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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4일 CNN 누리집
7월 4일 CNN 누리집 ⓒ CNN 갈무리

7월 4일(한국시각) CNN 누리집에 북한 인공기가 담겨 있는 기사가 걸렸다. 하지만 이 기사는 북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대한민국 정부, 이명박 정권에 의해 벌어진 심각한 '표현의 자유' 침해와 '언론 장악 실태'에 대한 보도였다(CNN 보도 보러 가기).

트위터에 인공기 올렸다가 기소된 사례 보도

"누구나 농담을 하고 호응을 얻지 못하기도 하죠. 하지만 박정근씨의 농담은 그를 7년 동안 감옥에 보내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CNN 기사 첫 줄에서)

CNN에 보도된 사진에 나와 있는 인물은 대한민국 사진가 박정근씨다. 그는 그저 장난삼아 북한의 인공기를 배경으로 한 사진을 인터넷 공간인 트위터에 올렸다. 북한 계정의 글들을 몇 차례 리트윗하기도 했으며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올리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화근이었다. 그의 트위터 게시물들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이었다. 이 사건은 트위터에 게시물을 올렸다는 이유로 구속 처벌을 받는 세계 최초의 사례가 됐다.

CNN에서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기사는 박정근씨가 '적에게 이득을 주었고, 북한의 선전물을 퍼뜨렸다'는 혐의로 지난 1월에 구속됐다 보석으로 풀려났고, 현재는 7월 중순에 열릴 2심 재판을 기다리고 있음을 설명했다. CNN은 이 재판에서 무혐의 처분을 기다리는 박씨의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이 매체는 '박정근 사건'에 대해 사건 당사자인 그와 직접 인터뷰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기사에 넣었다.

"솔직하게 말이죠, 이게 북한에서 벌어진 일이었다면 아마 심각한 처벌을 받았을 겁니다. 하지만 이건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재미로 한 건데 문제가 생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전 절대로 선전을 하려는 목적이 아니었습니다."(기사 중 박정근씨 인터뷰)

기사는 국가보안법이 제정된 것에 대해서도 "70~80년대에 대한민국 독재 정권에서 고안되어 북한의 선전을 막고 간첩들을 기소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소개하면서 "그러나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이 법은 정치적 반체제인사들을 기소하는 데 이용되기도 했으며, 발언권을 제한하는 데 쓰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CNN은 "북한에 대한 국가 정책에 비판적인 사람들에게 특히 남용되기도 했다"는 국제 앰네스티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앰네스티 아시아 지역 대표인 샘 자리피는 "국가보안법이 대한민국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냉각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비판했다.

그는 계속해 "국가보안법은 국가 안보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을 겁주고, 발언권을 제한하는데 사용됐다"며 "인권 보호차원에서 법이 바뀌어야 한다, 정부가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이 법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사는 이어서 미국 역시 법을 바꾸거나 폐지하기를 권고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리고 CNN은 이명박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2008년에 5명이 북한 관련 게시물로 인해 기소됐고, 2년 뒤에는 기소자가 82명으로 그 수가 증가했다고도 지적했다.

MB 정권 언론장악 시도 지적

기사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언론자유 침해 사실도 다뤘다. 본문에서 '네 곳의 주요 언론사가 올해 파업을 했고, 이중 일부는 다시 일자리로 돌아갔지만 여전히 수천 명의 언론인들이 파업 중'라며 한국 언론의 현 상태를 보도했다. CNN은 이를 보여주기 위해 현재까지도 파업 중인 YTN 노조 위원장인 김종욱씨와 인터뷰를 싣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친정부 인사들을 언론계 사장으로 임명했고, 우리는 (그들을) '낙하산'이라 부릅니다... 정부가 우리의 목소리를 검열하고, 비판을 막으려고 하고 있습니다!"(기사 본문 인터뷰 중)

YTN 노조 위원장의 말로 한국 언론 파업 상태를 전한 CNN은 "대한민국 정부는 간섭을 부인하고 있으나, 언론인들은 독재시절을 연상시키는 검열의 증가를 보며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에 달린 댓글 중에는 "북한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자유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대한민국 사람들은 자유가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현재 이 기사는 트위터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기사가 트위터에서 1시간 동안 약 1000번 가까이 리트윗되면서 "창피하다" "이게 이명박 대통령이 말하던 국격인가"라는 내용의 반응이 줄이었다.


#CNN#표현의 자유#언론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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