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말, 강남구청이 지난 4월부터 두 달간 비과세 대상 부동산 이용실태 감사를 진행해 소망교회 등 교회 10곳과 밀알복지재단에 총 5억74만 원의 재산세와 취득세를 추징해 이를 두고 행정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강남구청이 강남구에 주소지를 둔 교회·사회복지법인의 면세대상 부동산 763건 가운데 연간 100만 원 이상 세금을 면제 받은 350개 부동산을 조사한 결과, 여러 교회와 교회 관련 단체들이 세금 면제 목적을 벗어난 수익사업을 하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아 취득세와 재산세가 부과됐다는 것이다.
기독교계 일각에서는 이번에 세금을 내게 된 교회와 단체들이 벌인 활동은 단지 '수익'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고, 지역사회 선교와 봉사 등 '공익'을 목적으로 한 것인 데다, 발생한 수익을 장애인 등 좋은 곳에 썼기 때문에 세금 추징은 부당하다고 호소한다.
가장 많은 세금을 내게 된 밀알복지재단은 강남구청의 과세에 대해 행정소송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종교시설이나 사회복지법인의 부동산에는 재산세와 취득세를 부과하지 않도록 돼 있지만, 관련 부동산을 이용해 수익사업을 할 경우에는 과세 대상이 된다.
이번에 재산세와 취득세를 추징 받은 교회와 단체들이 운영했던 카페와 미술관 및 공연장 임대사업, 영어·스포츠 강좌 및 헬스장, 교회 건물 일부의 임대수익사업, 다른 사람이 거주하는 건물을 비과세 대상인 담임목사 사택으로 처리해 재산세를 면제받은 것은 종교시설에 대한 세금 면제 목적을 벗어난 것이며, 이에 대해 취득세와 재산세를 부과한 강남구청의 행정은 정당하다.
교회가 이웃 상인에게 눈물 흘리게 해선 안 돼기독교계 일각에서는 이번에 세금이 부과된 교회와 단체에서 했던 활동이 '수익'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 목적이 '수익'인지 '공익'인지 확실히 분간하기도 어려운데다, 목적이 어땠는지를 떠나 법적으로 수익사업을 할 경우에는 과세 대상이 되기 때문에 수익이 발생한 것을 두고 수익사업으로 간주해 과세한 것은 타당하다.
또한 주일이 아닌 평일에도 항시 운영하는 카페와 미술관 및 공연장 임대사업, 영어·스포츠 강좌 및 헬스장, 교회 건물 일부의 임대수익사업은 교회 본연의 활동이나 공익을 위한 활동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 그 수익을 좋은 곳에 썼다하더라도 그것을 이유로 법에서 예외를 인정해 달라고 할 수는 없다. 만약 어떤 사람이 자신이 번 소득을 모두 좋은 곳에 사용한다고 세금을 면제해달라고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교회라고 해서 법을 초월할 수 있는 초법 기관이 아니며, 지역사회 선교와 봉사 같은 공익 활동을 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교회도 법을 지키면서 모든 일을 해야 한다. 교회가 법을 어기면서 좋은 일을 한다고 세금을 면제해달라고 하면 사람들이 교회에 뭐라고 말할까.
요즘 재벌들이 골목상권의 빵가게, 떡볶이가게, 카페까지 싹쓸이하려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마당에 대형교회가 인근 상인과 경쟁하는 카페와 제과점 등을 운영한다면 동종업종에 종사하는 이웃 주민들은 교회를 어떻게 바라볼까. 그리고 만약 그 교회 교인 중에 교회 근처에서 동종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교인은 자기 교회를 어떻게 생각할까. 교회는 이웃을 사랑하지는 못할망정 이웃 상인에게 눈물을 흘리게 해서는 안 된다.
교회가 솔선수범해 토지세 내는 모범 보이길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토지권을 보장하고, 자신이 땀 흘려 일한 열매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라"는 성서의 희년을 현대 사회에 적용하려면 사회가 만들어낸 토지 가치를 세금으로 환수해 모든 사람을 위해 쓰고, 노동의 결과에 대해서는 감세를 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따라서 토지에 대한 세금을 그 가치에 따라 사회에 내는 것은 기독교의 성서에 부합하는 일이며 토지가치를 세금으로 거둬 사회적 약자와 복지 등에 사용하는 것은 땅이 없어 고통당하는 가난한 이웃을 사랑하는 일이다.
교회가 토지에 대한 세금을 그 가치에 따라 사회에 내는 일은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기독교의 가르침에 정확히 부합한다. 그런데 지금 한국 교회는 교인들의 소중한 헌금과 금융기관의 막대한 대출을 통해 땅과 건물을 계속 사들이면서도 토지 및 건물 등 부동산에 대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을 넘어 그렇게 사들인 부동산을 통해 수익사업을 하는데도 세금을 내지 못하겠다고 주장한다. 교회는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한다면 오히려 이와는 정반대로 먼저 솔선수범해 토지세를 사회에 내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지금 한국 교회는 부동산에 대한 세금을 전혀 내지 않기 때문에 이런저런 명목으로 땅과 건물을 계속 사들여 이를 축적하면서 초대형교회인 메가 처치(mega church) 현상과 도덕성 타락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 교회가 물신숭배에 빠져 타락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땅과 건물을 통한 외형적인 성장과 부를 추구하는 것이다. 교회가 쓸데없는 땅과 건물을 계속 사들이거나 건축하면서 사실상 토지불로소득을 노린 부동산투기를 하는 죄악과 이로 인해 교회가 막대한 빚을 지는 잘못을 막기 위해서라도 교회가 가지고 있는 토지에 대한 과세는 필요하다.
바뀌지 않으면 전면 과세 목소리는 더 커질 것
현행법에는 종교시설이나 사회복지법인 부동산에는 재산세와 취득세를 부과하지 않도록 돼 있기 때문에 교회가 소유한 토지에 대한 과세가 관련법을 제정·개정해 법적으로 이뤄지기 전에라도 교회는 토지를 통해 얻는 토지 불로소득을 사회에 자발적으로 환원하는 다양한 형태의 나눔을 실천해야 한다.
아울러 현행법을 지키면서 부동산을 이용하여 목적을 벗어난 수익사업을 하면서도 세금을 면제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만민의 평등한 토지권 보장'이라는 성서의 희년 원리에 의하면, 교회도 토지가치를 세금으로 사회에 냄으로써 이를 사회적 약자와 복지를 위해 쓰도록 하는 것은 옳고도 선한 일이다.
하지만 현행법에서는 교회에 부동산 관련 세금을 면제해주기 때문에 법적으로 부동산을 소유한 모든 교회가 세금을 내기 전까지는 자발적으로 토지가치를 사회에 나누는 동시에 목적과 다른 수익사업을 하면서도 세금을 면제받는 일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교회에 과세를 하겠다고 두 팔을 걷고 나서기 전에 오히려 먼저 교회가 토지에 대한 세금을 내겠다고 솔선수범하는 것은 하느님 말씀과 이웃을 사랑하는 일이다. 앞으로도 한국 교회가 '공익기관'이 아닌 '부동산축적기관'이라는 오명을 계속 듣는다면 교회와 종교인에 대한 전면과세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고영근 기자는 희년함께(www.landliberty.org)에서 사무처장으로 일하고 있고,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운영위원입니다. 이 기사는 기독교인터넷언론인 뉴스앤조이에도 내용을 수정해 기고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