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그룹 내 금속노조 미전환 사업장의 산별전환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현대제철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산별전환을 성공한 데 이어, 지난 17일 지역의 비앤지스틸노조가 산별전환을 일궈냈다. 현대비앤지스틸노조가 산별에 성공함에 따라 금속노조 내 현대기아차그룹 자동차·철강 미전환 노조가 모두 산별을 완성했다.
박창순 현대비앤지스틸 위원장(49)은 "위원장이 됐을 때 기업별 노조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회사의 반대가 극심했지만, 조합원들이 이를 극복하고, 산별노조를 선택해 줘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창순 위원장의 기쁨을 대변이라도 하듯 비앤지스틸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동지들의 표정 역시 한껏 밝아 보였다. 하지만 오늘날 동지들이 이렇게 웃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희생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박창순 위원장과 집행부 전원이 지난 9일부터 7박 8일간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이 기간동안에는 집에도 돌아가지 않았다. 박 위원장 뿐만 아니었다.
"9일부터 집행위 간부들이 철야농성에 돌입했고, 조별 조합원 퇴근보고대회를 비롯해 매일 조합원 출·퇴근 선전전도 진행했다. 특히 비상근 간부의 경우 휴식시간까지 쪼개며 현장순회에 결합하는 열정을 보였다."반노동 정권과 자본에 위력적인 힘을 가하는 산별노조로의 전환은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3교대 사업장인 현대비앤지스틸에서 비상근 간부들의 활동은 고된 투쟁이었다. 더욱이 회사의 탄압도 만만치 않았다. 회사 관리자들도 노조와 함께 24시간 대기에 들어갔다고 한다. 특히 노조가 현장순회를 마치면 바로 뒤이어 회사 관리자들도 현장순회를 하는 등 산별전환을 막으려 안간힘을 섰다. 하지만 산별전환을 위한 노조 간부들의 열정은 따라올 수 없었다.
박창순 위원장은 "현장순회를 마치고 노조 사무실로 올라오면 새벽 2시였다"며 "6시 출근자를 맞이하기 위해 노동가요를 틀었는데, 그것이 우리의 기상 나팔이었다"고 철야농성 상황을 전했다.
간부들이 헌신적인 활동은 조합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처음에는 회사의 거짓선전과 금속노조에 대한 부족한 정보로 혼란스러워하던 조합원들도 하나둘 산별노조의 필요성을 인식했다. 지난 16일과 17일 찬·반 투표하기 전에는 조합원의 표정이 달라져 있었다. 박창순 위원장은 오랜 현장순회를 통해 '이번에 되겠구나!'라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이러한 헌신과 과정에 결과는 당연히 회사의 참패였다. 이는 기업별 노조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조합원의 염원이 폭발된 결과이며, 15만 금속노조의 힘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이번 비앤지스틸노조의 산별전환은 단 한 번의 부결 없이 성공한 사례다. 그만큼 박창순 위원장뿐만 아니라 조합원들도 금속노조에 대한 기대치가 크다.
박창순 위원장은 "산별노조는 선진화된 노동조합 형태로, 기업별 노조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별 노조로 있으면 자연스레 연대가 소홀해 질 수 밖에 없지만, 이제 산별로 전환한 만큼 서로가 어려울 때 힘을 보탤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현대 비앤지스틸은 현재 임단투 핵심으로 정년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조합원들의 평균연령은 약 50세다. 하지만 회사는 아직 별다른 안을 내지 않고 있다.
오는 20일 현대비앤지스틸은 금속노조의 총파업 일정에 복무할 예정이다. 회사의 탄압을 뚫고 산별로의 전환을 이룩한 현대비앤지스틸노조의 2012년 임단협이 금속노조 15만의 힘을 얻고 새롭게 전진해 갈 것으로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금속노조 경남지부 홈페이지에도 게시될 예정입니다.