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월 만에 기준금리가 연 3.0%로 인하됐다. 한국은행은 12일 김중수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3.25%에서 0.25%포인트 내린 3.0%로 결정했다. 금리인하 결정은 2009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애초 동결로 예측되던 금리가 갑자기 인하된 배경에는 세계 경제 부진과 마이너스로 돌아선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갭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GDP갭을 추산해본 결과 당분간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어 금리를 인하했다"고 밝혔다.
"세계 경제, 국내 경제 다같이 부진"GDP갭이란 한 나라의 경제가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능력인 잠재 GDP와 실제 GDP의 격차를 말한다. 이 값이 마이너스라는 얘기는 물가가 오를 위험은 적지만 경제가 잠재 GDP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침체되어 있다는 뜻이다. 김 총재는 "작년 금리인상시에는 GDP갭 상황이 좋아서 금리를 올렸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GDP갭이 당분간 마이너스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의 이유로는 유로지역의 위험 증대와 미국, 중국 등 주요 교역 상대국의 경제 부진 등이 지목됐다. 수출과 내수 분야의 증가율이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애초 예상보다 성장이 부진한 국내 경제 상황도 한 이유다. 김 총재는 "통화정책은 선재적으로 해야한다"며 "세계 경제 성장의 하방위험이 과거보다 더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총재는 이번 금리인하에 따른 예상 효과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는 이번 결정이 가계부채 폭증 문제에 기름을 붓는 격이 아니냐는 지적에 "가계부채가 0.5% 정도 늘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고 인정하면서도 부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전체의 95%이상이 변동금리인 주택담보 대출은 오히려 이번 조치로 가계부채 부담이 줄어든다"면서 "올해 0.02%, 내년 GDP에는 0.09% 가량 GDP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금리가 장기화 될 경우 물가가 오르는 문제에 대해서도 "올해는 영향이 없고 내년에 0.03%정도 물가 상승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근원인플레이션율은 올해 물가목표 중심인 3%를 넘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번 금리인하 관련 물가에는 이렇다 할 악영향이 없을 것이란 얘기다.
김 총재는 7월 6일 이후 국고채 3년 금리와 기준금리가 역전된 것과 국내에 들어와 있는 글로벌 자본의 유출 속도가 완화된 것도 이번 인하의 한 요인이라고 인정했다. 또한 "이번 금리인하 결정은 경기 순환적인, 단기적 측면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해 향후 금리 기조와 관련한 섣부른 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금통위는 이번 결정이 만장일치로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