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원장에게 고가의 옷을 받은 것이 문제가 된 임혜경 부산시교육감이 시의회를 찾았다. 12일 부산시의회 임시회에 참석한 그를 맞은 건, 교육감직 사퇴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1인 시위였다. 시의회로 들어선 그는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너무 힘들다, 아무도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며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본회의장으로 사라졌다.
이어진 시정 질의에서 황성주 교육의원은 임 교육감을 강하게 질타했다. 임 교육감은 "시민에게 실망과 당혹감을 안겨줘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자신이 표방하던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에 교육감은 예외냐"고 질문했다. 이에 임 교육감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후, 임 교육감은 본인에 관한 의혹에는 "관계가 없다"거나 "모르는 일"이라고 일관되게 대답했다.
또, 황 의원은 "교사와 학부모·학생에게 미칠 영향은 어떻게 하겠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임 교육감은 "(검찰) 수사가 되고 난 뒤에 모든 게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황 의원이 "수사는 사법적으로 하는 것이지 학부모와 교사·학생이 입은 정신적 상처는 수사하지 않는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임 교육감은 "마음을 추슬러 부산 교육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며 자진 사퇴가 없음을 못 박았다.
2010년 7월 취임한 임 교육감의 첫 번째 목표는 비리 척결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부산시 교육청의 청렴도는 만년 하위에 머물고 있었다. 2007년 14위, 2008년 13위, 2009년 15위라는 청렴도 평가가 당시 부산시교육청이 받아든 성적표였다. 청렴도 낙제생인 부산교육의 수장으로서 청렴도를 끌어올리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항상 청렴 강조하던 임 교육감 "비리 발본색원"
부산시교육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그가 가장 강조한 것도 청렴이었다. 그는 취임사에서 "깨끗한 교육을 실천함으로써 학교 교육의 신뢰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종 교육 비리의 발본색원은 물론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함으로써 비리나 부정이 발붙일 수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듬해 신년사에서도 그는 2011년의 핵심 목표를 '청렴도 향상'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가 다시 한번 내민 카드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였다. 단 한 번의 비리와 부정도 단호하게 엄벌하겠다는 의지의 재천명이었다. 그런 다짐이 있은뒤 부산시교육청은 직원 6명을 직위 해제했다.
학교 공사와 관련한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는 직원들을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내쳤다. 당시 임 교육감은 시민 앞에서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했는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와 함께 이른바 '윗물 맑기 운동'을 시작됐다. 고질적인 교육 비리를 척결하고 부패 친화적인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고위간부부터 청렴을 생활화하자는 의미였다. 성과는 있었다. 2011년 청렴도 측정에서 부산시교육청은 전체 16개 시·도 중에 7위를 차지했다. 당시 부산시교육청은 이를 두고, 임 교육감의 부패 척결 의지 성과로 홍보했다.
입지 말았어야 할 옷을 입은 교육감
임 교육감이 청렴을 최일선 목표로 잡고 있던 2011년 4월, 그는 광주에 있는 한 고급의상실을 찾았다. 그곳에서 교육감은 3벌의 옷을 골랐고, 함께 갔던 유치원 원장이 옷 값 180만원을 계산했다.
임 교육감은 그 옷이 마음에 들었다. 공식 석상에서도 유치원 원장에게 받은 옷을 입었다. 그해 8월에 있었던 교육 행정직 공무원 연수에도 그는 그 옷을 입고, 신입 공무원들 앞에 섰다. 신입 공무원들 앞에서 그는 "공무원이라는 신분 자체가 청렴한 삶의 자세를 입증하는 것"이라며 "항상 청렴하게 업무에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옷을 준 유치원 원장은 임 교육감의 스웨덴 출장길에도 함께였다. 그 출장에는 한 교구업체 관계자들도 동행했다. 이후 A 유치원 원장은 자신의 유치원에 학급 증설 인가를 받았다. B 유치원장도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1년이 지난 지금은 교육감이 받은 옷은 받지 말았어야 할 옷이 됐다. 경찰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관련자들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이 시행됐다. 처음 허무맹랑하다고 했던 임 교육감은 드러나는 증거 앞에 '단순한 선물'이었다며, 옷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경찰은 지난달 26일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임 교육감을 불구속 수사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옷을 준 유치원장도 뇌물을 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임 교육감은 스스로 정한 '원 스트라이크 아웃' 상황에서 쓸쓸히 타석을 지키고 선 꼴이 됐다.
전방위에서 다가오는 압박, 임 교육감 거취에 관심 쏠려이런 임 교육감의 태도에 시민단체들은 단단히 뿔이 났다. 32개 관련 시민·사회단체로 이루어진 '임혜경 '원 스트라이크 아웃' 촉구 부산시민대책위원회'는 10일 '임혜경 교육감 옷 로비'에 대한 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했다. 또, 엄정 수사를 촉구하는 민원도 검찰청에 제출했다. 검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이번 사건을 풀어낸다는 각오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임 교육감이 나와서 하는 말을 믿고 들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 시 의원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임 교육감은 교육감 자리를 지키고는 있지만, 사실상 영향력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시 의회 관계자는 "임 교육감은 우군이 없다"고 말했다. '옷을 받은 교육감에게 교육감의 옷을 내려놓으라'는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 임 교육감이 자리를 지킨다고 하더라도,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계속 추진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