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 27일 오후 8시 20분]함양 지리산 용유담의 국가명승 지정이 6개월간 보류됐다. 문화재청은 27일 덕수궁에서 '천연기념물분과 문화재위원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용유담은 지리산댐(문정댐) 건설 예정지 안에 있어, 용유담이 명승으로 지정되면 댐을 건설할 수 없게 된다. 이로써 명승 지정 여부뿐만 아니라 지리산댐 건설 여부도 뒤로 미루어지게 되었다.
문화재청 천연기념물분과위원회는 "문화재 보존과 댐 계획 조성, 찬성-반대 양론의 갈등 조정과 국토해양부로부터 자료 보완을 위해 문화재 지정 심의를 6개월간 보류한다"고 결정했다.
또 문화재청 천연기념물분과위원회는 "문화재 보존은 용유담의 원형보존을 의미하며, 국토해양부, 한국수자원공사는 이 기간 중 문화재에 위해가 되는 어떠한 조치나 결정도 하여서는 아니된다"며 "만약 이 기간 중 문화재에 악영향을 미치는 위해 행위가 있을 때에는 문화재청은 용유담의 명승 지정을 즉시 추진한다"고 결정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12월 8일 용유담에 대해 국가명승 지정 예고를 했다. 그런데 한국수자원공사와 함양군이 이 지역에 홍수조절용 댐 건설 계획을 갖고 있다며 명승 지정 반대 의견을 냈던 것이다.
이에 문화재청은 지난 4월 심의해서 명승 지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연기했고, 이날 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지리산댐(문정댐)을 건설해 부산권·동부경남권의 식수원으로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지리산댐 건설 여부와 함께 용유담의 명승 지정 여부로 찬반 논란이 뜨거웠다.
문화재청 천연기념물분과위원회가 회의를 여는 이날도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었다. 종교시민사회단체와 이학영(민주통합당), 강동원(통합진보당), 김제남(통합진보당) 국회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유담 명승 지정과 지리산댐 건설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문화재청이 2011년 용유담을 국가지정 문화재인 명승으로 지정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한국수자원공사와 함양군이 지리산댐 건설을 이유로 명승 지정을 반대하고 있는 것은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댐 건설 계획은 전면 재검토하고 백지화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서울 대한문 앞에서는 '지리산공동행동'과 환경단체 회원들이 용유담의 명승 지정을 기원하는 1000번 절하기를 하기도 했다.
함양 휴천면 일부 주민들은 홍수 때마다 피해가 심각했다며 댐 건설을 바라고 있다. 주민들은 그동안 문화재청 앞에서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는 국비 9857억 원을 들여 함양군 휴천면 문정리 문하마을 인근에 높이 141m, 길이 896m 규모의 '문정 홍수조절용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찬반 입장 팽팽 ... 논란 더 증폭될 수도 이번 문화재청의 심의 결과에 대해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리산댐 추진을 바라는 함양군청 관계자는 "심의 결과만으로 판단할 수 없고, 심의 참여자들의 의견을 들어본 뒤에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태오 '지리산 문정댐 추진위' 위원장은 "또 싸울 것이다. 장난도 아니고, 6개월이 뭐냐"면서 "조그마한 개울인데 명승 지정은 말이 안된다. 비가 200mm만 와도 주민들은 대피를 한다. 사람 생명이 중요하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이환문 진주환경연합 사무국장은 "문화재청이 용유담의 문화재 가치적 인정한 것은 바람직 하지만, 그런데도 결정을 하지 못한 것은 국토부와 수공 등에서 얼마나 위원들에 대한 설득과 압력을 행사했겠느냐고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는 바람직한 결정이라 볼 수 없다"면서 "앞으로 양측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거나 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 논란은 더 증폭될 수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