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모어(No more) 홈플러스, 노 모어 테스코!"
홈플러스의 무리한 확장에 대한 중소 상인들의 분노가 테스코 본사가 있는 영국으로 번졌다. 망원시장, 월드컵시장 등 마포구 지역 상인들이 11일 오후 중구 정동 주한 영국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 철회를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신사의 나라 기업답게 약자 보호해 달라"지난 9일부터 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여온 박종석 마포상인회총연합회 회장은 이날 스콧 와이트만 주한 영국 대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귀국도 지역 상권과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 부분 대형유통업체를 규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귀국의 유통기업 테스코가 한국의 실정법을 무시하면서까지 사업 확장을 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디 테스코도 '신사의 나라' 기업답게 약자를 배려하고 상대의 전통문화를 이해하는 훌륭한 기업으로 남아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며 "테스코 홈플러스의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인해 더 이상 지역상권 붕괴와 전통문화공간인 전통시장을 파괴하는 상황이 하루빨리 중단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아울러 마포 지역 주민대책위 차원에서 홈플러스 테스코 본사에 보내는 항의 서한도 전달했다.
마포구 상인들이 유독 홈플러스를 문제 삼고 나선 것은 홈플러스 매장이 전통시장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하철 6호선 망원역에 있는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 주변에는 대형마트인 홈플러스 월드컵점과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망원점이 들어서 있다. 또 8월쯤에는 합정역에 홈플러스 합정점이 들어설 예정이다. 지역 상인들은 "합정동에 홈플러스가 들어오면 불과 600m 떨어진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은 초토화될 것"이라며 입점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0년 12월 유통법과 상생법을 만들어 전통시장 1km 이내에는 대형마트와 SSM이 입점할 수 없게 막았지만, 홈플러스 합정점은 그 이전에 대규모 점포 개설 등록을 마쳐 법망을 교묘히 피했다. 현재 합정점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 상인만 145개 점포, 500명에 이른다.
시장 상인들은 지난 3월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신청을 내는 한편 글로벌 기업의 사회 책임을 감시하는 로렌 컴페어 보스턴커먼에셋매니지먼트 상무를 통해 홈플러스 모기업인 영국 테스코 본사에 압력을 넣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관련기사:
"지네발 홈플러스, 영국 테스코에 먹칠").
"담배-쓰레기봉투 안 파는 게 지역 상생?"
지역 상인들은 지난 6월부터 홈플러스 측과 세 차례 조정회의를 열었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조태섭 망원시장상인회 회장은 "홈플러스 매장에서 담배와 쓰레기봉투를 팔지 않는 등 지역상인 보호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입점 철회를 요구하는 시장 상인들의 요구와는 동떨어진 것"이라며 "홈플러스의 상생 대상은 지역 상인이 아니라 납품 업체며 상생안 제시에는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홈플러스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 5월 10일 발표한 대기업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양호' 평가를 받은 이마트, 롯데마트와 달리 가장 낮은 등급인 '개선' 판정을 받았다. 협력업체나 납품업체들과의 '상생'에서도 낙제점을 받은 것이다.
홈플러스 합정점 문제는 SSM 의무 휴업 중단 사태와 맞물려 전국적 이슈로 확산되고 있다. 마포구의회에 이어 서울시의회도 지난 9일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 철회와 월드컵점 계약 해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의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도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등 전국 규모 상인 단체가 함께 했고, 7월 셋째 주에는 정청래 의원 등 국회의원들도 동참하기로 했다.
영국 홈플러스 테스코 운영 방침은 '상생'이라면서, 한국은 왜 정반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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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스콧 와이트만 대사님.
양국의 조화로운 공존과 협력을 위해 애써주시는 대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 저는 절박한 마음으로 대사님께 서한을 전합니다.
이미 소식을 접하셨겠지요. 지난 7월 9일부터 서울 중구 영국대사관 앞에서 '합정동 홈플러스 입점반대' 피켓을 들고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월드컵시장 상인들이 1인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홈플러스 모기업인 영국 테스코에 대해 무분별한 대형마트 입점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수년간 한국 중소상인들이 대형유통기업의 무차별적인 매장 확장으로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은 대사님도 잘 아실 것입니다. 현재 서울 마포구 일대에는 불과 2.3km를 사이에 두고 홈플러스 3곳이 들어선다고 합니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대형유통매장이 3개가 세워진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마포지역 상인들과 NGO가 힘을 모아 마포구 합정동 홈플러스 입점을 저지하기 위해 처절한 투쟁을 벌인지 3년이 되어 갑니다.
그동안 우리 상인들은 장사를 제대로 하지도 못했습니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시장 상인들에게 장사를 접는다는 것은 생존을 포기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이렇게 우리 상인들은 대형유통기업들과 함께 잘 살아보자는 절박하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한국의 전통시장은 단순히 경제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고유한 전통문화 공간입니다. 그러나 귀국의 유통기업 테스코가 한국의 실정법을 무시하면서까지 사업 확장을 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역상권 붕괴는 물론이고 전통문화공간에 종사하는 많은 중소상인의 생존을 위협해 삶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이는 양국 유통기업 간 단순 경쟁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 지역경제 전반과 상인들의 생존권이 결부되어 있는 것은 물론 한국 전통문화공간이 파괴되어 가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대사님.
저는 한국의 전통시장에서 23년간 과일 장사를 하며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집안의 가장입니다. 한국의 전통시장에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소상인이지만 나름대로 전통문화공간을 지키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귀국의 유통기업 테스코가 한국의 실정법을 무시하며 다른 나라의 전통문화까지 부정하는 비윤리적이고 부도덕한 행위로 영세한 상인들의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해야 하는지 깊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대사님.
귀국도 지역 상권과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 부분 대형유통업체를 규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도 상인들의 생존권을 지키고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 지정, 대중소기업상생협력을 위한 제도 등을 수정 보완해 유통기업도 살고 전통시장도 함께 잘 살 수 있는 법안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대형 유통업체인 테스코 홈플러스는 법망을 피해가며 불법·편법적인 입점 시도 및 사업 운영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애시당초 함께 잘 살기 위한 '상생 의지'는 없었다는 의미인 것 같아 속상하고 실망스럽습니다.
저는 영국을 '신사의 나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는 상대를 배려하고 특히 약자를 배려하는 귀국의 문화가 깊이 인식되어 붙여진 이름이라 생각합니다.
부디 귀국의 유통기업인 테스코도 "신사의 나라" 기업답게 약자를 배려하고 상대의 전통문화를 이해하는 훌륭한 기업으로 남아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존경하는 대사님.
테스코 홈플러스의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인해 더 이상 지역상권 붕괴와 전통문화공간인 전통시장을 파괴하는 상황이 하루 빨리 중단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상대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함께 보전하려는 노력이야말로 양국이 동등하게 자국 상인들을 보호할 수 있는 첫걸음이라 생각합니다. 저와 같은 많은 한국 상인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생존권 문제, 그리고 급변하는 산업 문화 속에서 꼭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해 귀국에서 적극적으로 고려해 주시기를 다시 한 번 당부드립니다.
그리고 빠른 시일 내 대사님을 직접 찾아뵙고 일련의 문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여러 업무로 인해 바쁘실 텐데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2년 7월 11일
서울시 마포구 상인회 총연합회장 박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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