사상 최대 매출 내고도 순이익 적은 이유는?)한국지엠지부는 이렇게 낮은 수익률이 발생하는 것은 한국지엠과 지엠 본사의 관계가 불평등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것이 개선되기 위해선 한국인 임원도 알지 못하는 부품·차량납품 단가 등이 공개돼야한다는 주장이다.
현장조직 뛰어넘어 노조에 힘 실어... "파업도 갈 수 있다" 한국지엠지부의 노선과 정책 방향은 사실상 현장조직 몇 개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현장조직별로 조합원 수백 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어, 지부장 선거 때는 각 현장조직에서 먼저 후보자를 선출하는 과정을 거친다.
22대 집행부는 현장조직인 '민주세력통합추진위원회'에서 배출했지만, 현재까지 다른 현장조직들도 집행부의 임·단협 협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조직의 하나인 '새벽을 여는 함성'의 한 회원은 "올해 임·단협은 과거와 다른 분위이기다, 현장조직을 뛰어넘어 집행부에 힘을 실어 주간연속 2교대, 안정적인 생산물량 확보에 뜻을 같이 하고있다"면서, "파업까지도 갈 수 있다는 분위기"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현장조직의 A씨는 "사무지회가 새롭게 가입돼 임·단협을 개정해야 하는 상황이라, 다른 임·단협 협상과는 다르게 노조에 힘이 모이고 있다"며 "올해 임·단협 협상의 최대 변수는 사무지회가 될 것"이라며 "이런 분위기라면 파업까지도 갈 수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사무지회 관계자도 "10년 동안 단협도 없는 상황에서 탄압을 받으면서 버텨왔다"며 "지난 4월 특별단체교섭을 진행했지만, 사측이 상식에 벗어난 태도를 보여왔다"면서, "사무직 노동자들의 노동3권 쟁취를 위해 조직의 사활을 걸고, 회사의 잘 못된 정책을 바로잡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