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6월인데, 한여름 중복 날씨처럼 푹푹 찐다. 아스팔트 위의 이글거리는 아지랑이와 도심 속 뜨거운 열기를 견디며 사무실로 들어와, 지난해 다녀온 한 겨울의 터키 카파도키아 사진을 뒤적거린다. 한여름 계절 반대편의 경험을 떠올리는 것은 차가운 아이스크림이나 아이스커피, 사무실의 에어컨 바람보다 더 시원한 기운을 선사한다.
한겨울 손발이 꽁꽁 얼어붙어버릴 것만 같은 추위의 눈 덮인 터키의 평야가 떠오른다. 해도 뜨지 않은 새벽 5시였지만 부지런히 호텔을 나섰다. 털털거리는 봉고를 타고 대략 20분을 달려 열기구 탑승장소에 도착했다. 두꺼운 양말과 부츠를 덫 신었음에도 발가락이 얼어붙어 동상에 걸릴 것만 같았다. 장갑을 끼운 손가락은 카메라에 이미 붙어버린 느낌이었지만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와... 이렇게 이국적인 풍경이라니! 이런 장면을 놓칠 수 없어." 탑승 장소에는 이륙을 기다리는 수많은 열기구들이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놀이공원에 가도 바이킹은 타지 않는 필자는 열기구 탑승에 얼마간 긴장됐다. 이 미약한 떨림은 추위 때문일 거라며 위로했지만, 그런 위안도 무색하게 그야말로 두둥실 열기구는 사뿐히 떠올랐다.
카파도키아는 해발 1200m에 위치하고 열기구는 800m 상공 위를 날고 있다고 하니, 열기구는 지상에서 2000m 위로 올라왔다. 안개가 걷힌 하늘 위로 눈부시고 힘차게 해가 떠올랐다. 눈 덮인 카파도키아의 언덕들은 말 그대로 영화의 한 장면처럼 펼쳐졌다.
대략 1시간을 날았을까? 이렇게 날다가는 우주로 날라갈지도 모르겠다는 착각에 빠질 때쯤 서서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좁고 기다랗게 솟아오른 작은 봉오리마다 영화 '인디아나존스'의 캐릭터들이 총 싸움을 하고 있을 것만 같았다.
무탈한 착륙을 자축하는 샴페인을 한 잔씩 마시고 기념 촬영을 마치고 나니 어느새 얼어붙었던 손과 발은 녹아 있었다.
카파도키아! 지금은 푸른 잔디위로 뜨거운 햇볕을 작렬하며 또 다른 열기구를 품고 있겠지. 한 여름의 카파도키아가 어떤 모습인지 다시 한 번 방문하고 싶은 그곳은 또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