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런던은 올림픽을 세 번이나 개최하는 최초의 도시답게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약 열흘 뒤로 다가온 세계 최고의 스포츠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스포츠 메인이벤트보다 훨씬 먼저 시작된 런던 문화올림픽(Cultrue Olympiad)은 이미 그 열기가 뜨겁고, 우리의 축구대표팀을 비롯한 각국의 선수단과 응원단, 취재진들도 속속 영국 땅을 밟기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예년과 달리 런던과 영국 일대에 거의 매일 빗줄기가 쏟아져, 날씨 관련 걱정이 커지고 있다. 14일만 하더라도 영국 75개 지역에 홍수주의보가 내려졌으며 런던에도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이 때문에 올림픽 관련 문화 이벤트들이 주로 열리는 런던 하이드파크는 이미 진흙 천지로 변해버렸고, 몇몇 라이브 음악 공연들은 연기 혹은 취소되고 있다. 이처럼 끝없이 계속되는 비 소식과 함께, 많은 사람이 기대했던 올림픽을 통한 영국 경제 회생 전망에 어두운 소식들이 속속 전해진다.
"올림픽은 런던만을 위한 잔치" 이번 올림픽에 대해 대부분 영국 사람이 하는 생각은 '국가의 자긍심을 높인다는 점에서는 환영하지만, 일상과 관련한 경제 이익이나 실질적 삶의 질 향상에는 별 도움을 주지 못하는, 그다지 좋지도 그렇다고 싫지도 않은 이벤트'로 정리될 수 있다.
BBC가 7월 13일 보도한 내용으로는, 영국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최근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4%가 이번 올림픽이 런던 이외 지역의 경제에는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55%는 올림픽이 전체적인 국가 이미지에 긍정적이라고 보았다. 또한 59%는 올림픽 때문에 자신의 세금 부담이 매우 커졌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렇지만 동시에 53%는 런던 시민의 늘어난 세금 부담이 아주 의미 없는 낭비는 아니라고 답했다.
지난 5월 18일부터 70여 일에 걸쳐 영국 전역을 돌고 있는 성화 봉송 행사와 관련해서도 58%의 응답자가 관심조차 없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개막이 한 달도 채 안 남은 지금 시점에서 올 초에 비해 올림픽에 대한 기대가 더 커지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는 대답이 36%에 그쳤고, '그렇지 않다'가 61%, '모르겠다' 3%를 나타내는 등 영국 국민이 느끼는 전반적인 올림픽 열기는 아직도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스트런던 재개발 정책과 지역 커뮤니티의 눈물 역사적으로, 해크니(Hackney), 달스턴(Dalston)으로 대표되는 이스트런던 지역은 런던 중심부와 외곽을 가로지르는 접경지대로 과거 식민지 이주민들, 흑인들과 노동계급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이다. 작년 전세계에 충격을 던져준 런던 청년 폭동 역시 런던 북동부 지역에서 처음 일어났다.
그곳에 올림픽 주경기장과 올림픽파크, 선수촌이 들어섰다. 그 지역은 일찌기 산업혁명 시절부터 화학 공장 밀집지이자 런던과 잉글랜드 중동부 지역을 연결해주던 철도 산업의 중심지였는데, 점차 쇠락하여 최근엔 저소득층 조합 주택과 공공 임대주택들이 많이 있다.
올림픽 개최가 확정된 직후부터 이 지역에선 지역 주민과 런던시 사이에 땅 보상, 강제 이주, 녹지 파괴 등을 둘러싸고 마찰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 올림픽 선수촌이 들어선 자리에는 클레이 레인(Clays Lane Housing Co-op)이라는 공동임대조합 주택이 있었다. 원래 여기에 거주하던 425가구는 올림픽파크 조성 계획에 따라 런던시 당국(London Development Agency)에 의해 강제 이주당하여 런던 외곽 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졌는데, 그 과정에서 이들은 평균 주당 50파운드(약 9만 원)의 이주 보조금을 받는 대신 그동안의 삶의 터전, 지역 커뮤니티를 송두리째 잃고 말았다.
이 지역 주민이던 조셉 알렉산더(Joseph Alexander)씨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올림픽 주변에서의 삶>(Life on the Olympic Fringe)에서 "강제 매매와 이주 과정은 아주 잔인하게 진행되었다"며 분노하였고, "런던시에 의해 대부분의 거주자들이 옮겨진 곳 역시 해크니마시(Hackney Marshes)처럼 이스트런던 지역 주민들이 사랑하던 자연 보호 구역 안쪽이어서 이곳을 아끼는 지역 주민의 거센 반발을 샀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수십 년 동안 한 곳에서, 대를 이어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아오던 특색 있던 상당수 소규모 가게들과 상가들이 지역 재개발 업자에게 강제로 매각되어 고급 아파트 개발 용지 등으로 바뀌게 되었다.
사례는, 언론에 의해 2억2500만 파운드(약 4018억 원) 정도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추정된 해크니의 브로드웨이마켓(Broadway Market)이 단 7000만 파운드(약 1250억 원)에 매각된 일, 문화재로도 지정될 정도로 유서 깊은 해크니스쿼터소셜센터 건물이 개발 업자에 강제 매각된 일, 60년 동안 사랑받던 토니스카페(Tony's Cafe)가 지역 주민과 업주의 거듭된 요청에도 역시 토지 재개발 업자에게 넘어간 일 등 모두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친환경적 경기'? 녹지 파괴 논란 잇따라
또한 '친환경적 경기(greenest games)'를 전면에 내세운 이번 올림픽이 실제 준비 과정에선 런던 시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진행되어 문제가 되기도 했는데, 시민이 주로 애용하는 공공장소에 올림픽 시설물을 설치하는 문제에 대해서 특히 많은 논란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승마경기가 열리는 그리니치 공원은 '전체 영국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공원' 조사에서 매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시민에게 친숙한 곳이다. 그래서 이곳에 올림픽 경기장을 짓고 이를 위해 공원을 오랜 기간 막고 통제하는 것에 반대 의견이 매우 높았다.
그러나 당국은 이러한 시민의 의견은 무시한 채 공원을 파손하면서 가건물 형태로 경기장을 신축하였고, 이를 위해 오랜 기간 공원의 중심지역을 통제해 오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이 축구 등 생활 체육을 하기 위해 많이 찾던 공공 운동장들인 이스트마치(East March), 리뱅크스퀘어(Leebank Square), 아레나필드(Arena Field) 등도 모두 올림픽 시설 설치를 위해 용도 변경되어 지역 주민의 불만을 사고 있다.
지금 올림픽에 대한 영국인의 분위기는 과도하게 뜨겁지도 그렇다고 너무 무관심한 것도 아니다. 이처럼 힘없고 어려운 지역 주민이 더욱 외곽으로 밀려나면서 불편을 감수해 온 지난 일 때문이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올림픽은 이제 본격적인 초읽기에 들어간다.
덧붙이는 글 | 런던올림픽 개막 이후 본격적인 '올림픽 리포트'를 통해 더욱 생생한 현장의 소식과 새롭고 다양한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