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신 : 10일 오전 11시] 대법관 후보자 4명 인사청문회 시작... 고영한, '친재벌' 성향 집중 문제제기10일 고영한 후보자를 시작으로 신임대법관 후보자 4명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시작됐다. 첫 타자를 맞은 민주통합당은 고 후보의 과거 친재벌 성향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현행법상 불가피한 판결이라며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또 증여세 탈루 의혹이 새롭게 제기 되기도 했다.
민주당은 우선 고 후보자의 2007년 12월 충남 태안군 앞바다에서 발생한 태안 기름 유출 사고 관련 판결을 문제삼았다. 고 후보자는 서울중앙지법 파산수석부장로 재임하던 2009년 3월, 태안 기름 유출 사고 재판에서 삼성중공업의 배상책임을 56억 원으로 묶은 '책임 제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은 "고 후보자의 판결로 태안 주민들이 사실상 1인당 5만원 꼴도 안 되는 피해보상을 받게 됐다"며 "이는 삼성중공업에 주민들에 대한 피해보상은 물론 환경피해복구 책임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한성 새누리당 의원은 "고 후보자의 경우 손해배상액 56억이 터무니없는 보상을 해준 것이 아니라 현재 상법상 제약으로 부득이하게 판결했다고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어 "고 후보는 퇴사 후 8년 만에 뇌출혈로 사망한 근로자도 산업재해 대상으로 인정하는 등 근로자를 좀 더 봐준 사례 등이 있다"며 "판결 몇 가지를 사례로 이분이 재벌편향적이라고 보긴 어렵다"라고 말했다.
또 민주통합당은 고 후보자가 증여나 상속이 아닌 매매 형식으로 땅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증여세를 탈루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대법관 인사청문특위 위원인 민주통합당 우원식 의원은 10일 열린 인사청문회에 앞서 "고영한 대법관 후보자가 매매을 가장해 증여세를 탈루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우 의원에 따르면 고 후보자는 군 법무관 시절인 1982년 12월 부친 소유였던 전남 담양군 창평면 유천리의 땅을 매매에 의해 취득하는 등 10여건의 땅을 취득했다.
우 의원은 "고 후보자의 해명처럼 선친 땅을 물려받았다면 매매가 아닌 증여나 상속으로 등기를 해야 하는데 굳이 매매 형식을 취한 것은 증여세를 피하려는 의도"라고 밝혔다. 이어 "매매라면 당시 농지개혁법상 농지매매증명이 필요한데 후보자가 매입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한 만큼 허위로 매매증명이 작성됐으므로 농지개혁법 위반, 공문서 위·변조"라고 지적했다.
한편, 고 후보는 청문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법보다 인간의 기본적 인권과 양심을 중시하고 인간애에 기초한 재판을 했던 김홍섭 판사처럼 법관생활을 하겠다고 다짐해왔다"며 "법원은 사회적 질병을 치유하고 화합하는 장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무조건적으로 다수의 논리에 따라 소수를 판단하게 되면 그 소수는 항상 소외된다"며 "사회에서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의 권리가 다수의 그늘에 묻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그들의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고 배려하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신 : 9일 오후 5시 55분]대법관 청문회...김신·김병화 겨냥하는 민주당
국회가 10일부터 나흘간 대법관 후보자 4명의 인사청문회를 실시한다. 앞으로 6년 동안 사법부의 최정점에서 법의 정의를 실현할 인물을 검증하는 자리다. 고영한 후보를 시작으로, 김병화, 김신, 김창석 후보 순으로 진행된다.
후보들의 전망은 밝지 않다.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를 관철시키지 못한 민주통합당이 청와대가 임명한 대법관 후보들에게 칼을 가는 모양새다. 특히 종교편향 논란에 휩싸인 김신 후보와 위장전입, 아들의 병역특혜 의혹이 제기된 김병화 후보는 연일 야당의 공세를 받고 있다. 고영한, 김창석 후보 역시 과거 재벌그룹과 관련된 재판에서 재벌의 손을 들어 준 점을 지적받았다.
민주통합당은 김신, 김병화 후보를 타깃에 놓되, 다른 후보도 쉽게 넘어가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다. 민주통합당 인사청문특별위원회 관계자는 9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김신 후보는 그동안 발언과 판결에서 종교적 편향성이 드러났다, 김병화 후보는 위장전입과 투기 목적의 부동산 거래가 분명하게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4명의 후보 모두 대법관으로 자질 문제가 있다"며 "제기 되는 의혹을 모두 면밀히 검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신 후보] 노골적인 '종교색'... 과거 판결도 논란
김신 후보는 종교편향적 판결과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 8일 기자브리핑에서 "김신 후보가 지난 2009년 부산고법에서 부목사의 사택에 대해 비과세 판결을 내렸다"며 "이는 대법원의 일관된 판결에 반하는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1997년 대법원은 '부목사는 필요불가결한 지위에 있지 않다'며 부동산 과세 판결을 내렸지만, 김 후보는 "대형화된 현대교회에서 필수불가결한 존재"라며 이를 뒤집은 것이다.
김 후보는 또 2010년 2월 부산지역 3개 기독교 단체 합동 신년하례회에 참석해 "부산의 '성시화'를 위해 기도하며"라고 말했다. '성시화'는 도시 전체를 '기독교화'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지난 4월 울산지방법원장에 취임한 후에도 "울산에도 성시화 바람을 일으키려 한다"는 발언을 했다. 그밖에 "판사로서 자격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그 결재권자는 하나님", "지진은 하나님의 경고" 등의 말로 종교편향 논란에 휩싸였다.
그의 강한 종교적 성향은 법정 내부에서도 자주 표출됐다. 최재천 의원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지난해 1월 부산지법 민사합의부 수석부장으로 교회 내분 관련 재판을 진행하면서 "일반 법정에서 심리하기 어려우니 소법정에서 조정하자"며 자리를 옮겼다. 이어 재판이 재개된 뒤 당사자에게 화해를 위한 기도를 하도록 요청했고 기도가 끝나자 "아멘"이라고 답했다. 김 후보는 다른 형사사건에서도 이 같은 '종교적 화해'를 주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종교편향성을 지적받자 김 후보는 8일 해명자료를 내고 "대형교회의 경우 부목사도 담임목사를 보좌해 교회의 주요 업무를 함께 처리하므로 부목사 사택도 담임목사와 차별을 둘 필요 없다는 취지"라며 "기존의 대법원 판례가 있더라도 그것이 법관으로서의 양심에 비춰 불합리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명확한 논리적 근거를 제시해 판례와 다른 결론을 낼 수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법정을 옮긴 건 교인들 간의 몸싸움과 소란 행위가 계속돼 이를 진정시키고 조정에 응하게 할 목적이었다"라며 "또 교인 간 다툼에서 분쟁 해결을 위한 방편으로 기도를 권유한 것이지 통상적인 재판에서 그런 행동을 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부산 성시화 발언에도 "종교 갈등을 유발하거나 정교 분리 원칙을 훼손하려는 게 아니었다"고 밝혔다. 다만 "지진은 하나님의 뜻"이란 발언에는 "피해자들의 아픈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미숙한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민주통합당은 김 후보자의 종교편향성 이외에도 부산저축은행 관련 판결, 4대강 사업 관련 사정판결을 비롯해 지난해 정리해고 문제로 크레인 농성을 진행한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퇴거 및 사업장 출입금지 가처분결정'을 내린 것을 비판하고 나섰다.
[김병화 후보] "위장전입에 부동산 투기"... 전형적인 공직자 비위 문제
이번 대법관 후보 가운데 유일한 검사 출신인 김병화 후보는 위장전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김 후보는 지난 1988년부터 부산지검 울산지청에 근무하면서 실제로는 울산에 거주했지만 주민등록상 전입신고는 배우자의 외가인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으로 등록했다. 그는 1990년 부산지검으로 발령을 받은 뒤에도 서울에 위장전입 주소지를 유지했다. 김 후보가 이를 인정했지만 또 다른 사례가 제기돼 위장전입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은 8일 언론 브리핑에서 김 후보자가 군복무 중이던 1981년 농지 소유를 위해 경북 군위군으로 위장전입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김 후보가 군위에 있는 농지는 위토답(산소에서 제사를 지내는데 드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경작하는 땅)이라고 답했는데 김 후보는 당시 군인이었다"며 "한차례 위장전입을 시인한 데 이어 또 다른 위장전입 사례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1990년 부산 동래구 대단지 고급아파트, 1994년 강남 삼성동 상아아파트를 구입한 데 대해 부동산 투기 의혹도 받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김 후보가 1994년 1억3900만 원에 (아파트를) 매도했다고 하는데, 당시 분양업체 대표, 주변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말에 의하면 2억이 훨씬 넘었고, 옆 동네 비슷한 평수 시세는 2억1000만 원~2억4000만 원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후보자는 부산 아파트를 팔고 당시 시세가 2억8천~3억2천에 달하는 강남에 아파트를 구입한다"며 "후보자의 해명대로 위 부산아파트를 1억3900만 원에 매도해 강남의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1억4000만 원 상당이 추가로 필요한데 어떻게 구입했는지 증빙자료와 함께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약통장을 이용하지도 않고 거주할 것도 아니면서 강남에 아파트를 보유했다면 부산의 아파트와 강남의 아파트는 모두 부동산 투기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민주통합당은 9일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의 아들이 공익근무요원으로 서울중앙지법에 배치되는 과정에서 특혜 소지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병무청 자료에 따르면 김 후보자의 아들은 2010년 12월17일 장애인 주간보호센터에 배치를 신청했으나 이듬해 1월13일 취소했다. 그는 한 달 후 2월16일 서울중앙지법의 결원인원 1명 재모집에 선착순 1번으로 신청, 지난해 7월14일 서울중앙지법에 소집·배치됐다. 당시 병무청은 서울중앙지법의 결원인원 1명을 채우기 위해 2월16일 오전 10시 재모집을 시작했는데, 김 후보의 아들은 오전 10시 신청에 성공했다.
병무청이 결원을 채우려면 본청과 서울지방병무청 사이트에 미리 '공석알림' 공고를 하는 게 통상적이지만 이번에는 당일에야 병무청 사이트에 공고됐고 서울지방병무청 사이트에는 공고 게시 흔적이 전혀 없었다. 결원 공고를 미리 알지 못하고서는 신청할 수 없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김 후보는 이와 관련해 "병무청 누리집에서 사전공고를 보고 서울중앙지법 배치를 신청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의혹에는 "배우자의 외가인 대림동 주택으로 주소를 이전한 사실이 있다"며 "서울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을 자격을 상실하게 될 것을 우려해 배우자의 외가로 이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위장전입을 한 것은 송구스럽게 생각하지만 특혜 분양이나 투기 목적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고영한, 김창석 후보] 삼성·신세계 손들어 준 친재벌 성향 판결 고영한·김창석 후보자는 친재벌 성향의 판결을 내린 전력이 지적받고 있다. 민주당은 우선 고 후보자가 2009년 3월 서울중앙지법 파산수석 부장 시절 태안 기름 유출 사고 재판에서 삼성중공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56억 원으로 제한한 판결을 문제 삼았다.
박범계 의원은 8일 "고 후보자는 당시 판결로 태안 주민에게 1인당 5만 원 꼴도 안 되는 보상이 돌아가게 했다"며 "환경 피해 복구 책임이 있는 삼성중공업에는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 의원은 "신세계와 롯데, 현대백화점 등 3대 백화점이 입점업체에 대한 경영간섭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받았을 때도 고 후보자가 맡았던 신세계 백화점만 승소했다"며 "친재벌 성향의 판결"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이어 김창석 후보자가 2009년 8월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 발행 사건 파기 환송심에서 삼성 측에 우호적 판결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당시 삼성특검이 기소한 이건희 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227억 원의 배임죄가 추가됐는데도 파기환송 전과 동일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와 관련해 최재천 의원은 "BW 저가 발행과 관련해 원심을 뒤집고 이건희 회장에게 227억원의 배임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새로운 죄에 대해서는 어떤 양형도 추가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