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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10구단 반드시 전북으로"  - <전북일보>
수원시 "10구단 창단 승인 반드시 이뤄져야" - <경기일보>
"10구단 생기면 고향서 지도자 해보고 싶어" -<전북일보>

'10구단 꿈' 깨져버렸다 -<기호일보>
프로야구 10구단 창단, 의지가 있었나 - <새전북신문>
'올스타전 좋아 하시네' 프로야구계 보이콧 - <경기일보>

불과 하루 만에 희비가 엇갈렸다. "반드시 유치하겠다"던 장담이 물거품 됐기 때문이다. 1년여 동안 프로야구 제10구단 창단을 위해 준비한 백방의 노력들이 허사였음을 지역언론들은 앞 다퉈 실토했다. 20일 자 제목과 기사에서 실망이 가득 묻어났다. 1년 전만 해도, 아니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자신만만했던 제목들이 시들시들 기력을 잃고 말았다.

전북도·수원시, "프로야구 10구단 유보, 지자체 우롱"

한국야구위원회(KBO)가 19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10구단 창단을 당분간 유보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KBO측은 "현재 53개에 불과한 고교야구팀으로는 선수 수급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이에 따른 프로야구의 질적 가치가 급격히 하락할 것을 우려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10구단 창단은 올해 안에 어렵게 됐다. 최소 2014년까지 9개 홀수 구단 체제로 프로야구는 운영될 전망이다.

프로야구 제10구단 유치를 위해 1년여 동안 팔을 걷어붙이며 적극 추진해왔던 전북도와 수원시 양 자치단체와 지역의 체육단체, 애향운동본부 등 관변·시민단체의 충격과 실망이 크다. 게다가 해당 지역언론사들의 실망과 자괴, 분노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20일 지역일간지 지면엔 슬픔과 분노가 가득 넘쳐흘렀다. "막바지 단계에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지자체를 우롱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높다.

제10구단 창단이 유보되면서 창단 승인을 강력히 촉구했던 일구회, 야구선수협회 등의 강한 반발까지 잇따르면서 지역언론에 힘을 실어주는 격이다. 지난 1년여 동안 지역언론들은 프로야구 10구단 유치를 위해 수많은 기사를 자기지역에 유리한 입장에서만 내보냈다. 한국언론재단이 운영하는 기사통합검색사이트 <카인즈(KINDS)>를 통해 2011년 6월 20일부터 올 6월 20일까지 1년 동안 기사의 본문과 제목에서 '프로야구 10구단'으로 검색된 기사량을 분석한 결과에서 잘 나타난다.

전북지역 3개사(전북일보, 전북도민일보, 새전북신문)는 236건으로 경기지역 3개사(경기일보, 경인일보, 인천일보)의 198건 보다 38건이 많았다. 이들 지역 일간지 가운데 <전북도민일보>는 이 기간 중 가장 많은 106건의 관련기사를 내보냈고, <전북일보>는 99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대부분 신문들은 "프로야구 제10구단을 지역에 반드시 유치해야 한다"며 강한 자신감과 긍정론, 유치 당위성 등이 가득 담긴 기사들로 지면을 채웠다.   

그래서일까. 프로야구 제10구단 창단 유보결정이 내려지자 이들 지역신문들이 가장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닭 쫓던 신세 지붕만 쳐다보고 있을 순 없다'는 듯 애써 이성을 되찾으려는 기색도 역력했다. 울고 싶은 지자체를 다독이는 대신, KBO를 향해선 "지역의 심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비판한다.      

전북 "창단 준비 마쳤는데"... 수원 "저변확대 청사진 제시했는데"

그도그럴 것이, 지난해부터 꾸준히 10구단 유치를 위해 물밑 노력을 해왔던 전북도는 10구단 창단 유보가 발표되자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프로야구 10구단 창단은 야구인 뿐 아니라 전북도민과 국민의 염원이기 때문에 매우 안타깝다"고 실망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언젠가 창단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야구 인프라 확충 등 제10구단을 반드시 유치하기 위한 착실하고도 내실 있는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성명에서 밝혔다.

전북도는 올해 11억원을 들여 동호인 야구장 4곳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또 동호인 야구심판 양성과 리틀야구단 창단 유도 등을 통해 연고지 유치전에 대비키로 했으나 10구단 창단유보 결정이 찬물을 끼얹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수원시도 입장은 마찬가지. 박흥식 수원시 문화교육국장은 "KBO 이사회가 야구인들의 열망을 무시하고 10구단 창단을 유보키로한데 대해 유감을 넘어 분통이 터진다"며 "KBO는 조속히 이사회를 다시 열어 10구단 창단 승인을 내줘야 한다"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또한 "수원시는 10구단 창단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면서 "제10구단이 조속히 창단될 수 있도록 프로야구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원시는 내년 10월 말까지 수원구장을 2만5000석 규모로 증축할 예정이었다. 또 학교운동부 창단과 어린이야구교실 개설, 수원컵 전국 리틀야구대회, 각종 사회인 야구대회 등을 유치해 야구 저변확대에 적극 나서겠다는 청사진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양 자치단체의 프로야구 제10구단 유치전이 지난 1년여 동안 뜨겁게 전개된 데는 지역언론들이 적극 가세한 탓도 크다. 지역언론들은 한껏 의제를 부풀려 보도하거나 지면과 영상을 통한 과열 유치경쟁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였다. 특히 전북지역의 사례는 심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8월 초, 전북도는 프로야구 제10구단 창단에 가장 큰 고민거리인 야구장 건립을 위한 재원마련 방법을 제시했다. 프로야구 전용구장 건립에 필요한 예산 가운데 일부를 2012년 광역지역 발전 특별 예산에 포함시키겠다는 게 전북도의 주장이었다.

전북 "쌍방울 레이더스 추억 살려 재창단"... 언론들 문제점 외면

전북도에 지원되는 광역지역 발전특별 회계는 매년 2200억 원 정도. 전북도는 이 가운데 약 300억 원을 야구장 건립비용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만약 그렇게 된다면 실질적인 특별 회계는 1900억 원으로 줄어든다. 이에 따른 문제점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당시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전북민언련)은 "지역언론들은 이런 심각한 문제점 지적에 소홀했다"는 따가운 비판을 가했다.

전북민언련은 지난해 8월 9일 내놓은 논평에서 "전주KBS는 전라북도의 야구장 건립비용 마련 계획을 전달하는데 그쳤으며, 전주MBC와 JTV전주방송은 상이한 시각을 보였다"며 "10개가 넘는 지역 일간지들 중에는 전북일보만 유일하게 그 문제를 지적했다"고 밝혔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유치 당위론을 받아쓰기보다는 지역언론들이 야구장 건립비용 문제부터 따져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8월 29일 전북도가 전주시·군산시·익산시·완주군과 함께 KBO에 프로야구 제10구단 유치의향서를 내고 본격적인 프로야구단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막대한 예산확보 대책만큼은 영 찜찜했다. 시원한 대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지역 언론들은 프로야구단이 곧 창단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과거 전북을 연고로 한 '쌍방울 레이더스' 야구단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있는 도민들에게 프로야구단 창단 소식은 지지와 환영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언론대신 전북도의 프로야구단 창단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되묻는 도민들과 야구팬들이 적지 않았다. 야구단 창단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현실적 어려움 속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예산이다. 타 지자체에 비해 인구수와 재정자립도 등 경제지표 전반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과거 프로야구단 해체과정에서도 드러났다. 1990년 3월 창단한 쌍방울 레이더스는 1996년 정규시즌 2위, 1997년 3위를 기록하면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기도 했지만 IMF 직격탄으로 모기업인 쌍방울 그룹이 1997년 10월 부도가 나면서 결국 2000년 1월 해체되고 말았다.

이러한 쓰라림을 간직한 때문에 전북도와 지역언론들은 프로야구단 창단의 강한 집념을 불태우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가 않다.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는 문제다. 그럼에도 지역언론들은 예산문제에 대해서는 지적을 회피한다. 오로지 유치에 대한 기대감만 심어주었다.

지난해 9월 전북민언련이 공개한 '전주MBC, 프로야구 10구단 유치 100만인 서명운동 할당량 지정 꼬집어'란 논평은 이 같은 내부 문제점을 잘 대변해 주었다. "프로야구 제10구단 유치를 위해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목표치인 100만명 서명을 받으려다 보니 동사무소별로 할당량을 주고 초등학교에까지 서명을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주도의 서명운동이라는 전라북도의 설명과는 달리 초등학생까지 동원되는 상황이 프로야구에 대한 도민의 순수한 염원마저 퇴색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한 논평은 "그 많은 지역 언론사들 중 전주MBC 한 곳에서만 보도됐다"는 아쉬움을 전했다. 

경기언론들 "황금알 낳는 프로야구"

 <경인일보>가 지난해 7월 26일 보도한 프로야구 10구단 유치 관련기사.
<경인일보>가 지난해 7월 26일 보도한 프로야구 10구단 유치 관련기사. ⓒ 경인일보

수원시를 비롯한 경기지역 언론들도 수원시가 2011년 6월 28일 프로야구 제10구단 연고 유치와 관련해 창단 희망기업에 대한 지원계획안을 KBO에 제출하자마자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애드벌룬 띄우기에 앞장섰다. 계획안에 따르면 수원시는 창단기업에 대해 야구장 명칭사용권을 부여하고, 200억원의 예산을 투자해 기존 수원구장의 관람석 정비 및 스탠드 바닥방수, VIP실, 기구 교체 등의 리모델링을 실시하기로 했다.

또한 향후 수원, 화성, 오산 등 통합시의 새로운 부지를 물색해 신규구장 건립 추진 등의 정책으로 제10구단의 수원연고 창단을 지원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지역일간지들은 짜 맞춘 듯이 '수원시, 프로야구 10구단 창단 본격 시동', '수원시, 프로야구 10구단 유치 '탄력'' 등의 제목과 함께 수원시와 KBO가 낸 보도자료를 연일 부각시켜 보도했다.

<경인일보>는 지난해 7월 26일 '황금알 낳는 '프로야구''란 제목의 기사에서 "국내에서 경제적 파급 효과가 가장 큰 프로스포츠는 야구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띄웠다. 기사는 또 "올시즌 650만 관중 돌파를 목표로 하는 프로야구는 전체적인 경제 파급 효과가 4대 프로리그의 52.9%에 해당하는 1조1천838억원(생산 파급 효과 8천18억원, 부가가치 파급 효과 3천82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며 "고용 유발 효과는 1만2천156명으로 나타나 전체 4대 리그의 56.5%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경기일보>도 지난해 7월 20일 '수원시, 제10구단 유치'란 제목의 칼럼에서 역시 한껏 띄웠다. "수원시가 제10구단 유치 작전에 돌입했다. 창단계획서는 이미 KBO에 냈다. 주목할 것은 흑자구단으로 세외수입을 극대화한다는 점이다"는 칼럼은 "바꿔 말하면 지방자치단체에서 재정을 위해 스포츠팀을 운영하는 것은 수원시가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지자체와 지역언론들이 프로야구단 유치에 적극 나서며 뜻을 함께 한 속내는 뭘까. 민선 지자체시대를 맞아 대부분 전국 자치단체들은 스포츠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지역 도약'의 지렛대로 삼으며 홍보·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고 자랑한다. 전북도와 수원시가 프로야구단 유치에 주력하고 나선 이유도 스포츠를 통해 지자체 위상을 높이고,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고, 주민들의 지자체(장)에 대한 신뢰를 높이자는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다.

"프로야구 발전 가로막는 재벌구단들 횡포"... 누굴 위한 프로야구단인가?

지역언론들도 지자체의 스포츠 마케팅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유치과정에서부터 굴러 들어오는 큼지막한 기사거리와 광고 외에도 유치에 성공하게 되면 더 큰 덩어리의 광고들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의 과점 신문들이 판매와 광고시장을 석권하는 바람에 갈수록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지역일간지들의 경우 지자체의 스포츠 마케팅은 큰 호재감이다.

그러나 '프로야구 제10구단 창단이 결국 무산되는 과정은 한국 사회의 기득권 지키기의 놀라운 힘을 다시 보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따갑다. 전북도와 수원시가 치열한 경쟁을 벌인 후 다시 실망에 함께 빠져든 사이에 부산경남지역에서 이 같은 지적을 내놓아 시선을 끈다. <부산일보>는 20일 '프로야구 발전 가로막는 재벌구단들의 횡포'란 제목의 사설에서 깊은 우려를 표했다.  

"KBO와 9개 구단이 각자 한 표씩 행사해 표결을 실시했다면 다른 결론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임시이사회는 강하고 목소리 큰 '형들'이 지배했다"는 사설은 "이번 결정은 많은 팬과 선수, 그리고 야구인들의 열망을 전적으로 배반한 구단 이기주의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아울러 프로야구의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는 중차대한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이어 "내년에 9개 구단이 리그에 참여하면 1개 구단씩은 경기를 할 수 없어 10번째 구단이 절실하다"며 "프로야구의 진짜 적은 밖이 아니라 내부에 있다. KBO는 절대 다수의 팬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결정을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우려의 중심에는 부산경남을 연고로 하는 롯데구단이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다른 프로야구단 연고 지역들도 이런 지적에 공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프로야구단인지를 새삼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프로야구 10구단#전북도#수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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