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일제고사를 거부할 권리가 나에게 있다."26일 전국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가 실시된 가운데 시험 대상인 고등학생들이 펼침막을 들고 교육청에 나타났다.
대안학교인 경남 산청 간디학교 2학년 17명은 이날 오전 창원 소재 경남도교육청을 찾았다. 간디학교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회도 동참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기 위해 도교육청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교육청 직원들이 막아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간디(고등)학교는 정규과정으로 이번 시험 대상이다. 한 학년에는 40명이 재학하는데, 이날 시험에 응시한 학생은 19명뿐이다. 학생들은 하루 전날 일제고사 찬반 여부를 물었는데, 35명이 반대하고 5명은 구체적인 응답을 하지 않았다. 반대 학생 가운데 15명은 "반대하지만 시험은 쳐보자"고 해서 응시했다. 반대 학생 가운데 4명은 학교에 남고 나머지 17명이 창원을 찾은 것이다.
간디학교 학부모회 양희진 회장은 "교육청은 일제고사를 치르지 않으면 예산 지원을 차등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청이 일제고사를 빌미로 대안학교의 교육과정에까지 간섭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교육청은 다양한 방법으로 학교에 압력을 가해왔다. 시시콜콜하게 다 털어놓으면, 학교와 학생들에게 부담이 될 것 같다"며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지지한다. 일제고사를 거부할 수 있는 학생들의 선택권을 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제고사를 거부하는 산청 간디학교 학생․학부모 일동'은 이날 회견문을 발표했다. 학생들은 "일제고사는 우리들 개개인의 평가를 점수와 성적 경쟁 중심으로 만들어 정상적인 교육을 방해하고 있다"며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며, 다른 사람이나 다른 학교와의 경쟁에 이기기 위해 공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들은 "전국의 학생들을 한 줄로 세우는 무한경쟁교육에는 우리의 미래가 없다. 그래서 일제고사를 반대한다. 전국학업성취도평가를 폐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학생들은 "백번 양보해서 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하더라도 시험선택권을 인정해달라. 우리에게는 좋은 교육을 받을 권리와 함께 잘못된 교육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일제고사를 보지 않을 권리를 인정해 달라"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반교육적인 일제고사를 치르지 않기를 바란다. 아이들이 일제고사를 치르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을 존중하며 그 용기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 땅의 국민으로서 학부모로서 요구한다. 교과부는 일제고사를 즉시 폐지하고, 경남도교육청은 대체 프로그램과 체험 활동을 보장해달라"며 "학생들, 소속 학교, 그리고 지도교사들에 대한 어떠한 불이익조치도 삼갈 것을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1인시위, 삼보일배, 거리행진 등 다양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활동이 26일 경남지역 곳곳에서 벌어졌다. 경남교육연대 소속 회원들은 이날 오전 등교시간에 맞춰 지역 초․중․고교 앞에서 "일제고사 폐지를 바라는 학교 앞 1인 시위"를 벌였다.
경남교육연대와 '농산어촌 학교 살리기 경남대책위'는 이날 오후 경남도교육청에 '일제고사 폐지 및 소규모학교 통폐합 반대 진정서'를 제출하고, 경남도교육청 후문 앞에서 창원 정우상가 앞까지 '교육공공성 강화를 요구하는 삼보일배'를 한다.
또 경남교육연대는 이날 저녁 6시30분 정우상가 앞에서 "농산어촌학교∙학교교육 죽이는 이명박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창원 상남동 고인돌공원까지 거리행진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