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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라언덕> 창간호 표지
<청라언덕> 창간호 표지 ⓒ 박태준기념사업회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제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기럭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귀뚤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 박태준 작곡, 최순애 작사 '오빠 생각'

박태준기념사업회(회장 남세진)가 문화잡지 <청라언덕> 창간호를 펴냈다. 박태준은 우리나라 최초의 가곡 '동무생각'을 작곡한 대구의 음악가이다.

그는 또 1924년에 발표되어 우리나라 최초의 동요로 알려진 윤극영의 '반달'보다도 4년 이른 1920년에 '기러기', '가을밤' 등을 작곡한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민경찬 교수는 <청소년을 위한 한국음악사>에서 '윤극영에 앞서 박태준은 1920년 "울 밑에 귀뚜라미 우는 달밤에"로 시작하는 '기러기' 등 여러 동요를 작곡하였고, 이 곡들을 1929년 자신의 창작 동요집 <중중 때때중>을 통해 발표했다'고 밝혔다.

박태준의 '기러기'는 한때 금지곡이 되었다. 가사의 작사자가 월북을 한 윤복진이었기 때문. 그래서 가사가 잠시 '가을 밤 외로운 밤 벌레 우는 밤'으로 바뀌기도 했다. 이태선이 새로 노랫말을 지었다. 하지만 금지 사실을 알지 못한 대중들은 그냥 박태준의 '기러기'를 열심히 애창했다.

박태준의 '아! 가을인가'도 금지곡이 되었다. 역시 작사를 윤복진이 했다는 것이 죄목이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같은 작사가의 노랫말을 사용하여 나운영이 작곡한 '아! 가을인가'는 금지곡이 되기는커녕 교과서에도 실렸다는 사실이다. 나운영은 작사가의 이름을 윤복진이라 쓰지 않고 그의 예명인 김수향을 사용했던 것. 뒷날 이 사실이 알려져 나운영은 가사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고쳐 노랫말을 다시 지었다고 한다.

박태준 곡 '기러기', '아! 가을인가', 한때 금지곡

박태준기념사업회가 기관지의 제호를 <청라언덕>으로 정한 것도 그의 곡에 나오는 노랫말에서 연유했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나는 흰나리 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청라언덕과 같은 내 맘에 백합 같은 내 동무야...'

우리나라 최초의 가곡으로 평가받는 박태준의 '동무생각'은 이은상이 노랫말을 썼다. 청라언덕은 대구 계성학교에서 신명여학교로 오가는 길인데, 이름 그대로 푸른[靑청] 담쟁이[蘿라]로 덮힌 선교사 주택들이 고풍스러운 풍경을 보여주는 곳이다. 박태준은 등하교를 하면서 이 길에서 이름도 알지 못하는 신명여학교 소녀를 마주치면서 그를 짝사랑했고, 뒷날 마산 창신학교에 같이 근무할 때 그 사실을 동료교사인 이은상에게 말했는데, 이은상이 짝사랑하는 마음을 노랫말로 써주었다고 한다.

박태준기념사업회가 펴낸 <청라언덕> 창간호는 남세진 초대 대구문화예술회관 관장의 '박태준, 작곡과 합창운동의 선구자', 김회영 대구가톨릭대 교수의 '대구제일교회와 작곡가 박태준', 민경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우리 민족이 사랑한 작곡가, 박태준', 정만진 소설가의 '박태준은 무엇을 노래하였나', 그리고 아들 박문식씨를 인터뷰한 '자애로운 아버지, 박태준을 추억하다' 등을 실었다.

기념사업회는 문화잡지 <청라언덕>을 펴낸 데 이어 '박태준 가곡 동요 음반'도 발매했다. 또 발매 기념으로 26일 오후 7시 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청라언덕 음악회'도 개최했다. 최영애 음악 칼럼니스트가 전체 해설을 맡고 MBC오케스트라(이일구 지휘)의 연주로 진행된 음악회는 박태준이 창작한 가곡과 동요들로 구성되었다. 맴맴, 오빠 생각, 새나라의 어린이 등 동요는 조형서, 배세영, 최보윤 등이, 동무생각 등 가곡은 김상은, 제상철, 방성택, 한용희 등이 불렀다. 오페라 '청라언덕'에는 신현욱, 이정아가 나섰다. 음악회는 전석 무료로 열렸다.


#박태준#청라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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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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