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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을 거치며 불법금융업 피해자 구제를 위해 꾸준히 활동해온 송태경 민생연대 사무처장은 최재천 의원실 보좌관으로 전격 발탁돼 눈길을 끌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을 거치며 불법금융업 피해자 구제를 위해 꾸준히 활동해온 송태경 민생연대 사무처장은 최재천 의원실 보좌관으로 전격 발탁돼 눈길을 끌었다. ⓒ 박소희

등록금을 내야 했다. 하지만 돈을 구할 길이 막막했다. 사채를 썼다.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사채업자들은 돈 대신 몸이라도 내놓으라고 했다. 뒤늦게 아버지는 술 한 잔에 웃음을, 인생을 팔고 있는 딸을 발견했다. 제 손으로 딸의 숨통을 끊은 뒤, 아버지는 세상을 등졌다.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2009년 대한민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빚이 삶을 삼켜버린 사람들은 우리나라에 얼마나 있을까.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을 돕고 있는 송태경 보좌관은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적어도 500만 명 이상이 대부업 시장에 직접 노출되고 있다"고 추정했다. 국민 10명 중 하나는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거나 사채를 끌어다 썼다는 뜻이다. 그의 분석은 2006년 정부가 최소 추정치로 내놓았던 대부업 이용자 328만 명에, 여기서 빠진 보증 채무자, 무등록대부업체 이용자 등까지 감안한 결과다.

송 보좌관의 명함에는 '최재천 의원 보좌관' 외에도 '민생연대 사무처장'라는 직함이 하나 더 쓰여 있다, 그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서 상가임대차 보호, 파산 보호, 사채 이자율 규제 등 경제 관련 정책들을 꾸준히 다뤘고, 지난 2008년부터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민생연대)'에서 일하며 불법금융업 피해자들을 상담하고 무료로 법률지원을 해왔다.

"사채 피해자들은 사회구조 희생양... 진보도 보수도 관심 없다"

개인 파산이나 부채 관련 문제는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영역이다. 금융분야 특성상 복잡하고 어려운 데다 '사채를 쓴 건 개인 잘못'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송 보좌관은 "그들은 철저하게 사회 구조적 희생양"이라고 말한다. 미등록 대부업체나 사채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족이 아픈데 병원비를 낼 수 없는 비정규직, 학자금 대출자격이 안 되는 가난한 대학생 등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사회취약계층이기 때문이다. 그는 "병원비나 생계비, 학자금, 부모 부양비 등은 사회보장의 영역이고, 그 책무를 국가가 이행해야 하는데 제대로 안 되고 있다"며 "정부가 책임지지 못하면 적극적 제도 보완이라도 있어야하지만 그런 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급하면 대부업체 돈이라도 쓰세요' 하면서 가끔 단속하고 나면 자기 일 다했다는 식이다. 하여간 불법 금융업 피해자들은 버려져 있다. 사회적으로 버려진 사람들이다. 최근 '불법사금융과의 전쟁'이란 표현까지 나왔지만, 사태가 나아지기는커녕 악화되고 있다. 지금도 목숨을 내놓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비정규직 이상으로 참혹하다. 그 어떤 영역보다 제도 개선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생활정보지에 적힌 사채업자들의 대출광고.
생활정보지에 적힌 사채업자들의 대출광고. ⓒ 이지현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지난 5월 <경향신문>에 쓴 글에서 송 보좌관의 이런 활동이 사실상 '1인 운동'이라며 "진정한 의미에서 진보적인 것"이라고 호평했다. 그러나 "그가 누구도 하지 못하는 운동을 통해 여러 사람의 경제적 파탄을 경감시켜주고 있지만, 할 수 있는 범위는 지극히 한정적"이라며 "신용불량자들을 위한 정치적 대표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칼럼으로 송태경 민생연대 사무처장은 '송 보좌관'이 됐다. 최 교수의 글을 읽은 최재천 의원이 바로 다음날 그에게 '상임위 활동과 관계없이 불법대부업 피해자 상담과 무료법률지원 활동을 의원실에서 하면서 민생고 해결에 필요한 제도개선 활동을 해달라'고 제안한 것이다.

지난 6월 <레디앙>에 쓴 글에서 '젊음의 거의 모든 부분을 쏟아 부었다'고 회고한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상근직으로 활동하려했던 진보신당까지, 그의 경력은 진보정당운동과 떼려야 뗄 수 없다. 하지만 2008년 민노당이 쪼개지고, 2011년 야권 통합 논의는 그의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됐다. 어렵게 결심한 진보신당 상근 활동마저 당내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면서 송 보좌관은 "마음의 상처가 매우 컸다"고 했다. 정권 교체기를 앞두고 여야 모두 불법금융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제도 개선의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던 그였다.

"어떤 형태든 간에 조금만 노력하면 제도를 급진전시킬 기회인 건 사실이었다. 그러려면 적절한 위치에서, 일정한 권한을 갖고 있어야 했다. 때마침 최재천 의원이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보통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은 자기 일하는 데 필요한 보좌관을 찾지, 오직 노동자와 서민을 위해 일할 사람은 찾지 않는다. 그런데 제게 자리 하나를 내준 것이다. 5월 30일인가, 첫 출근해서야 의원님을 처음 봤다. 서류 심사나 면접도 없었고, 연락도 직접 온 게 아니라 최장집 교수님 제자, 김순영 박사를 통해 왔다."

진보정당을 떠났지만... "민생고 해결 위한 제도 개선 운동 펼쳐갈 것"

송 보좌관은 그렇게 진보정당을 떠났다. 그는 "노동자·서민과 호흡하며 그들의 삶을 능동적으로 개선하려 했던 '신용회복 119운동, 학교급식 조례 지정' 등 대안적 정치운동이 민주노동당이 기틀이었다"며 "진보정당이 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꾸려는 힘이 되어야 했는데,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소수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그는 "민노당 기관지 <진보정치>와 인터뷰에서 '민노당의 가능성을 사랑했지만, 그 성공률은 20%'라고 했다"는 얘기를 꺼냈다. 왜 그토록 낮게 봤냐는 질문을 던지자 돌아온 답은 "지금 보시잖아요"였다. 송 보좌관은 "이념적 가치관이나 행동양식 등에 따라 진보정당을 파괴할 요소가 늘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며 진보정당의 현 상황을 안타까워하는 모습이었다. 차분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던 그의 목소리는 진보정당과 자신의 어제, 오늘을 설명할 때 유독 쉬는 곳이 많았다.

일터는 변했지만 일은 그대로다. 지난 2일부터 최재천 의원은 국회의원 최초로 의원실에 직접 불법 사채 피해 구제를 위한 무료법률 지원실을 운영 중이다. 담당은 역시 송태경 보좌관이다. 그는 "피해자들 법률 상담뿐 아니라 제도 개선 운동을 펼쳐 나갈 것"이라며 "그래야 구조적으로 만들어지는 불법사채 피해자들을 최소화하고, 과잉·약탈대출을 조장하는 사회환경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불법금융 외에도 청년실업이나 비정규직, 정리해고 등 사회 곳곳에 쌓인 민생현안은 다양하다. 송 보좌관은 "'민생고 희망찾기' 토론회를 매달 개회하며 제도개선 운동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노력할 계획"을 밝혔다. 오는 26일 '청년 불완전 취업, 그 절망과 희망'이라는 주제로 그 첫 번째 토론회가 국회도서관에서 열린다.


#송태경#최재천#사채#불법금융#대부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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