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후 잇따라 발생한 불미스런 사건·사고로 '민폐의회'란 비판을 받아오던 충남 태안군의회가 최근 실시한 의장단 선거를 두고 '조작선거'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또 다시 '엉터리 군의회'란 오명을 쓰게 됐다.
지난 6일 태안군의회는 제196회 임시회를 열고 하반기 군의회를 이끌어 나갈 의장단 선거를 실시했다. 투표결과 선진통일당 김진권(태안군 다선거구) 의원이 총 투표수 8표 가운데 유효투표수 5표를 모두 얻어 하반기 의장에 선출됐다. 부의장으로는 새누리당 신경철(태안군 나선거구) 의원이 역시 총 투표수 8표 가운데 유효투표수 5표를 모두 얻어 재투표 과정 없이 당선됐다.
이날 선거에는 선진통일당 김순희(비례대표), 김진권, 이용희(태안군 가선거구), 정광섭(태안군 다선거구)의원과 새누리당 신경철(태안군 나선거구) 의원 등 5명이 참석했다. 나머지 선진통일당 소속 김원대(태안군 나선거구) 의원과 새누리당 박남규(태안군 다선거구) 의원, 무소속 이기재(태안군 가선거구) 의원 등 3명은 불참했다.
투표에 앞서 김원대 의원은 의장단 선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하반기 의장단 선거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며, 전반기 의장에 선출된 정광섭 의원을 지목했다. 정 의원은 이날 실시된 의장단 선거의 진행을 맡았다.
오전 9시 50분경 군청 브리핑 룸에서 기자회견을 연 김 의원은 "어제 정광섭 의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정 의장이 말하길 '미안하다. 김진권 의원이 (의장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며 "이유를 물으니 '전반기 의장을 하면서 도와준 것이 많다. 빚을 갚기 위해서 그랬다'고 말했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미 조작된 의장단 선거에 들러리로 참여해 군민들의 울분을 가중시키고 싶지 않다"며 "청정 태안의 환경과 다르게 진행되는 추잡한 태안군의회를 강하게 질책한다. 의장 후보 출마를 포기하고 투표에도 불참한다"고 말했다.
정광섭 전 의장의 선거 개입설을 주장하는 또 다른 진술도 있다. A 의원은 "4일 날 정광섭 (전) 의장이 전체 군의원이 모인 자리에서 '선진통일당이 하반기 원구성을 하겠다'고 말했다"며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공간이 의회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냐. 조폭집단이 아니고서야 그렇게 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광섭 전 의장 "패거리 정치? 그렇게 안 하는 곳이 어디 있나"
이에 대해 정광섭 전 의장은 "패거리 정치라고 하는 소리까지 들었다. 근데 패거리 정치를 안 하는 곳이 어디 있냐. 선진통일당에 원 구성을 넘겨달라고 말한 적 없다. 다 같이 모여서 의견을 나눠보자고 해서 모인 적은 있다"며 "그 자리서 선진통일당서 단일후보를 내놓는다면 다른 당 의원들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선거 전날 김원대 의원에게 수차례 전화를 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아 다른 선진통일당 의원들과 합의해서 단일후보로 김진권 의원을 추대했다"며 "갑작스레 회의를 잡은 부분에 대해서는 김원대 의원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경선으로 갔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미 김진권 의원으로 합의가 끝난 상태였다"고 밝혔다.
한편, 태안군의회의 하반기 의장단이 각종 불미스런 사건에 연류 된 의원들로 채워지면서 도덕불감증 논란이 또 다시 뜨겁다.
의장으로 선출된 김진권 의원은 지난 4월 태안읍내 위치한 식당에서 음주 후 소란을 일으켜 군의회윤리특위로부터 한 차례 '경고'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보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2010년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음주 후 회의장에 입실하고 예산 문제로 의원실에서 다른 의원과 서로 욕설을 내뱉으며, 멱살잡이를 한 소식이 알려져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하반기 부의장을 맡게 된 신경철 의원은 최근 부인이 지역구 주민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고발되었음에도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라고 외면하고 있어 도덕성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또, 신 의원은 과거 기초의원의 경우 겸직신고를 의무화한 지방자치법과 군의회의원 윤리강령 조례 등을 위반하고 자신의 명함을 동봉해 특정인을 대상으로 부동산 매매와 산지전용 안내문을 우편으로 발송했다. 당시 신 의원은 태안읍에 위치한 산림토목설계사무소의 대표로 직접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군의회는 신의원을 징계·처벌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