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가 만드는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는 6월부터 매주 금요일 고정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이름은 '전방위 토크'. 고정 패널은 진중권 동양대 교수와 김성식 전 의원입니다. 6월 29일 '전방위 토크' 다섯번째 방송의 주제는 민주통합당 경선 구도 전망과 대선 주자들 분석입니다. 이털남은 앞으로도 매주 금요일 전방위 토크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주제에 대한 심도깊은 토론의 장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청취자들은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아래는 6월 29일 방송 전문입니다. [편집자말] |
이털남 : 매주 금요일에 찾아오는 <전방위 토크>가 벌써 다섯 번째 시간이다. 지난 주에는 경선 룰 갈등을 빚는 새누리당을 털었는데 오늘은 민주통합당을 털어보도록 하겠다. 당 대표 경선이 끝나자마자 대선주자들이 잇따라 출마선언을 하면서 경선 분위기가 뜨거워지고 있는데, 이런 민주통합당 경선구도가 어찌 짜여 지고 있는지, 대선 주자들의 그 면면은 어떤지 중심으로 털어보겠다. 오늘도 어김없이 김성식 전 의원,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나와 계신다. 두 분, 안녕하세요.
김성식, 진중권 : 안녕하세요.
☞ 아이튠즈에서 <이털남> 듣기☞ 오마이TV에서 <이털남> 듣기 이털남 : 지금 오늘 나온 이야기로, 본격적인 주제에 들어가기 전에 여쭐 게 있는데 한 달을 끌었던 19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이 결국 타결이 되었다. 간략히 추려드리면, 민간인 불법 사찰 문제는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를 봤는데 위원장은 새누리당이 맡기로 했고, 내곡동 사저 문제는 특검으로 가기로 했는데 특검 추천 권한을 민주통합당이 갖기로 했다. 또 하나의 현안이었던 언론사 파업 MBC 문제는, 국회 상임위원회, 문방위원회에서 논의를 한다고 타결이 되었다. 이렇게 되었는데 여야가 절충을 한, '쌤쌤'인 결과인가. 김성식 전 의원님 어떻게 보시나.
김성식 : 사실 이 정도 답은 일선 기자들로서는 어차피 이렇게 될 것을 한 달 동안 끌었다고 말을 한다. (웃음) 우리 이털남에서도 세 번째 토크에서 검찰 문제 다루고 할 때, 불법사찰 문제는 그때 국정 조사 해야 된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그렇게 되었다. 한 달 동안 끈 것을 너무 나무라시기보다 이제부터 일 똑바로 하도록 직언하시는 게 국민의 역할인 것 같다.
진중권 : 김성식 전 의원님 그 때 말씀하신 그대로 된 것 아닌가.
이털남 : 사찰은 국정조사, 내곡동은 특검.
진중권 : 이털남이 한국의 정치를 주도하고 있다고 발언함으로써 '어그로'를 끌고. (웃음)
민주당 대선 주자들 사이 차별성, 별로 보이지 않아이털남 : 아무튼 입장에 따라 불만은 있을 수 있겠지만 어차피 타결은 된 것이고. 어떻게 운영되는가가 관건이다. 지켜보도록 하고, 이제 오늘의 본 주제로 넘어가도록 하겠다. 민주통합당이 조금씩 예열되고 있는 것 같다. 온도가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데, 문재인 고문, 손학규 고문, 정세균 고문 모두 대선 출마 선언을 했고 김두관 지사는 날짜만 남겨놓고 사실상 출마한 것이나 다름없고, 정동영 고문 같은 경우는 고민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 외에 박준영 지사, 조경태 의원 등도 출마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먼저 여쭤볼 것이, 출마 선언을 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해서, 출마 선언문이라는 게 있지 않나. 여기서 대강 잡히는지 모르겠는데, 주자별로 어떤 노선이나, 콘텐츠가 차별점으로 잡히나.
김성식 : 사실 저는 다 읽어봤는데. 참 기억에 잘 안 남는다.
이털남 : 공자님 말씀만 늘어 놓았나?
김성식 : 국정수행은 항상 좋은 이야기만 갖고 되는 게 아니고, 국정수행 자체의 복잡함과 어려움이 있지 않나. 여야, 국민 간의 견해도 다양할 수가 있고. 그러한 치열함이 있을 수 있는 것인데, 대체로 모든 주자들이 공평과 정의를 강조하고 경제 민주화, 보편적 복지, 평화를 이야기 하는 등 그런 면에서는 비슷한 민주당 기조를 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문제는 이들이 10년을 집권했던 세력 아닌가. 그것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부족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다. 몇 가지 섹시한 이슈들, 예를 들면 손학규 고문의 '저녁이 있는 삶', 문재인 고문의 '시민과 동행하는 정치', 정세균 고문의 '빚 없는 사회, 준비된 경제 대통령'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지만 지금으로서는 별다른 차별성이 안 보인다.
이털남 : 주자 별 차별성이 안 보인다? 진 교수는 어떻게 보시나?
진중권 : 어쨌든 시대 정신은 정해진 것 같다. 보편적 복지나 경제민주화, 남북 관계를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합의 같은 것은 민주통합당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 차별성을 가지려면 정책적 수준으로 깊이 들어가야 하는데 아직 거기까지는 안 나오고 있다. 좀 전에 말씀하신 것처럼 '저녁이 있는 삶'이라든지 나름대로 괜찮은 구호인 것 같다. '동행하는 정치'라든지 이런 카피는 중요하지만, 좀 더 들어가서 아직 시대 정신이 안 읽혀진다. 분명한 차별성이나 메시지의 임팩트가 확실하게 와 닿는 느낌은 없다.
이털남 : 여기에서 포인트를 잡아갈 필요가 있는데, 민주통합당에서 경선 주자들 간의 차별성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새누리당, 특히 박근혜 전 위원장과의 차별성인데, 복지나 경제 민주화를 읊조리는 것이 과연 차별화에 도움이 되겠는가가 문제다.
단적인 예로 어제 박근혜 전 위원장이 다음 주 쯤에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캠프를 꾸리는데, 공동선대위원장에 김종인 전 비대위원을 위촉했고, 김 비대위원은 그걸 수락하는 조건으로 경제민주화를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박근혜 전 위원장이 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 아닌가. 대선에서 중요한 것은 구도인데, 이 부분에서 과연 박근혜 전 위원장과 차별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가 문제인 듯하다.
진중권 : 저는 차별성이 어려운 선거라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복지 프레임은 민주당 쪽에서 원래 재미 봤던 프레임 아닌가. 또 경제 민주화 이야기는 안철수씨가 늘 해오던 이야기고, 그런데 이것을 박근혜 비대위 측에서 재빠르게 이슈를 선점해버린 감이 있다, 특히 경제 민주화의 경우에 김종인씨가 상당히 상징적인 역할을 했으니까 그런 식으로 끌어들인 부분이 있고.
차별화가 힘든 것이, 시대정신이, 하나의 정권이 그 시대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는데, 이건 객관적으로 그때그때 규정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 차원에서 차별성을 갖기가 어렵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복지의 내용에서 선별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에서 차이가 날 것 같고, 경제 민주화로 들어가게 되면 재벌 문제 등에서 차이가 날 텐데, 그것을 어떻게 명확하게 선을 긋고 메시지를 간명하게 또 분명하게 전달하느냐가 핵심일 것 같다.
김성식 : 고민이 되는 지점은 모든 민주당 주자들이 민주주의, 서민성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의 차별성을 던지고 있다. 그런 점에선 차별성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다른 민주당 주자와 뭐가 다른가가 분명치가 않다. MB정권의 과오 계승 문제는 박근혜 전 대표가 이미 다른 지점에 와있기 때문에, 부분적인 논란은 만들 수 있더라도 큰 성공을 거두기는 어렵다.
현재 문재인 후보는 민주당 내 대세를 활용해서 당시 노무현 정부의 정의로운 가치로 문제를 풀려고 하는 것이 초점이고, 손학규 후보는 과연 노무현이 성공적인 국정이었는가에 포인트를 맞추어서, 유능한 진보여야 하고 자신이 강점이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김두관 지사는 결국 서민 대통령이 해결을 할 수 있는데, 본인이 잔다리를 밟아온 역량으로 잘 해보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고, 정세균 고문은 당내 미묘하게 놓여져 있는, 과거 동교동 정치흐름과 친노 정치흐름을 동시에 안기 위한 노력을 하면서 차별화하려 하는 것 같다.
문재인 후보는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어떤 후보이든지, 'Beyond 노무현', '노무현 넘어서기'를 말하고 있지않나. 결국은 계승할 것은 계승하면서 넘어서기는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한데, 말로는 누구나 하지 않나. 새누리당도 민주주의 하겠다는 거 말로는 다 한다. 그 점에서 노무현 넘어서기라는 중요한 숙제가 자신의 경쟁력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문재인 후보-안철수 교수 '경쟁력 차이' 이유 고민해야이털남 : 김 전 의원께서 일관적으로 지적하고 계신데, 과거 10년간의 집권 경험을 이제는 넘어서야 한다는 그런 말씀이신데. 김 전 의원님께서 보시기에 과거 민주 정권에서 한 발짝 나아가는 핵심 포인트란 무엇이라 보시나.
김성식 : 가령 재벌 개혁과 보편적 복지 측면에서만 이야기를 해보면, 지금도 검찰이 논란이 되고 있듯이 검찰 개혁이 MB정부에서는 오히려 거꾸로 왔지만, 지난 10년 민주정부에서 이루어졌나. 김대중 정권은 재벌 개혁의 경우 IMF 위기극복이라는 불가피한 사정도 있었지만, 사실상 그것을 다 그대로 받아 들어서 신자유주의 문제에 대한 논란이 있지 않나.
또 노무현 정부 역시 재벌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요즘 논의되고 있는 출총제도, 원래 자산 대비 25% 기준을 40%로 완화까지 해주었고. 우리가 양극화, 정의와 관련되어서 논의하고 있던 바가 잘 되지 않았다. 그리고 현 정부 들어와서는 더 거꾸로 돌아가니까.
크게 보면 5번의 직선제 대통령이 있었지만 그 시대마다 나름 시도는 했지만 결국 국민의 삶에 불안이 축적되어 왔는데 이를 어떻게 할 것이냐다. 야권이 갖는, 민주화의 계승성 이런 데에 나름의 관점과 정체성을 갖고 있긴 하지만, 국정 수행에 있어서 과연 유능하게 그 것을 할 수 있느냐는 원천적인 문제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고.
보편적 복지 문제는 특히 지난 정부가 잘못 했다기 보단, 어차피
재정상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가 공식적으로 복지 플랜을 종합적으로 낸 2030 플랜은 2006년에 만들어졌다. 2003년도에 탄핵 소동이 있고, 그 가운데에 열린우리당이 제 1당이 되면서 들고 나온 것이 4대 개혁이었는데, 이른바 사학법, 국가보안법, 언론개혁, 과거사 이런 것들 뿐이었다. 결국 가장 다수당이 되었을 때 중요한 양극화를 해결하려는 그런 부분을 못하고, 임기 말에 겨우 몇 가지 플랫폼을 세운 데에 불과했다. 민주당 주자들이 이런 점을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는 것이다.
이털남 : 진 교수님은, 민주정부의 10년의 공과라는 게 있는데, 여기서 '과'에 관해 혁신 포인트가 어디있다고 보시나.
진중권 : 실패라는 게 중산층이 붕괴하지 않았나. 경제위기라는 측면도 있지만, 인식의 안일함도 있었고. 중산층이 붕괴하면서 지지층이 붕괴하도록 방기한 것이다. 거기에 대한 책임론이 있을 것이다. 특히 문재인씨는 당내 최대 주주라고 할 수 있는데, 친노의 지지를 받아 앞선 주자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 분에게 위험한 부분이 바로 그것이기도 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산이지만 부채이기도 한 것이다. 그것 때문에 지금 타 후보에게 얻어맞고 있기도 하고. 핵심이 그것인데, 이슈로 제기되는 보편적 복지나 경제 민주화, 이제 이 안에 다 들어와 있다고 본다. 문제는 얼마나 구체적 정책 의지를 보여주느냐는 것이다.
이털남 : 민주통합당에서 총선 실패 이후 제기되고 있는 것인데, 진보보다는 중도 포섭론으로 가야 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최근 민주통합당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 성장이야기가 다시 나오고 있다. 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정치 공학적으로만 보면 중도 포섭론이라고 단순히 정리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려면 정책이 조율이 되어야 하는 것이고 노선이 조율되어야 하는데, 이게 과연 조화될 수 있는 문제인가.
진중권 : 중도층 강화라는 것의 의미를 모르겠다. 김한길씨가 그 말을 흘렸다가 피해버렸다. 트위터로 제가 딱 때렸는데. 사실 민주통합당이 4·11 총선에서 좌클릭 했던 것 때문에 실패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족했다. 국민들이 확실하게 원하고 있고 새누리당까지 좌클릭 해서 오는 상황에서 그런 진단을 내린 것은 잘못이고. 다른 문제가 있었던 거 같다. 정책의 문제라기 보다는 정치적인 실수가 더 컸던 것 같다. 공천의 문제라든가.
이털남 : 이슈관리에 실패한 것도 있고.
진중권 : 그렇다. 김용민씨 막말 문제도 있고. 그런 것들은 민주당에 대한 진단이 잘못된 것이고 그런 것은. 노선이 잘못된 게 아니라 이슈 싸움이다 사실. 결국 차별성의 문제가 되지 않나. 새누리당이 모든 이슈를 선점한 상황에서 민주통합당이 우클릭 하게 된다면 궤멸적인 타격을 받지 않을까. 이대로 가다보면 지속가능성이 안 보인다. 뭔가 큰 변화가 있고, 그러한 메시지를 확실하게 누가 던져주느냐를 국민들은 바라고 있는데.
이털남 : 진 교수님 말씀은 진보노선을 강화해야 하고 실천적 노선을 강화해야 한다?
진중권 : 그렇다. 제가 말하는 강화는 통진당 문제를 끌어들이고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예를 들어 저는 통진당 문제 해결이 안 되면 과감히 잘라버려야 한다고 본다. 구 당권파에서 당권을 장악하게 된다면 볼 것도 없다. 바로 잘라버려야 하는 것이고.
이털남 : 야권연대를 포기해야 한다?
진중권 : 그렇다. 그렇지만 그게 정책에서의 우클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혼돈해서는 안된다. 국민들은 그런 식의 무조건적인, 단지 야권연대를 위해서 좌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굳이 다 끌어들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털남 : 김성식 전 의원님은 어떻게 보시나.
김성식 : 저도 민주당 입장에서 생각하면 진 교수님 말씀이 의미가 있다. 진보냐 보수냐를 떠나서 자신의 정책 프로그램과 계획이 얼마나 지혜롭고 국민의 권리와 삶이 나아질 수 있느냐에 대한 신뢰를 국민에게 줘야 되는데. 이런 게 불투명한 상황에서 단순히 중도냐 진보냐 이런 논쟁하게 되면 스스로 뭔가 스텝이 꼬인다. 탱고를 춰야 되는지 블루스를 춰야 되는지 모르게 된다는 것이다. (웃음)
지난 10년 동안 선의로 정치를 하려고 했지만 결과가 나쁘게 나온 것들이 많지 않았나. 예를 들면 부동산 정책도,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때 여러 가지 부동산 가격 상승 억제하려는 정책이 나왔지만 정책 나온 그 다음날부터 가격이 막 오르고 그러지 않았나. 그러니까 그게 나름 선의만 가지고 잘해보려 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복잡한 국정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통해서 프로그램을 내야 되는 것이다.
지금 민주통합당이 가장 고민해야 할 문제는, 여론조사가 나오고 있잖나. 지금 문재인 후보가 여러 가지 장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전 위원장과 양자대결을 하면 박근혜 전 위원장은 50%를 조금 넘어가고 문재인 후보의 경우에는 40%, 약 10%P의 격차가 난다. 그런데 안철수 교수와 박근혜 전 위원장을 붙여보면, 박근혜는 40% 후반대로, 안철수는 40% 초반대로 들어와서 오차범위 내에 들어오게 된다. 그러니까 현재 민주당에서 1위를 하고 있는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교수에 비해서 7%P 정도 경쟁력에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게 과연 무엇이겠는가.
이것은 단순히 정책에서 진보냐 보수냐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라고 막연하게나마 말할 수 있다. 기성정치에 대한 불만감에 기초한 그런 갈망이 있는 것인데,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그런 자신감 있는 이야기를 민통당 후보로부터 들어본 적이 없다. 초점은 여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털남 : 그러면, 최근에 민통당에서 나온 현상을 보면, 잠깐 안철수 때리기에 집중한 적이 있었다. 이 현상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진중권 : 제가 볼 때는 끌어들이려고 했던 것 같다. 들어올 거면 들어오고 아님 말아라는 식의. 사실 안철수의 존재가 다른 분들의 빛을 바라게 하는 상황이 있다. 좀 짜증이 나는 상황일 테고. 안철수 원장도 화가 났는지 한 말씀 하셨고.
이털남 : 안철수는 가만히 있는데 잘 되고, 민주당은 열심히 뛰는데 안 되고.
진중권 : 근데 지금 보니까 민주당에서 나름 언어가 많이 순화가 되었더라. 그런데 핵심적인 것은 안철수씨는 실체가 없는 분이다. 잠재성만 가지고 야권 그 어느 주자보다도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것을 분석해야 한다고 본다. 안철수씨가 일정 부분 시대 정신에 부합하긴 하지만, 다른 민주당 주자들이 그런 모습을 못 보여준다는 것이다.
안철수씨가 갖고 있는 시대 정신이라는 것들은, 특히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서 늘 발언해온 그런 부분들이 있고. 또 CEO 출신 아닌가. 국민들 사이에는 성공 코드가 있다. 경제적으로 성공한 대통령에 대한 성공코드인데. 안철수씨가 만들어 내는 물건이 무게가 없지 않나. 정보화 시대의 CEO다. 각하 시대에는 삽질 코드로 가서 이게 뭔가 퇴행했다는, 그런 산업화 모델에 대한 현대화가 필요하다는 그런 느낌이 있고.
또 하나가 리더십의 문제, 각하식의 카리스마 리더십보다도 부드러운 멘토식, 네트워크 시대의 쌍방향 소통에 대한 갈망들이 어우러져 나타난 게 있다. 그런 점에서 안철수씨가 시대요구에 부합하는 존재 자체가 된 그런 부분이 있는데, 그런 것을 민주통합당 측에서 현재로서는 못 해내고 있는 것이다.
김성식 : 저는 역사 속에서 노무현 정부가 갖고 있는 중대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우리 사회에서 진정으로 서민의 아픔을 정책에 반영해보려는 그런 마인드, 성공 여부를 떠나서, 지역주의를 비롯해서 정치 자체를 옥죄는 요소들과 정면으로 붙어보려 했던 측면에 강점이 있다고 본다.
그런데 지금 사실상 민주당은 노무현 대통령 단계에서 진화를 멈춘 것이다. 거기에 거꾸로 말하면 노무현 대통령만큼 치열하지도 못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의 성패는 거듭 말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참 논란거리가 됐다. 아쉬운 부분도 많고 저도 답답한 느낌이 많았지만, 그보다도 지금 민주당은 그 단계에 멈춰있고, 거꾸로 노무현 대통령만큼 치열하지도 못하고. 그러면 그 뒤를 이어 뭔가 하겠다는 사람은 더 치열하기도 하고 비전도 더 좋아야 하고 다른 정치적 관계에서 함께 좋은 정치를 할 것인가에 대한 가능성도 보여줘야 하는데, 이게 바로 문제의 핵심이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의 대표진영, 올드 보이로 불리는 이해찬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특히 구태정치로부터 떨어져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박지원 원내대표가 새누리당을 매일 비난하는 포 역할을 하고 있고. 이런 것들이 메신저 프러블럼, 메신저의 함정에 빠져 있다.
민주당의 후보들은 결국에는 새누리당 공격하고, 박근혜 전 위원장 공격하고 그런 것은 다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으로서는 충분치 않다. 앞서 말한 안철수 교수가 얻는 지지도와 야당 1등이라는 문재인 후보가 얻는 지지도의 갭, 그것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데, 그건 간단히 말하면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이다. 중도냐 진보냐 이런 것도 중요한 논의 중에 하나겠지만, 기존의 정치행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바로 그 문제다.
이털남 : 정치 콘텐츠 이전에 정치 방법의 문제다?
김성식 : 그렇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권 말에 대연정을 제안했다. 그때 언론 입장은 물론이고 심지어 열린우리당에서도 이해를 못했다. 야당도 정략이라고 공격한 것은 물론이고,
이털남 : 그 때 나쁜 대통령이라는 말도 나오고 그 때 아닌가.
김성식 : 그렇다. 그런데 왜 대연정 이야기를 마지막에 했을까. 저는 집권 초기부터 주도권을 잡으면서도 함께 잘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보다 왜 도대체 마지막에 대연정 이야기를 한 걸까. 민주화된 이런 정치 구도 속에서는 혁명을 하지 않는 한, 주도권을 잡더라도 어떻게든 협력의 정치를 해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데, 지금 보면 여야 가릴 것 없이 상대방을 섬멸론에 입각해서 보고 있다. 그런데 안 교수는 그게 아니다. 기존 정치의 나쁜 점을 넘어서 보자는 것 아닌가. 이것도 물론 추상적인 이야기인데, 그렇다 하더라도 그걸 넘어서는 민주당의 코드가 뭐냐.
이털남 : 의미가 있는 말씀이시지만, 위험한 모험수일 수가 있는 게, 기존 정치인 입장에서는 사꾸라로, 회색분자로 비춰질 가능성에 대한, 정치적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하고 싶어도 못하는 차원이 있지 않나.
김성식 : 유럽의 사민주의 역사를 비춰보면, 노동자 계급성을 바탕으로 민주적 방식을 통하든, 혁명적 방식을 통하든 정의롭고 해방된 세상 만들어보자는 것 아닌가. 그런데 19세기 말, 20세기 초부터 노동자들에게 참정권이 주어지니까, 유럽의
레프트 정당들이 상당히 고민을 한다. 이 공간에서 무슨 일을 해야 하나. 원하지 않는데 기회가 주어지고, 당선되고 막 그런다는 말이다.
이털남 : 혁명의 열기가 제도권으로 편입이 되면서 일어난 상황이다.
김성식 : 그래서 사회민주주의 정당에서 고민을 한 것이, 아, 이제는 노동자뿐만이 아니라 다른 여타의 사회적으로 어려운 세력과, 심지어 자본가 까지도 어떤 식으로 연대를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사민정당이 했지 않나. 그게 스웨덴 사민주의모델이고.
마찬가지로, 지금 여든 야든, 정체성을 가지고 밀고 가되, 현재 우리 앞에 주어진 가장 핵심적인 과제, 양극화 문제, 비정규직 문제 같은 것들은 정치가 사회문제를 주도하고 만들어 내지 않으면, 더 나빠지고 결국 악순환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사안들이다.
저는 전체적인 대연정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양극화 문제나 비정규직 문제같이 사회적 합의와 타협을 통해서, 심지어 손학규 고문의 '저녁이 있는 삶'은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고, 지난 정부에서도, 이번 정부 초기에서도 여러 번 제기 된 것인데 실행이 되지 않았던 것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소득 감소 등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안 되어서 그런 것 아닌가. 지난 1987년 직선제 이래 여러 가지 사회적 개혁이 있었지만, 국민이 시장 속에서 점점 어려워지는 문제에 대해서는 정답을 못 내왔고 실천도 부족했다. 이런 문제에서는 심지어는 보수와도 함께 합의를 해서 어려운 사람들의 시민권을 확장하겠다는 그런 플랜이 필요하다.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민주당이 할 수 있는 개혁의 최대치는 노무현이털남 : 그러니까 정치적 타협보다는 정책적 타협. 전면적 타협이기 보다는 부문적 타협을 말씀하시는 것 아닌가. 진 교수님은 어떻게 보시나.
진중권 : 제가 늘 하는 이야기가 민주당이 할 수 있는 개혁의 최대치는 노무현이다. 그를 뛰어넘기가 힘들다고 말해왔는데.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결코 뛰어넘을 수 없는 것이 그 바이오그래피다. 1970~80년대 형성된 그 바이오그래피를 뛰어넘을 사람이 나오기 힘들다. 그게 스토리텔링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그리고 실제로 야권 주자를 보면 문재인씨도 노무현의 그늘에 있는 분이고 김두관씨도 범 친노이고, 손학규 대표는 심지어 새누리당에서 오신 분이다. 그리고 정세균씨는 개혁색이 뚜렷한 것도 아니고. 인물들이, 적어도 노무현 하면 어느 정도 시대 정신을 대변한다는 느낌은 있었는데, 이게 안철수로 넘어가버린 것이다.
좀 전에 말씀하신 부분 중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 저도 강연 때마다 늘 강조하는데, 우리나라 정치 구조가 굉장히 비정상적이다. FTA 논의구조를 보라. 찬성했다가 반대했다가 정신없고. 예컨대 행정 수도 이전 문제도 <조선일보>가 어떤 때는 반대했다가 어떤 때는 찬성했다가 그때 그때마다 왔다 갔다 한다. 정치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본다. 이념형 정치가와 테크노크라트적 정치가 있다. 뭔가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에 대해서 옵티멀 솔루션을 내는 것이 핵심이지, 그것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아서 싸우기 보다는. 문제에 굉장히 냉정한 솔루션을 내는 그런 타입. 그러니까 안철수의 모습에서 그걸 본 것이다. 이 분이 이야기하는 게 이념이냐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라 상식의 문제 아니겠는가? 그 상식 선에서 진보건 보수건 합의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이런 포인트가 있다.
또 지금 기회가 굉장히 좋은 게 민주당이나 새누리당이 표면적으로 내놓는 공약이 같다. (웃음) 시대 정신이 합의가 된 굉장히 좋은 기회다.
김성식 : MB 정부가 너무 많이 가르쳐 줬다.
이털남 : 타협을 말씀하셨는데, 노무현 정권 말기에 돌아가신 고 김근태 고문이 열린우리당 비대위 의장을 하실 때, 뉴딜이라는 걸 내건 적이 있었다. 사회적인 대타협을 하자는 주장이 나왔는데 메아리가 없었다. 외로운 외침으로 끝나버렸는데 조준을 잘못 했었던 건가. 아니면 정치풍토상 가능하지 않아서였는가.
진중권 : 시기상조였다. 타이밍이 안맞아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근데 지금은 어느 정도 될 것 같다. 국민들도 많이 겪어 봤으니까. 아까 말씀드린 대로 기회가 좋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대충 일치하는 부분들이 있다. 물론 구체적 내용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또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런 문제들은 정책 한두 개로 바뀌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문제이고 사회적 대타협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한 부분이 있다. 여기에 대한 인식들을 국민들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번 기회로 정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예를 들어 누가 이기든 지든, 공통적인 공약은 확실히 이행하자. 협력하겠다. 싸우는 건 다른 문제 가서 얼마든지 싸울 수 있으니까.
이털남 : 김성식 전 의원도 타이밍의 문제라고 보시나.
김성식 : 그렇다. 데여 봐야 정신 차린다. (웃음) 끝까지 가봐야 된다. 압축 성장만큼이나 담론들도 압축적인 갈등을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이기는 하다. 근데 제가 주장하는 것은 차기 정부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양극화 같은 삶과 연관된 문제, 재벌개혁, 검찰개혁 등 우리가 오랫동안 못해왔던 문제는 연립정부를 운영한다는 정신으로 해야 된다고 본다. 이제는 느낄만큼 느끼지 않았나.
대표적인 게 비정규직 문제 관련해서 지지고 볶다가, 17대 때 어떤 합의를 봤냐면, 기간 제는 2년만 지나면 못쓰게 한다, 파견제는 단단히 묶어 놓고, 사내 하도급은 법정 규정 자체도 없어서, 결과를 보라. 선의를 가지고 비정규직 문제 바꾸자고 했지만 정규직의 기득권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뭘 하려고 하니까 뭐가 안 되는 것 아닌가.
대선 주자나 국회의원이나 다 마찬가지다. 표를 얻고 싶지 표를 잃고 싶지 않잖나. 집권여당이 되고 나면 할 수 없이 국정을 책임져야 하니까 표 안 되는 이야기도 해야 되는 거고, 야당은 책임 없으니까, 표 되는 이야기만 하고, 표 안 되는 이야기 안 하면서 집권당에 완전히 각을 세우고. 그러니까 답이 없는 것이다.
이제는 적어도 그러한 몇 가지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적,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들어가는 그런 정도의 정치적 성숙이 필요하다. 또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말에 던졌던 대연정, 그 자체는 논란 거리였지만, 그 정신 자체는 나름대로 현 시대에 바로 민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또 남북 문제와 같은 중요한 국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좀 더 성숙되고 한 단계 뛰어넘은, 그런 게 필요하다. 그런 자신감이다. 단순히 타협한다는 문제가 아니라, 주도권을 쥐더라도 100점을 다 얻으려고 하지 말고, 60점이든 70점이든 진전시키겠다고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고민. 이런 게 있어줄 때 좀 더 진전된 야당의 대선 캠페인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진중권 : 보충하자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실체도 모르는 안철수에 대한 열망, 그 밑에 깔려있는 것이 국민들의 메시지라고 본다.
이털남 : 여기까지 이야기했는데,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이야기 한 것들을 각 민통당 주자들이 충분히 수렴할 만큼 준비가 되었을까. 왜냐하면 지금 캠프를 꾸리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김성식 : 경선 때는 선명성이 물론 중요하다.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치 철학적인 고민이 얼마나 나타나느냐가 중요하다.
경선 자체는 흥미진진해질 듯... '역동성' 살리는 게 문제이털남 : 이 문제는 나중에 다시 짚어보도록 하겠다. 그 다음 카테고리는 대선 주자 간 경쟁 구도의 문제다. 지금까지 여론 조사를 종합하면 일단 문재인 고문이 앞서가고 있다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 아니겠는가. 그런데 문재인 고문은 가장 어려운 상대가 김두관 지사일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본격적인 경선 국면에 들어가면 지금의 구도가 많이 흔들릴 것이라고 보나.
진중권 : 당내에서는 손학규 고문, 문재인 고문, 김두관 지사가 거의 23~25% 사이에서 팽팽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이는데, 밖에서는 어떨지 모르겠다. 문재인씨 같은 경우 아직 호남지역의 비토가 남아있는 것 같고, 김두관씨는 수도권에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장에서 도지사까지 한 그런 것이 남쪽에서는 알려졌을지 몰라도. 호남 쪽에서는 상당 부분 탈호남정책의 영향 때문인지 앙금이 조금 남아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김두관씨를 좀 선호하는 것 같고, 손학규 대표는 모르겠다. 굉장히 괜찮은 카피를 내놨지만, 저평가 우량주라고 이야기 나오지 않았나. 이미지가 아직 강하지 않은 것 같다. 어찌 됐든 세 분이 붙고 다른 주자들이 붙고 예열이 되면서 경선 자체가 흥미진진해질 것 같기는 하다.
이털남 : 한 명이 앞서가는 주자는 없을 것이다?
진중권 : 모르겠다. 민주당이 국민완전경선 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아무래도 문재인씨가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김성식 : 야당의 경우 항상 다이내믹스가 있었다. 예를 들면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에 경선할 때 처음부터 이길 거라는 전망이 없었다. 여론조사에서 5%를 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었고, 처음에는 이인제 후보가 앞섰다. 그런 다이내믹스가 기대감을 높였고 그걸로 본선까지 이겼다. 상대적으로 지금 박누리당이 되어있고, 또 박근혜 전 대표로 굳어져 있는 새누리당에 비해서 그 역동성을 살릴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지금 문재인 후보가 1등이니 다른 후보들이 네거티브 많이 하잖나. 그거 해봤자 자기 지지율 안 오른다. (웃음) 시대의 여러 아픔을 정면으로 보고, 그걸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이 뭐냐는 정치 패러다임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현재 구도가 민주당 내 당내 구도로 볼 때 크게 바뀔까 싶다.
두 번째로 봐야 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무려 530만 표 차이로 정동영 후보를 이겼잖나. 사람들이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굉장히 표를 많이 얻어서 당선된 걸로 기억을 한다. 그렇지가 않다. 당선 될 때 1149만 표를 얻었는데.
이털남 : 득표율 48.6%였다.
김성식 :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그전에 당선될 때 무려 1201만 표를 얻었다. 약 50만 표가 사실 총수에서 더 얻었던 건데. 어떻게 된 것이냐면 정동영 후보가 지난 번에 큰 표 차이로 패배할 때, 사실상 당시 한나라당 표들은 결집할 만큼 결집했는데, 자신들이 모을 표를 제대로 모으지 못해서 투표율이 현저히 감소된 면. 이 점을 고민해야 하지 않겠나. 이 부분에 핵심은 여러 민주당 후보 가운데에서 시너지를 통해서 말그대로 '노무현 넘어서기'를 하는 것이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국정수행의 유능함과 동시에, 정치세력이 자기 이해관계를 각축하지만, 이게 폼나게 잘 엮어서 국정을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과 연결이 되는, 그런 측면에서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말할 수 있고, 그 과정을 통해서 지금 각 후보들에게 던져져 있는 '친노 아니냐', '한나라당 출신 아니냐', '중앙정치에서 해본 거 없지 않느냐' 하는 그런 비판들을 서로 커버도 해주고, 그런 걸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이털남 : 민주당의 경선 구도에서 중요 변수가 될 지 모르겠는데, 오픈프라이머리 논란이 있을 때마다 이런 논란이 있었다. 상대방 정당 지지 국민들이 와서 역투표를 할 것이다, 자기가 지지하는 자기 당 후보와 맞붙었을 때 유리한 사람에게 몰아서 민심이 왜곡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왔잖나.
쉽게 말해 안철수 원장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그 민주통합당 경선에 국민선거인단으로 참여를 해서 후보 단일화가 다음 단계에서 있을테니 안철수 원장에게 유리한 파트너가 누가 될 것인가를 고민해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그런 과정이 경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을 것인가.
진중권 : 저는 인과관계가 분명치 않았던 것 같은데…
김성식 : 지금 민주당 주자들이 제일 걱정하는 것이다 방금 말씀하신 게.
이털남 : 그러니까 안철수 원장을 때리면서도 안철수 원장과의 후보 단일화를 부정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서 안철수 원장의 지지그룹과 민주통합당 지지그룹은 일정 부분 교집합이다. 문제는 민주통합당 지지자든 안철수 원장 지지자든 대선 승리를 염원한다고 본다면, 그러니까 '안철수 원장이 대선 후보가 되는 게 좋겠다, 그래야 이길 수 있겠다', 라고 전제해 놓은 다음에 그러면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안철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파트너가 누가 될 것인가' 이런 차원에서 민주통합당 경선 주자들을 선택할 가능성 이것을 여쭤본 것이다.
진중권 : 그것은 사실 제 머릿속으로 확 안 와 닿는 것이 그 분들 나름대로도 문재인을 선택할 것인가, 손학규를 선택할 것인가 각각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사실은 교집합이 크고 거기에서 벗어나는 게 아까 말씀하셨듯이 7%P라고 한다면, 그 사람들이 누구를 지지할 것인지 분명하게 일반적 흐름이 와 닿지는 않는다.
이털남 :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누가 민주통합당의 대선 후보가 되었을 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매끄럽게 갈 수 있겠는가 하는 판단하나, 두 번째로 후보 단일화는 공동정부를 전제한 것이라고 본다면 안철수 원장으로 간다고 했을 때 누가 국정의 파트너가 되는 게 좋을 것인가 하는. 이 두 가지 판단이 개입되지 않겠나.
진중권 : 그런데 그게 모아진다는 보장은 없을 것 같다.
김성식 : 그 말도 맞다, 어차피 이게 게임이니까, 2단계 경선 때 안철수 교수가 좀 더 쉽게 이길 수 있도록 하는 고민을 하는 사람도 많을 테고, 공동정부 때 연립을 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도 많을 테고, 방향은 분산적일텐데 그러나 각 후보들은 한 표가 아쉬운 판에 이런 걸 경선 룰 차원에서 많이 고민할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제가 볼 때는 경선 룰 차원에서 현재 동원선거의 문제가 있고, 이른바 일정 팬덤을 지닌 정치 그룹들이 당 대표 선거에도 관계했던 흔적이 또 있지 않나. 스스로의 대표성을 과대평가하는 그룹의 표심이 반영이 된다면 그 또한 국민과 멀어지는 것이고.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통합진보당의 여러 사태와 과연 무엇이 다르냐는 논란거리도 유발할 수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경선 룰이 보장이 안 되면 민주통합당이 리스크를 안게 될 것이다. 선거 관리상 안정적인 관리를 말씀드리는 것이다. 이런 점에 대해서 고민을 하기는 할 것이니 지켜 보기로 하자.
요컨대 현재 민주당의 진화의 정도가 노무현 단계에서 멈춰있고 그만큼 치열하지도 못한 것이 한계라고 말씀드렸고, 이것 때문에 아직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안철수 교수가 여론 조사에서 앞서 있고, 또 그것은 쉽게 꺼지지 않는 기대감으로 자리 잡아 나가고 있다. 이런 점과 연관해서 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고, 잘못하면 지난번 박원순 서울 시장 때처럼, 기분 나빠 하시지 않길 바라며 비유를 들자면, 선거 대행업을 해야 되는 그런 운명에 빠질 수가 있지 않나. (웃음)
이털남 : 자당 후보가 대선 후보가 되지 못하는…
김성식 : 그것이 공동정부가 되었건 뭐건 그런 것 아닌가. 이런 점을 보면서 후보들은 다른 후보들과의 불가피한 경선 과정에서의 치고 받기를 할 수는 있겠지만, 국민을 상대로 해서 과연 자신의 리더십을 보여 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될 것이고 그걸 못하면 현재 판세대로 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안철수 원장과 한 차례 더 경합을 해야 할테니 따라서 첫 번째 경합에 국민들이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거나 그럴 수가 있다. 도발적인, 그러나 네거티브라는 게 아니라 시대 자체와 붙들고 싸워야 한다.
진중권 : 쉽지 않은 이야기인데, 인물 자체가 아이콘인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아무리 후보들이 뭘 내세운다고 하더라도 그 인물 자체가 아이콘이 되어 버리면, 안철수씨 같은 경우에 그렇게 되어 있지 않나. 굉장히 커버하기가 힘든 부분이고, 말씀하신 거처럼 안철수 현상의 바탕에 깔려있는 그 메시지들을 잘 흡수해서 이 후보들이 갖고, 경선 과정에서 자기들의 중요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엎치락뒤치락 싸우고, 방어하고, 공격하고 하는 가운데에 자기 자신을 단련시키고 훈련시키고 살아남는. 지금 안철수가 독점하고 있는 아이콘을 스스로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역동적인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털남 : 자연스럽게 두 분이 마무리 발언을 하셨다. 굳이 더 마무리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이렇게 사회자가 소외되고 있다. (웃음)
김성식 : 덧붙이자면 지난번에 새누리당을 분석하면서, 이번 대선 판은 총선에 비해 앞으로 10%P 정도 투표율이 더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을 말씀드리고, 이게 야당 판이라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다. 그런데 이 판에서도 반MB 정부에 기대서 뭔가를 해보겠다고 하는 것은 굉장히 곤란하지 않나. 자기들이 열심히 할 부분이 없는지, 정말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 출마선언문 한 번 읽어보라. 굉장히 좋은 이야기 베껴놓고 치열함이 없는 실망스러운 문건들이 많다.
진중권 : 다 이겨놓은 판을 또 총선 놓치고, 대선 놓치고 하면…
이털남 : 어부지리는 한 번이면 족하지 않겠나. 알겠다. 민주통합당의 분발을 기원하는 의미로 이해하겠다. 오늘 <전방위 토크> 여기서 마무리 하겠다. 두 분 말씀 고맙습니다.
김성식, 진중권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