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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일 넘게 파업을 이어온 전국언론노조 MBC지부(MBC 노조)가 16일 대의원회의를 열고 총회 일정을 조율한다. 사실상 업무 복귀를 위한 수순을 밟는 셈이다. 

 

현재 MBC 노조 파업은 시기만 정해지지 않았을 뿐 종료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이다. 특이한 점은 MBC 파업이 노사간 합의를 통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 MBC 노조는 "김재철 사장은 어차피 다음 달이면 퇴진할 사람"이라며 "사측과 대화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측도 대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앞서 파업을 접은 KBS, 국민일보, 연합뉴스의 경우 노사간 물밑 협상을 통해 잠정 합의문을 발표한 뒤 대의원회의 또는 총회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찬반 여부를 물었다.

 

파업 막바지 노사 양측이 서로를 자극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보통의 사업장과 달리 연일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도 다른 점이다. 지난 11일 사측은 "김재철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유출했다"며 회계부 소속 노조 조합원 3명을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한편 지난 13일 MBC 노조는 '권재홍 보도본부장이 노조원들의 저지로 부상을 입었다'는 <뉴스데스크> 보도와 관련해 사측을 상대로 1억 원의 손해배상과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MBC 노조 "복귀 이후, 시용 인력과의 협업 거부"

 

 PD수첩의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가 해고된 가운데, 6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남문 앞에서 MBC 노조원들이 공영방송의 정상화와 김재철 사장의 퇴진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PD수첩의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가 해고된 가운데, 6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남문 앞에서 MBC 노조원들이 공영방송의 정상화와 김재철 사장의 퇴진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MBC 노조가 업무에 복귀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가장 큰 불씨는 파업 기간 동안 들어온 대체 인력이다. 지난 6개월간 사측은 네 차례의 경력사원 채용을 통해 100여 명의 대체 인력을 투입했다. 66명이 이미 채용됐고, 다음 주 중으로 30여 명을 추가로 뽑을 예정이다.

 

노조는 이들 대체 인력을 '동료'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지난 12일 특보를 통해 "파업 기간 중 김재철 일당이 마구잡이로 뽑은 '시용 인력'에 대한 입장이 정리되고 있다"며 "PD 조합원들은 시용 PD 등 파업 도중 채용된 경력직 PD들을 결코 동료로 인정할 수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프로그램 제작자로서 반드시 수호해야 할 가치인 '양심과 상식에 따른 제작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파업에 참여한 PD들을 대신해 노동을 제공한 행위는 제작 자율성에 대한 중대한 훼손이며, PD들이 지켜야 할 핵심가치에 대한 자기 부정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MBC 노조의 설명이다.

 

기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MBC 노조는 "기자조합원들도 임시 경력직, 시용 기자들이 파업 기간에 MBC에 들어와 김재철 체제에 부역한다면 결코 동료 기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며 "그럼에도 이들이 스스로 부역자의 길을 택한 만큼, 파업 이후에도 결코 선배나 후배, 동료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이어 MBC 노조는 "파업에 참가한 기자들은 연차와 상관없이 대부분 이들과의 협업을 거부하겠다는 결심을 다지고 있고, 파업에 참여한 데스크라면 아예 이들의 기사를 데스킹하지도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3차 대기발령설' 돌고 있는 MBC

 

'시용 인력'에 대한 노조의 강경한 입장은 '3차 대기발령설'이 나오는 현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MBC 노조는 12일 특보를 통해 "MBC 정상화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발언들이 사측의 공식 회의석상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커지고 있다"며 "김현종 시사제작국장이 지난주 주재한 시사제작국 부장단 회의에서 '노조원들이 복귀해도 방송정상화를 서둘지 말라'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MBC 노조는 "김 국장이 '올림픽 때문에 어차피 (시사프로그램) 다 죽는다'며 파업이 끝나도 PD수첩과 <시사매거진 2580>을 방송할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며 "뿐만 아니라 김 국장은 '3차 대기발령 명단을 추천하라'고 부장들을 채근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에 김 국장은 관련 기사가 '허위'라는 글을 사내 인트라넷에 올렸다.

 

노조의 이러한 태도에 사측은 13일 특보를 통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특보에서 사측은 "700여 명이 일터를 떠났을 때 빈자리를 채워 시청자들과의 약속인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직업 선택의 자유에 따라 MBC에 입사한 직원들에 대한 공격은 더욱 지나치다"고 밝힌 '90년대 입사 직원'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 직원은 "파업 참가자들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힘겹게 싸웠다고 주장하지만, 그 기간에 입사했다는 이유만으로 (대체 인력을) 분노의 표출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될 것"이라며 "기존 직원들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갓 입사한 경력 직원을 대상으로 윽박지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MBC#MBC 노조#MBC 파업#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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