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란 무엇인가? 농(農)=曲(노래)+辰(별)이니 농사란 '별들의 노래' 이다. 별들로 이루어진 우주의 순리와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것이 농사다. 몇 해 전에 작고한 보성 벌교의 유기농업 파수꾼 강대인 선생은 '하늘의 별자리에서 오는 기운이 지상의 생물이나 식물의 발육과 성장에 미세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곤 했다.
모든 식물은 보름달이 뜰 때까지 기운을 끌어올리다가 보름 이후부터는 기운을 내려준다. 그러므로 초순에 수확하면 좋지 않고 그믐에 수확을 해야 열매가 실하다는 것이다. 우주(宇宙) 만유(萬有)의 근본원리는 오직 하나라는 일원론(一元論)에 닿아있지만, 오랜 동안 농사를 지어오면서 터득한 철학이리라 생각된다.
단군 이래 우리조상들은 이러한 우주의 순행에 따라 농사를 지어왔다. 자연에서 얻은 부산물을 부숙시켜 땅속에 다시 돌려줌으로써 친환경 유기농업을 실천한 것이다. 논밭두렁의 풀을 베고 소와 돼지 똥을 거둬 두엄을 만들었다. 조와 수수, 고구마를 수확하고 남은 줄기를 말려 겨우내 소 여물을 끓여 주고, 곡물의 겨와 음식물 찌꺼기로 돼지와 닭 등 가축을 길렀다. 참 원시적인 방법이지만 말 그대로 자연순환농업을 실천해 온 것이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서 새마을운동과 녹색혁명으로 이어지는 농촌개혁운동이 농촌의 모습을 급속도로 변화시켰다. 집집마다 TV가 보급되어 이웃 간에 소통이 단절되고, 정겨운 초가집과 돌담이 사라져갔다. 증산 일변도의 고투입 농업은 농약과 화학비료의 과용으로 토양의 황폐화를 초래하였다. 그에 따른 환경파괴는 우리 농촌에서 그렇게 흔하던 제비와 메뚜기, 거미 등 생명체의 개체수를 줄였다.
농업기술의 발달로 사람들은 더 많이 더 배불리 먹을 수는 있었지만, 그 먹거리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없어 이제 다시 친환경농업을 부르짖고 있다. 과학영농, 기계화영농, 고투입 농업으로 죽어가는 토양을 원시의 농업으로 다시 살려나가자는 것이다. 생태농업 전문가들이 말하기를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황폐화되고 연작으로 양분을 수탈당한 토양을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데는 5년이 넘는 세월이 걸린다고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최근 생태농업 전문가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지역에 흩어져있는 친환경농업 관련 공동체 모임, 지방자치단체들의 노력으로 흙이 살아나고 생태환경이 복원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멸종위기종인 긴꼬리투구새우가 출현하고 미꾸라지, 메뚜기 등 환경오염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던 다양한 생물종들이 증식되고 있다고 한다.
친환경농업은 생태환경을 복원시키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것 말고도 비용을 적게 들이고도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농업이다. 그동안 농약과 화학비료로 피폐해진 토양을 살려 자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퇴비와 유기물, 천연액비 등을 이용해 비용을 최소화시킴으로써 저비용 농사가 가능하다.
경남 하동에서 '자연을 닮은 사람들'을 이끌어가고 있는 유기농업 전문가 조영상 대표는 친환경농업에는 '도법자연(道法自然)'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고 말한다. 농사를 짓다가 어려움에 부닥치면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는 진리를 되새기며 자연에게 물어보고 그렇게 따르면 된다는 것이다.
선조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토착미생물을 배양하여 활용하고,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산야초, 천연칼슘, 천연키토산을 액비로 만들어 살포하는 한편, 심지어는 바닷물까지도 식물에 뿌려줌으로써 병해충을 방제하고 성장에 필요한 필수요소를 공급하여 비용을 줄여나가는 것이 그가 추구하는 저비용 친환경농업이다.
자연에서 서식하는 나무와 풀은 누가 가꾸지 않고 돌보지 않아도 저 혼자 나고 자란다. 우리가 가꾸는 작물도 인위적인 관리를 최소화하여 별들의 순행원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키우면 된다. 그것이 바로 친환경 유기농업이다. 비용을 최소화시켜 농사를 짓는 대신 거기서 얻은 수확물은 우리 몸이 원하는 가장 자연에 가까운 영양덩어리가 된다.
산업화 이후 농약과 화학비료에 의존해 관행적으로 실행해 왔던 농사방법을 버리고 화학비료와 농약 대신 겨울철 노는 땅에 헤어리벳치, 자운영 등 녹비작물을 재배하여 땅심을 돋워주고, 농산부산물을 고스란히 토양에 돌려줌으로써 친환경농업을 실천하는 것이다.
농촌 인구의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으로 어렵게만 생각되는 친환경농업이지만, 선조들이 해왔던 것처럼 원시의 방법을 이용하여 별들의 노랫소리에 맞춰 농사를 짓는다면 생태환경 보전은 물론, 비용을 적게 들이고 최상의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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