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를 넘나드는 폭염에 밥맛을 잃었다. 그렇지 않아도 없는 밥맛에 날씨까지 더우니, 아무 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하여 아무 것도 먹지 않는다는 것은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묘안을 찾다가 생각해낸 것이 순창의 한식집이다. 발효 식품 위주로 차려진 한식은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내 입맛은 한식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길이 뚫려 30분이면 갈 수 있다.
식당에 들어서는 데,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화산암을 중심으로 하여 아담한 정원을 만들어 놓은 것이 있었다. 식당의 한쪽에 조성되어 있는 크지 않은 동산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아담한 화단에 심어 놓은 것은 이끼류가 주류였다. 물론 사이사이에 소나무가 심어져 있기는 하지만 그 것은 몇 구루 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식물이 이끼류였다. 그러니 당연 꽃은 피어 있지 않았다. 그렇지만 못지않게 아름다웠다.
모든 것이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물론 그 주인공은 식당 주인일 것이다. 바쁜 와중에서도 시간을 내서 화단을 조성하였을 것이다. 화단을 조성하는 것은 그 자신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나처럼 보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있지 않은가? 주인의 아름다운 마음씨가 눈에 보이는 것 같다. 뭔가 목표를 정하고 그 것을 추구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란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우리 사회는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다. 노인 인구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고령화로 인해 야기되는 사회적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미 개인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우리 사회가 모두 관심을 가지고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가 되었다. 인간의 평균 수명은 늘어가고 있는데 반해 노인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으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노인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은 있는데 할 일은 없다는 점이다. 뭔가 일을 하고 돈을 계속 벌고 싶다. 그런데 사회는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그러니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것이다. 돈을 받지 않더라도 일만이라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우리 사회는 노인을 위하여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그러니 노인이 갈 곳이 없어지고 말았다. 하루 이틀 노는 것도 아니고 계속해서 쭉 놀아야 한다는 현실은 지옥이나 다름없다.
마지막 방법은 일을 찾아나서야 한다. 뭔가를 추구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야 한다. 그 것이 취미활동이던 일자이건 상관없다. 스스로 뭔가를 해야 할 일은 만들어내야 한다. 새로운 거리를 창조해내야 한다. 화단을 만드는 것도 좋은 거리가 아닌가? 자신을 만족시키고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그 것이 무엇이라도 상관없다. 가장 좋은 일거리는 봉사활동이다. 모두를 위하는 일이니까.
해야 할 거리를 찾아내는 일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스스로 원하면 되는 것이고 다른 사람에게 어떤 방향으로든 플러스가 되면 그만이다. 추구하는 일이 나를 위하지만 남에게 피해를 준다면 안 된다.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든 상관이 없다.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진 화단을 바라보면서 노인들을 생각하였다. 자신이 좋아서 할 수 있는 찾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