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처리'를 시도했다가 여론 반발에 보류된 한·일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에 대해 외교통상부가 책임자를 자처하고 나섰지만, 정치권에선 진상규명을 통해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일 민주통합당은 긴급안건으로 해당 협정안건을 통과시킨 국무회의를 주재한 김황식 국무총리의 해임을 요구하면서,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국회에서 국무총리 불신임안을 내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대해 같은 날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하면서 "이제 개원이 됐으니까 국회에서 정당한 절차를 밟아 충분한 토의가 이뤄진 뒤에 어떤 결정을 내려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총리 책임론에 대해선 여야가 서로 각을 세우고 있지만, 여당에서도 이번 사태의 진상규명이 필요하고 실질적 책임자에 대한 인사문책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반응은 청와대가 이명박 대통령이 협정 체결과정을 강하게 질타했다고 전하면서도 책임 있는 당국자에 대한 문책 가능성은 일축한 데에 대한 반발의 성격이 짙다.
정두언 의원은 2일 트위터에서 "인류가 발명한 최초의 가장 기본적인 조직관리 원칙이 신상필벌"이라며 "한·일정보협정 관련해 대통령이 절차문제로 질타했는데 아직 문책은 없다고. 늘 그렇듯 이 정부가 갈팡질팡하는 주된 이유는 신상필벌이 작동 않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이 문제를 주도한 청와대 기획관부터 문책해야"라고 덧붙였다. 정 의원이 말한 '청와대 기획관'은 김태효 외교안보기획관으로, 이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 중이던 지난 26일 국내에서 이번 협정 체결 절차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18대 국회에서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맡았던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도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한 인터뷰에서 협정 체결 과정에 대해 "꼼수를 하다가, 편의적으로 하려다가 결국은 된통 걸린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국회에서 진상을 조사해 그 책임에 걸맞은 책임자에 대한 처벌, 책임추궁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절차적으로 문제 있다"... 친박계 "진상조사 필요" 새누리당을 장악하고 있는 친박근혜계에게도 이번 협정 체결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인책론을 말하기엔 이르지만 진상규명을 통해 책임소재가 가려지면 인책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친박계인 정우택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군사·외교정책은 민감하게 고려해야할 문제들이 걸려있을수록 사전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이번에 결정적인 취약성을 드러냈다"며 "외교·안보라인과 시스템에 대해서 전면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도 이날 개인 의견을 전제로 "이제 이 정부에선 사실상 협정체결이 어려워졌다. 차기 정부 판단의 몫으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진상부터 소상히 밝히고 그 이후 인책 여부를 따져봐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윤 의원은 이날 "박근혜 전 위원장이 '이 문제는 절차적으로 문제 있다'고 우려를 표명한 것은 맞다"고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