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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두개의 문> 중에서.
영화 <두개의 문> 중에서. ⓒ 연분홍치마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공'은 국가를, '사'는 시장을 의미한다. 나아가 자유주의 경제학에서 '사'는 시장에서의 자유, 결국 재산권이 된다. 그리고 '공'인 국가는 '사'인 재산권을 침범해서는 안 되며 보호하고 지키는 역할을 한다. 그것이 국가의 존립 이유다."(<리셋 코리아> 정태인 교수의 보고서 중)

'공'적 영역인 국가가 '사'적 영역인 국민의 재산권을 침범했다면? 더욱이 그 과정에서 무고한 국민을 5명이나 죽였다면? 과연 국가의 존립 근거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최근 저는 새사연이 펴낸 <리셋 코리아>를 정독하고 있습니다. 책 부제 '18대 대통령이 꼭 해야 할 16가지 개혁과제'가 의미하듯,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연구원들이 민주적 공공성에 관한 거시적 담론을 기록한 내용입니다.

구체적으로는 ▲ 정권교체에서 시대교체로의 전환 ▲ 좋은 일자리와 사회적 경제 ▲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 99%에게 바치는 지금 당장 시행해야 할 개혁 청사진 등이 담겨져 있습니다. 결국 각각의 소주제가 지향하는 사회통합의 방향은 공공성이라는 단어로 함축됩니다.

<리셋 코리아>는 잡다한 경제용어의 문제보다 하루하루 살 길이 걱정되는 국민들이 고통 받고 신음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국가 폭력과 통제에 가로막힌 '쥐어 짜인 중산층'(squeezed middle)은 주거박탈과 시민권 강탈 때문에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게 바로 21세기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주소이기도 합니다.

용산참사는 국가가 자행한 의도적 살인행위

그럼 이제 용산참사 사건과 관련된 공공성의 열쇠를 추적해 나가 보지요. 정태인 원장은 6일 '공공경제, 공공성과 정의의 경제학'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정 교수는 여기서 공공성에 대해 구체적 담론을 제시했습니다. 우선 공공성의 정의를 논하기 전에 그는 우리나라가 현재 공공성의 사각지대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는 지난 10년간 진보적 의제로 설정된 국민연금 개악저지, 의료민영화 저지, 신자유주의 교육 반대, 한미FTA 반대라는 한계에 부딪혀 공공정책이 나아가지 못하고 머물고 있다는 역설입니다.

정 교수는 그러며 유명학자가 내놓은 민주적 공공성의 가치를 언급합니다. 인간의 존엄성, 지속가능성, 시민참여, 개방성, 안전성, 타협, 진실, 견고함 등등. 이는 결국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일정정도 합쳐지는 갈등 속에서 소통과 합의를 통한 해결만이 공공성의 확보와 사회통합의 개념을 담보할 수 있다는 방증이기도 할 것입니다.

정 교수가 언급한 이러한 공공성의 개념으로 볼 때 용산참사는 결국 국가의 사적 재산권 침해와 더불어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한 극악무도하고 파렴치한 일련의 국가폭력이었음이 명백해집니다.

이는 최근 서울 봉천지역의 철거 소식이 다시 전해지면서 생존권과 주거권 문제가 다시 회자됐습니다. 이렇듯 용산참사 또한 원주민들이 오래도록 살아왔던 삶의 터전을 지켜달라는 국민의 기본적 요구였습니다. 그럼에도 당시 국가는 이를 폭도로 매도해 무참히 살육을 자행한 사건인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용산참사는 주거권 투쟁과정에서 발생된 우발적 사고가 아닌 국가가 시민의 안전성을 전혀 담보하지 못한 의도적 폭력이었습니다. 당시 망루에 올라간 주민은 대부분이 50대 이상의 우리 이웃들이었습니다. 국가는 이들이 화염병과 새총을 쏘고 저항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테러리스트로 간주해 경찰특공대를 동원해 진압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대국민과의 약속을 통해 항상 서민과 빈곤층을 제일 우선시한다고 다짐을 해놓은 상태였습니다. 그래놓고 이렇게 무자비한 공권력의 칼부림으로, 공공성의 최소한의 도리마저 스스로 져버린 채 국민을 폭압적으로 죽음에 내몰게 한 것입니다. 더욱이 그 과정에서 연루된 가족들마저도 지금은 영어의 몸이 되어 폭염의 감방에서 고통 받고 있습니다.

국가는 차별과 차이를 넘어 누구에게 평등하고 공정한 기회를 줘야합니다. 하물며 생존권과 주거권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해야할 것입니다. 만에 하나 차등의 원칙이 적용되는 경우라면, 불평등이 존재하더라도 그것은 가장 어렵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국가를 구성하는 기본단위인 국민들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정의일 것입니다.

공공성의 주체는 국민... 참여와 소통은 국가의 책무

 영화 <두개의 문> 중에서.
영화 <두개의 문> 중에서. ⓒ 시네마달

"지난 2005년 오산 세교지구에서의 철거 반대 농성 역시 경찰에 의해 진압됐지만 그때는 농성 54일 동안 수많은 대화가 시도되고 농성자도 지치고 화염병 등도 다 떨어진 상태에서 진압이 '안전하게' 이뤄졌다. 1296시간(54일)과 25시간의 차이다."(영화 <두개의 문> 중에서)

최근 용산참사의 진실공방이 영화 <도가니>처럼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물론 이 영화는 김일란 감독이 언급했듯 경찰과 철거민의 단순공방을 지적하고자 함이 아닌, 용산참사가 왜 일어나야만 했는지에 대한 실체적 본질을 담고 있습니다. 더 앞서서는 국가 권력이 국민들에게 실제로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국민을 주인으로 모셔야 할 국가가 공공의 진정성도 담보하지 못한 채, 일련의 공권력 기제로 억압하는 모순된 구조를 이제부터라도 면밀하게 파헤쳐야 할 때입니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을 통해 세계적 인권선언의 단초가 됐던 '프랑스 인권선언' 17조에 따르면, 소유권은 불가침이고 신성한 권리이므로 국가 법률에 의해 공공의 필요를 위해 정당한 보상에 의하지 않고서는 박탈될 수 없다고 명시해 놨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헌법 23조 또한 "모근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되며 (중략) 공공의 필요한 재산권의 수용, 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재산권보장의 원리를 선언했습니다.

국가 헌법에도 명시된 원주민의 생존권과 재산권, 그리고 정당한 보상을 향한 처절한 절규가 이내 국가의 폭력으로 무릎 꿇어야 하는 전근대적 사건이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국가는 결코 공공성을 독점해서는 안 될뿐더러 그 사용 또한 시민의 주체성을 담보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자유롭고 평등한 의사소통을 거친 민주적 공공성 확보야말로 민주주의의 정통성을 세우는 데 초석임을 각인해야 합니다. 그러기위해 국가는 최소한의 사회보장과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해 명확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경쟁과 효율만이 전부라는 신자유주의적 논리에서 벗어나 이제부터라도 새로운 인간 공동체 국가질서의 회복을 위해서 민주적 공공성을 확충해야 합니다. 이유인즉슨 시민이 주체가 되는 국가의 공공성 확보야말로 참여와 소통, 그리고 사회통합의 중요한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적 공공성#용산참사#두개의 문#사회통합#리셋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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