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 혁신비대위 위원장이 18일 통합진보당 당 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로써 통합진보당 당 대표 선거는 '20년 농민운동 지기'인 강병기 전 경남부지사와 강기갑 위원장의, 강 대 강 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강기갑 위원장은 "당직선거를 혁신을 주장하는 자와 통합을 주장하는 자의 경쟁으로 보지 않는다"라며 "야권연대를 복원시킬 진보적 대중정당을 추구하는 세력과 낡은 정파 연대를 강화하려는 세력의 경쟁"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그는 "혁신비대위가 서 있던 자리가 진정한 통합이 이뤄져야 할 자리다, 나에게 당을 이끌 시간을 더 준다면 다하지 못한 혁신과 새롭게 시작해야 할 통합을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차기 지도부 선거구도가 혁신보다는 봉합을 최우선으로 하는 선거구도가 됐다, 안타깝다"라며 "다 마무리 하지 못한 혁신비대위의 혁신 활동을 지도부로 나서 완성하고 진보의 가치를 실현하라는 주문을 받고 결단했다"고 밝혔다.
경쟁자로 나선 강병기 전 부지사가 출마하며 "이번 당직선거에 대한 당원과 국민의 요구는 대립과 대결을 끝내라는 것"이라며 당의 화합에 방점을 찍은 데 대한 비판으로 읽힌다. 혁신부터 해야 제대로 된 통합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강기갑 위원장의 판단이다.
강 위원장은 이석기·김재연 의원 등 사퇴를 거부한 이들에 대한 제명 수순을 그대로 밟을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중앙위 결정사항을 집행하는 과정에 어떤 정치적 봉합도 거부할 것"이라며 "과감한 혁신을 주문한 중앙위 결정을 따르자면, '제명 비대위'라는 비판은 어쩔 수 없이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업이었다"고 말했다. 향후 제명에 대한 추진 과정은 당기위원회에 일임됐고, 당기위가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다.
'진상조사위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강 전 부지사의 말에 대해 그는 "지금까지 검증된 사안만으로도 (당기위의 제명) 조치들은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라며 "강병기 후보도 (이석기·김재연 의원 등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는데 왜 또 진상조사위를 연결시키는지…"라며 복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농민운동을 함께한 강 전 부지사와 경쟁하게 된 것에 대한 부담감도 토로했다. 그는 "강병기 동지는 30여년 동안 함께 농민운동, 당 활동, 사회운동을 해왔던 누구보다 신뢰하고 믿어왔던 동지"라며 "이 길을 피할 수 없다는 판단에 며칠 동안 고뇌와 갈등 속에 지내다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차기 지도부 선거, 혁신보다는 봉합을 우선하는 구도가 돼 안타깝다"
차기 지도부 선출 과정을 공정하게 관리할 의무도 있는 혁신비대위원장이 선거에 나선 것에 대한 비판을 두고 그는 "현직 대표가 차기 대표 선거 출마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한 달여간의 혁신이 무위로 돌아갔을 때, 국민이 진보정치에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 대해 고려해 달라"며 "민심의 위대함은 냉정함에서 시작됨을 명심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강 위원장은 또 2012년 통합진보당 대표가 해야 할 과제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이 과제를 해결할 적임자가 누구인지 당원이 판단해 달라는 것이다. 원내정치 정상화가 첫째고, 둘째는 진보적 민생과제를 바로 세우는 것, '진보적 대중조직과 시민단체들이 당의 운영과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구조 구축'이 세 번째다. 다음 과제로 야권연대 복원을, 마지막 과제로 정권교체에 책임을 다하는 것을 꼽았다.
강 위원장은 "혁신비대위를 이끌며 혁신을 추진해 온 사람으로서, 보다 높은 책임정치를 위해 당원과 국민여러분께 평가 받고자 한다"며 "과거 아닌 미래를 지향하는 지도부가 필요하다, 혁신의 길, 통합의 길, 정권교체의 길, 진보정치 승리의 길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지난 15일 당 대표 출마를 공식화 한 강 전 부지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대결의 한축에 서 있는 사람이 대결을 끝낼 수 없고, 힘의 논리에 빠진 세력에게 진정한 통합과 혁신을 기대할 수 없다"라며 "파멸과 공멸의 위기에 구원투수를 자임한다"며 후보 등록의 변을 밝혔다.
출마 기자회견에서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자진 사퇴'를 강조한 그는 "비례후보 당선자 거취문제는 곧 나올 '최종조사결과'에 따라 엄정히 처리해 7월 안으로 끝내겠다"라며 한발 짝 물러섰다. 강 전 부지사가 지난 회견 당시 두 의원의 자진사퇴를 명토 박은 데 대해 경기동부 등 당권파로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강 전부지사와 당권파는 이 같은 이견을 봉합하기 위한 회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가 이날 '후보 등록의 변'인 것이다.
강 전 부지사는 "정파정치의 낡은 관행과 타성을 과감히 깨고 당원이 주인인 당을 만들겠다"라며 "자주와 평등, 평화와 통일, 민생과 생태, 소수자 옹호 등 피땀으로 일구어 온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지키고 꽃피워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두 후보가 오는 25일부터 치러질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함에 따라 당 내 선거 구도가 계파별 경쟁 구도로 자리잡히게 됐다. 경기동부연합과 광주·전남 연합 및 부산·울산·경남이 밀고 있는 강병기 후보와 새진보통합연대와 참여당 세력 및 인천연합이 지원하는 강기갑 후보의 대결 구도다. 이 가운데 각각의 지역 세력을 얼마나 자기 쪽으로 확보하는지가 선거의 승패를 가르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