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 성과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지난 6일 루마니아 부카레스트에서 개최된 제11차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이 'Grey Award(회색상)'라는 놀라운 상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기 위해 애쓰시더니, 마침내 전 세계인에게 4대강 사업이 국제적인 상을 받은 겁니다. 이제 세계인들도 4대강 사업을 알아보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이 세계습지네트워크(World Wetland Network, WWN)에게 받은 이 상은 아름답던 4대강변의 습지를 처참히 난도질한 공로로 받은 '최악의 습지 파괴상'입니다.
세계습지네트워크는 대륙별로 습지를 잘 보존한 국가에겐 'Blue Award(청색상)'를, 습지를 파괴한 국가에게는 'Grey Award(회색상)'을 주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대신하여 '최악의 습지 파괴상'을 수상한 한국 습지NGO네트워크는 "이 상의 수상을 부끄럽게 받아들이며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공동으로 인식해준 세계 NGO들에게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대신 받은 이 상을 이 대통령께 어떻게 전달할지 그 방법을 찾느라 고민 중이랍니다.
'가카'는 그럴 분이 아닌데4대강 사업을 녹색성장이라고 자랑하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최악의 습지 파괴상이라뇨? 세계습지네트워크가 4대강 사업에 대해 잘못 알았기 때문이겠지요. 이명박 대통령은 절대 그럴 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4년 전 람사르 협약 제10차 총회가 지난 2008년 10월 28일~11월 4일까지 경남 창원에서 열렸습니다. 이 대통령은 람사르 총회 개막식 연설에서 왜 습지를 보존해야하는지 세계인들이 감동받을 만큼 습지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존경하는 아나다 티에가 람사르협약 사무총장님, 아킴 스타이너 UNEP 사무총장님, 줄리아 마르통 르페브레 IUCN 사무총장님,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 그리고 NGO를 대표한 내외 귀빈 여러분! 제10차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 개막을 축하드리며, 전 세계에서 오신 참석자 여러분을 환영합니다.(중략)내외 귀빈 여러분! 습지는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지구의 콩팥이자 다양한 동식물이 살아가는 생명의 둥지입니다. 세계 식량의 25%를 생산하는 생태계의 보고이며 홍수와 가뭄을 예방하고 기후 변화를 완화시켜 주는 자연의 보호막입니다. 습지는 더 이상 버려진 땅이 아니라 인류가 아끼고 가꾸어 나가야 할 소중한 자산입니다. 그럼에도 이 순간 세계 도처에서는 많은 습지가 함부로 훼손되거나 사라지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습지를 "지구의 콩팥이자 다양한 동식물이 살아가는 생명의 둥지요, 인류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강조할 만큼 습지의 소중함을 잘 알고 계신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그런데 4대강사업이 세계 최악의 습지 파괴상이라뇨? 잘 믿겨지지 않습니다.
세계습지네트워크가 4대강 사업에 대해 잘못 안 걸까요? 아니면 이명박 대통령이 제 세계인을 대상으로 거짓말을 한 것일까요? 지난 2년여 동안 벌어진 4대강 공사 현장을 직접 살펴보며 정답을 찾아보겠습니다.
지구의 콩팥, 쑥대밭이 됐습니다아래 사진은 한강의 바위늪구비 습지입니다. 초록 물결이 춤추던 곳이요, 멸종위기종인 단양쑥부쟁이 서식지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많던 버드나무들을 단 하나 남기지 않고 모두 밀어버렸습니다. 습지를 지구의 콩팥이라 하신 이 대통령이 왜 이토록 아름답고 소중한 습지를 나무 한그루 남기지 않고 베어버린 것일까요?
아하! 습지를 지구의 콩팥이라더니, '콩'과 '팥'을 심으려 밭을 만들고 싶었나 봅니다. 그리고 4대강 사업으로 34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더니, 콩밭 매는 아낙네들의 일자리를 위해 콩 심을 밭이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이곳 바위늪구비 습지는 고라니들 천국이었습니다. 강물 속에 손만 넣으면 조개가 한움쿰씩 나오고, 많은 이들이 낚시를 즐기던 곳입니다. 그러나 이젠 추억 속으로 사라진 풍경이 되었습니다.
남한강과 섬강이 만나는 비경으로 잘 알려진 흥원창입니다. 이곳의 습지 역시 MB표 4대강사업으로 깡그리 사라졌습니다. 이곳의 습지는 드넓은 강물 속으로 펼쳐져 있어 수질 정화는 물론이요, 생태계의 보고였습니다. 그러나 강을 살린다는 미명하에 나무 한 그루 남기지 않고 처참하게 파괴되었고 강에서 준설한 모래를 쌓아두는 적치장으로 전락했습니다.
여름이면 휴가객들로 가득했던 한강의 전북리습지입니다. 버드나무 초록 물결 강변 습지가 깡그리 망가졌습니다. 습지를 보존한다던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 때문입니다. 지도에도 전북리습지의 강물 속 녹색 섬들을 '포푸라나무단지'라고 표시할 만큼 습지가 잘 보존된 곳입니다.
이곳의 전북리습지는 수도권 주민이 먹는 한강물을 맑게 하고, 이 대통령이 연설문에서 직접 언급했던 것처럼 수많은 생명을 품던 곳입니다. 그러나 그 소중한 습지가 4대강 사업 덕에 자취를 감추고 물만 가득한 수로가 되었습니다.
영산강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동섬입니다. 버드나무 사이로 솟아오르는 일출을 촬영하기 위해 새벽마다 많은 사진작가들이 찾던 곳입니다. 유채꽃 피는 봄날이면 동섬은 발 디딜 틈 없을 만큼 사람들의 사랑을 받던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강을 살리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소신 덕에 동섬 역시 처참히 파괴 되었습니다. 영산강 제1 비경조차 난도질하였으니, 세계 최고의 습지 파괴상을 받을만한 충분한 자격이 됩니다.
영산강의 또다른 습지인 담양하천습지보호구역입니다. 이곳은 수달을 비롯한 희귀 동물이 서식하여 습지 보호구역으로 지정될 만큼 중요한 생태계의 보고(寶庫)였습니다. 그러나 습지를 보존해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소신 덕에 이곳의 대나무 숲 역시 잘려나가며 심각하게 훼손되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람사르 총회 개막 연설에서 습지는 다양한 동식물이 살아가는 생명의 둥지라고 힘주어 강조했습니다. 맞습니다. 낙동강의 해평습지는 해마다 희귀조인 흑두루미를 비롯해 고니와 기러기 등 수많은 철새들이 찾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생명의 둥지를 보존해야 한다던 이 대통령의 4대강 사업 덕에 흑두루미가 앉아 쉬던 모래톱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모래톱 사라지고 물만 가득한 낙동강에서 이제 두루미는 어디에 앉아 쉴 수 있을까요? 철새들의 보금자리를 파괴하고, 대신 건설업자들의 주머니를 두둑히 챙겨주신 위대한 '가카'입니다.
4대강에 습지가 전무? ...너무 하시는군요 지금까지 4대강 공사 현장을 살펴봤듯이, 4대강 사업이 최악의 습지 파괴상을 받은 것은 세계습지네트워크의 오해가 아닙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충분히 그 상을 받고도 남을 자격이 있습니다. 690km가 넘는 생명의 강을 단 2년 만에 파헤친 일이 세계 역사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8년 10월 경남 창원에서 열린 람사르 총회 개막 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과거 우리는 자연을 개발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자연을 정복하는 것이야말로 인류의 발전이라는 '미몽(迷夢)'에 사로잡힌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자연과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대하기가 어렵게 됐습니다. 환경오염을 줄이는 동시에 환경보전을 경제발전의 동력으로 삼는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는 환경보전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며, 개발을 '미몽(迷夢)'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던 이 대통령입니다. 그렇게 습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개발을 '미몽(迷夢)'의 어리석음이라 하신 분이 4대강 사업으로 그 아름답던 습지들을 깡그리 밀어버렸습니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 홍보 영상엔 이 사실을 정확히 예언하고 있었는데, 우리만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 뿐입니다. 4대강 사업 홍보 영상에는 "4대강 유역 자연습지 전무"라며 황폐한 4대강을 살려야 한다고 나옵니다.
이명박 정부의 거짓말이 참 대단하죠? 지금까지 함께 살펴본 것처럼 MB표 4대강 사업 이전의 4대강은 초록 물결로 가득했습니다. 환경부가 2009년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도 4대강변에 중요한 습지가 107개나 된다고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4대강에 습지가 전무하다니요?
아하! 4대강에 습지가 전무하다는 뜻은 광란의 4대강 삽질로 4대강변에 습지를 전무하게 만들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의 표현이었나 봅니다. 그리고 습지의 파괴로 이 대통령의 그 꿈이 제대로 이뤄졌습니다.
대한민국은 참 좋은 나라입니다. 이런 파괴적이고 거짓된 꿈이 이루어지는 좋은 나라입니다. 그래서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이 대선 슬로건으로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내 건 게 아닐까요?
'이웃을 속이지 말라'라고 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람사르 총회 연설 한 토막을 다시 보시죠.
"건강한 습지는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는 것은 물론, 생명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운 경관을 지니고 있어 그 자체만으로 천연 생태관광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번 람사르협약 총회를 계기로 우리 국민들이 습지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습지를 보전하고 가꾸는 일에 더욱 노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정부 역시 이번 람사르 협약 총회를 계기로 습지보호구역과 람사르협약 등록 습지를 지속적으로 늘려 나갈 것입니다. 아울러 습지를 보전하려는 지자체의 노력을 적극 지원하여 대한민국이 람사르협약의 모범국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이렇게 이 대통령은 습지 보전뿐만 아니라 습지를 늘리는 람사르협약의 모범국가 될 것을 세계인들 앞에 손가락 높이 들고 약속했습니다.
제11차 람사르 총회에 참석한 많은 이들은 4년 전 이명박 대통령의 연설을 생생히 기억하면서 지금의 4대강 사업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행사에 참석한 '습지와 새들의 친구' 김경철 사무국장이 전해주었습니다. 그들은 "4대강 사업이 4년 전 총회 개막식에 참석하여 이 대통령이 습지 보전을 약속한 이후에 벌어진 일이냐"며 도저히 그 사실을 믿으려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104년 만의 가뭄으로 전국이 고통에 신음하고 있음에도 브라질 리우 회의에서 4대강 사업으로 가뭄과 홍수를 막았다고 국제적인 '뻥'을 날리신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람사르 총회에서 습지를 보전하겠다던 이 대통령의 발언 역시 순간 사람들을 속이기 위한 사탕발림에 불과했던 것이지요. 이웃을 속이지 말라는 십계명을 믿는 장로님이라던데, 신앙을 떠나 그분에게 양심이란 것이 있기나 할까요?
4대강에 습지가 사라졌습니다. 그렇다고 저는 4대강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강의 생명은 흐르는 역동성에 있습니다. 강은 흐르면 다시 살아납니다. 4대강의 흐름을 막는 수문을 열어 다시 강의 본질인 흐름을 되찾아주면, 강은 스스로 이전의 아름다웠던 초록의 물결을 회복해 갈 것입니다.
수만 년 이어온 생명의 강 역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오만은 아주 작은 한 점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강을 다시 흐르게 하는 것, 그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요, 사명입니다.
덧붙이는 글 | 세계적인 습지 파괴상을 받을만큼 4대강 사업의 재앙은 심각합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은 단순히 습지파괴에 그치지 않습니다. 가카의 4대강 사업이 가져 올 재앙을 <대한민국이 무너지고있다>(오월의 봄)이란 책에 상세히 정리해놓았습니다. 다시 흐를 4대강을 위해 많이 읽고 널리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